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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

<소설 '1950년 6월'> 2.그해 길고 무덥던 여름방학(1)

기사전송 2009-06-18, 09: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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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한 달쯤 앞둔 1950년 6월 25일부슬비가 내리는 새벽 남북간에 동족상잔의한국전쟁이 일어나 북한의 인민군이 삼일 만에 무방비상태인 서울을 점령하고 연이어 낙동강 동쪽의 일부를 제외한 거의 전국을 장악했으며 수도가 부산으로 옮겨지고 이곳 금호강변에도 온통 피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이곳 까지는 인민군들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하늘에는 처음 보는 유엔군 제트기가 날고, 멀리서 들려오는 대포소리, 트럭을 타고 가는 군인들의 군가소리가어수선한 가운데 바로 이웃한 영천전투에서는 총도 제대로 쏠 줄 모르는 학도병 수백 명이 총알받이로 죽었는가 하면 인민군의 주력부대가 미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전멸했다는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학교도 국군과방위군이 번갈아 가며 차지하여 조기방학에들어갔으며 우리들은 거의 매일 금호강의 물돌이(물이 돌아 흐르는 곳) 모래밭과 여자들이 해마다 봄이면 화전놀이를 하는 밤나무 숲에서 하루 해를 보내곤 했다.



가끔은 군인들이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군용건빵을 나누어 주며 군가를 가르쳐주기도 했으나 그날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먼산에 아지랑이 품 안에 잠자고…” 멱감기도 지겨워 내가 노래를 시작하자,“치아라임마, 어르신네가 창가 한번 하실라 카는데기분 나뿌그로 니가 와 먼저 했뿌노?” 하면서녀석이 눈을 부라리며 내 옆구리를 쥐어박는시늉을 했다.



내가 엉덩이 걸음으로 한발 물러앉자 다른아이들도 겁에 질려 한두 걸음씩 물러 앉았다.



녀석은 일어나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리며 태극기 높이 들고 천세 만세 부르자…” 녀석의 우렁찬 목소리에 우리는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는 벌컥 화를 내며, “야 이 자슥들아 노래가 끝나면 앙콜, 앙콜 케야지 그냥 박수만 치고 있으면 우야노?” 하고 또 그 큰 눈알을 굴려댔다.



우리는 아차 싶어 앙콜, 앙콜을 외치며 또박수를 쳤고 녀석은 못이기는 척 하면서 다시일어나, “공비 토벌로 떠나온 이내몸은 경상도라 일월산에서 숲 속을 집을 삼고…” 하며멋지게 한 가락(곡)을 다시 넘겼다.



노래가 끝나자 우리는 진짜로 라디오에서흘러나오는 군가보다 훨씬 더 잘 불렀다고 생각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녀석이,“애- 다음은 우리 반 윤호진급장님이 한 곡조 뽑겠습니다, 여러분 힘찬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했다.



나도 박수를 받으며 일어나,“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하고 내 딴엔 열심히 불렀으나 한 놈도 앙코르를 청하지 않았다.



김상도, 그 녀석은 우리 보다 덩치도 훨씬크고 나이도 서너 살은 더 위로 보였으며 삼학년은 물론 육학년 아이들도 감히 덤벼들지못했고`시게루’ 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숙제를 안 해 오거나 장난을 치다 선생님께종아리를 맞을때도 눈 하나깜짝하지 않았고 한번은 육학년 여생도가 오줌을누는데 변소 구멍으로 들여다 보다가 남자 선생님께 들켜 죽도록 얻어맞았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침에 동네 아이들과함께 학교에 오다가 운동장에서 개들이 흘레붙어 있는 것을 보고 사범학교를 갓나온 교장선생님의 따님인 여선생님께, “선새임 선새임, 저 개들이 지금 뭐하고 있습니껴?” 하고물었으나 여선생님은 얼굴이 빨개지며 대답도 없이 교무실로 들어가 버렸고 뒤따라 출근하던 교장선생님께, “교장선새임, 저 개들이와 저카고 있습니껴?” 하니, “어! 저거는 개들이 운동한다고 줄 당기기를 하고 있는 거 아니 가, 너희들도 가을 운동회 때 줄 당기기 해보았지?” 라고 하자 녀석은 그 길로 바로 집으로 돌아와,“엄마, 나는 인자 학교 안 갈란다”“와, 선상님한테 매맞았나?”“그런 기 아이고 교장이라 카는 기 개가 흘레붙는 것도 모르고 자꾸 줄땡기기 한다 카는데 그런 학교에서 배울게 뭐가 있겠노?”“……!?”하여튼 녀석은 이런 놈이었다.



그러나 그는 홍수에 떠내려 오는 돼지를 헤엄을 쳐 들어가 건진 적도 있고 서울서 피난온 육학년 덩치와 맞푸레이(단둘의 결투)를떠서 이긴 적도 있는 우리들의 대장이고 영웅이었으며 특히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눈알 같이 부리부리한 눈과 무쇠 같이 단단한 주먹은우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우리학교에서도 있어서도 안 되고 없어서도 안 되는 애물단지로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특기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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