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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

<소설 '1950년 6월'> 2.그 해 길고 무덥던 여름방학(3)

기사전송 2009-06-25, 09: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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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점심을 때우고 나니 또 할 일도 없고비가 너무 잦은 탓인지 날씨도 후텁지근한 게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점심 전에 씨름이나 달리기는 실컷 했고 수건돌리기나 묵찌빠 놀이도 신명이 나지 않아 모두들 하품만 하고 앉아 있는데 대장이 눈빛을 번떡이며, “야, 우리 심심한데 누구 오줌 발이 제일센지 시합 한번해보자, 느그 모두 일렬로 서가자지 한번 꺼내봐라.” 하는 것이었다.



모두 발가벗고 앉아 있는데 꺼내고 자시고할 것도 없이 일어서기만 하면 됐다.



대장은 노오란 풋고추들을 쭉 한번 둘러보더니,“느그는 아직 알라(애기)들이구나, 내 꺼한번 봐라.” 하고는 위풍도 당당하게 내밀어보였다.



정말 눈썹만한 털이제법 나 있었고 모양새도 크기도 색깔도 우리들것 하고는 사뭇 달랐다.



“아가들아 느그는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남자고 여자고 어른이 되마겨드랑이 하고 오줌 누는데 모두 터래기가 나는법이다, 그기 아 하고 어른하고 차이다, 그라고남자는 열다섯 살만 되마수염이 나지만 여자는 백살이 되도 수염이 안 나는 거야, 그래서 남자는나이가 적어도 나이 많은여자보다 더 높은 거야.” 하고는 나지도 않은 수염까지 쓰다듬으며 한 손을 옆구리에 걸치고 거만하게 팔자 걸음을 해 보였다.



나는 대장의 노는 꼴이 하도 아니꼬워 불쑥한마디 던졌다.



“아는 척 하지 마라, 어른도 안 난 사람만 있더라.” “촌놈 저거 또 빙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른이 누가 안 났드노, 느그 엄마가 안 났더나 누부야(누나)가 안 났더나?” 촌놈에다 병신취급까지 당하고 엄마와 누나까지 들먹이자나는 그만 약이 머리끝까지 올라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선생님이 안 났더라와?” 하고 대들었다.



“니가 우예 우리선새임 꺼를 다 봤노?” “정길이 집에서 목물 할 때 봤다 와, 겨드랑이에아무것도 안 났더라.” “목물할 때 봤으마 니노지까지 다 봤겠네?” 니노지라는 말에 나는 그만 정신이 번쩍 들어, “그냥 재미로 한번 케봤다.” 하고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자슥은 급장이라 카는 기 큰일날 소리 하고 있네, 소문나마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여섯 명은 다 죽는다, 느그들 다른데 가서 오늘 이야기 하마 절대로 안된데이, 우리 입막(입막음) 하자.” 하고는일일이 새끼손가락을 다 걸어 다짐을 받으면서눈깔사탕 한 개씩을 주었고 우리들의 입은 영천장 바소쿠리처럼 크게 벌어 졌다.



그리고 대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자, 우리 목(멱)감으로 가자.” 하고 옆에 있는놈의 옆구리를 툭 찼다.



우리들은 대장을 앞세우고 팔을 높이 흔들며일 열로 발을 맞춰 가면서 큰소리로 합창을 했다.



“갓떼 구루마 동태 누가 돌렸노 집에 와서 생각하니…” “좆 땡겨라 빠이롱(바이올린) 시라라 하모니카 불어라…”대장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는 대낮부터 소주에 취해 있었고 엄마는 울었는지 눈이 부어 있었으며 누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대장은 멋쩍은 듯이 자기집으로 가버리고 나는엄마를 껴안으며 슬쩍물어봤다.



“엄마 와 울었노, 아부지 하고 싸웠나?”“내가언제 느그 아부지 하고싸우는 거 봤나, 그냥 속이 좀 상해서 그렇다.”“와, 뭣 때문에?”“정낭(변소)이 넘치고 비도 새고구더기가 들 끓는데 손볼사람이 있어야제.”“옆집머슴보고 좀 해 돌라 카마 안되나?”“그기 우예맨입에 되노, 쌀밥 해가점심 먹이고 답배 한 갑에 술 한 되는 받아줘야되는데 전쟁이 터진데다가 한여름에 누가 옷을해 입어야 돈이 들어오지.” “엄마는 우리 재봉틀로 동네사람들 옷 다 공짜로 고쳐주는데 우리집일은 꼭 밥 먹이고 술 받아 줘야 해주나?” “그거는 사람이나 일에 따라 다 다르다 아이가, 더 이상 이바구 하지 마라.”아버지가 똥 지게를 지는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정말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지만 한마디 안 할 수 없었다.



“아부지는 와 똥 지게를 못 지는데, 당하면 당하는 데로 해야 될 꺼 아이가?” “대학까지 나온양반이 우예 똥 지게를 지겠노, 지게라고는 평생에 한번도 안 져봤는데.” “그라마 내가 질께, 지금 세상에 양반 상놈이 어딧노?” “니는 아직 작아서 어른지게 못 진다, 쪼끔 기다려 봐라, 뒷집에 칠바우한테 한번 부탁해 보께.”아버지는 오백석 중농의 외아들로 태어나 할아버지가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바람에 적지 않은 재산을 다 없애고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한천재가 되고 말았으며 태평양전쟁(제이차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동료교수에게 큰돈을 빌려준 것이 말썽이 되어 학교에서 쫓겨난 후 낙향하여 술로 세월을 보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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