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24일 화요일    단기 4350년 음력 9월5일(甲申)
문화문화

<소설 '1950년 6월'> 3. 술래잡기와 퇴학소동(4)

기사전송 2009-07-16, 10:35:11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싸이로그 구글

"묵을 꺼 다 묵었으마 인자 모두 시제(각자)집에 가거라." 하고 좀 누우려는데, "오늘 학교에서 영순이 하고 정길이 하고 둘이 싸워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아이가." 라고 했다.



"와 싸웠는데?" "영순이가 호진이 니 줄라고알라 대가리 만한 능금을 니 책상 안에 넣어 놨는데 정길이가 알고 꺼내 묵었뿌러가 둘이서싸웠는데 말로 해가 정길이가 당할 수 없으니까 니 하고 영순이 하고 보리밭에서 얼래 달래(얼러리 꼴러리) 했다케가 난리 버꾸통(법고=북)이 안 났나, 니 진짜로 영순이하고 보리밭에서 얼래 달래 했나?"



나는 가슴이 뜨끔했으나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이자슥이 죽을라카나, 조 차뿔라 마, 그런데 정길이 그자슥은와 맨날 비싼 밥 처 묵고 헛소리 해가 사람 입장 곤란하게 만드노, 둘이 싸운 거 선생님도 아나?"



"선새임은 모린다, 그라고 어제는 영순이하고 수자하고 또 한바탕 할 뻔 안 했나." "와,뭣 때문에?" "영순이가 수자보고'호진이 하고내하고 손가락 걸었으니 너는 이제부터 호진이한테 관심 꺼라' 캤는데 수자가 '들어온 돌이박힌 돌 뺀다 카더니 누가 먼저 호진이 하고 짝을 했는데, 나는 못끈다, 전학 온 주제에 니나관심꺼라' 케가 크게 한판 붙을 번 안 했나"



"그래가 우예 됐노, 빨리 말해봐라" "우리 반 아이들이 영순이 하고 수자 하고 양편으로 갈라 져가 이겨라, 이겨라 카는데 마침 선새임이 들어와서 흐지부지 됐뿟다." "아이고 나는 마 그 가시나들 때문에 미치고 폴짝 뛰고 돌았뿌겠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정도로 끝났으마 됐다, 그런데 느그는 와 삐가리(병아리) 새끼처럼 선생님을 쫄쫄 따라 다니며 대장한테 줄 과자까지 느그가 다 묵었뿌노,그 대신에 메뚜기 한 신주머니씩 잡아가 대장집에 갖다 줘라." "선새임이 같이 가자 케서 왔지 안 캤으면 말라고 왔으까바, 그라고 멜띠기는 뭐 때문에 갖다 주라 카는데?"



"과자 묵은값을 해야지, 그라고 대장이 달리기 선수 아이가, 밥도 제대로 못 묵는데 메뚜기라도 마이 묵어야 맞은 것도 빨리 낫고 영천군 운동회에도나가가 일등할거 아이가, 대장이 일등하마 그냥 가만 있겠나?" "그냥 가만 안 있으마 우야는데?" "이자슥은 말귀도 못 알아 묵고 자다가 봉창 뚜드리나, 남의 다리 긁나, 일등하마 지난번처럼 사탕이나 엿을 한가락씩 돌릴 거라는 말아이가." "아 그 말이가, 나는 또 무슨 말이라고, 그런데 내일 학교에도 멜띠기 하고 쥐꼬랑대기(쥐꼬리)를 가져가야 되는데 두 가지를 언제 다 잡노?"



"지금 잡는 거는 대장한테 갖다주고 내일 학교에 가져 갈 꺼는 오늘밤에 잡으마 된다." "개 풀 뜯어 묵는 소리 하고 있네, 캄캄한 밤에 무신 재주로 멜띠기를 잡는다 말이고, 소가 들어도 웃겠다." "느그는 급장이 시키마 시키는 데로 하면 되지 해보지도 안하고 와그래 말이 많노, 말이 많은 놈은 빨갱이라 카는거 모르나, 이따가 밤에 어둡거든 지난 여름에덮고 자던 하얀 이불호청을 나락이삭(벼 이삭)위에 펴 놓으마 메뚜기들이 흰빛을 보고 모두그 위로 기어 올라 와가 밤이슬을 맞으마 날개가 젖어 날지를 못하는 거라, 그라마 내일 새벽에 해뜨기 전에 가서 걷어 오기만 하면 안되나." "에이 참말로… 진짜가, 그라마 쥐새끼는우예 잡는데?"



"쌕쌕이(제트기) 보다 더 빠른쥐새끼를 느그가 우예 잡을라 카노, 헛고생 하지 말고 물이까(물오징어) 다리에 빨판은 떼내버리고 먹칠해가 신문지에 싸서 교문으로 들어갈 때 도라무통에 슬쩍 던져 넣으면 안되나 이등신들아." 놈들은 전봇대에 받힌 기분으로 멍멍히 나를 바라 보았고 나는 대장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얼마나 맞았으면 그 강골이 엉금엉금 기어나왔을까,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안 불었다니정말로 대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됐다.



(보리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약살 돈이 어디있겠노…)나는 엄마에게 전후 사정을 잘 이야기하고 맡겨놓은 삼천 원 중에서 천원을 받아 목욕탕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가장 의심이 가는 놈을불러, "이 돈 대장한테 갖다 주고 약을 사 바르든지 고기를 사먹든지 마음대로 해라 케라." 하며 천 원짜리 한 장을 내 밀었다.



놈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햐- 이렇게 큰돈이 어디서 났노?" "훔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 돈부터 대장 집에 먼저 갖다 주고메뚜기 잡으러 빨리 가거라, 알았제?" "그래알았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 까요, 멜띠기 잡으러 논으로 갈 까요…"
독자한마디 폰트 키우기폰트 줄이기 프린트 요즘 싸이로그 구글
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