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마을이야기] 하늘 울린 선비의 효행·전통문화…살아있는 역사학교
[고령 마을이야기] 하늘 울린 선비의 효행·전통문화…살아있는 역사학교
  • 김상만
  • 승인 2015.08.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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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상북도 마을이야기-고령 개실마을

조선시대 문신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일군 마을

전체 가구 80% 한옥…마을 곳곳 가치 높은 유적

계절마다 다양한 농촌 먹거리 즐길거리 체험도
/news/photo/first/201508/img_172903_1.jpg"개실마을전경/news/photo/first/201508/img_172903_1.jpg"
나지막한 뒷산을 두르고 5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실마을의 전경. 고령 개실마을은 조선시대 문신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이룬 마을이다.
병풍처럼 둘러친 뒷산과 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개울. 전형적인 명당으로 손꼽히는 배산임수 지형에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흙담으로 꾸민 마을 안길과 우물, 기와를 얹은 한옥은 옛 고향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고령 개실마을은 조선시대 문신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이룬 마을이다. 연산군 재위 당시 사림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무오사화(1498)가 일어나고, 사림의 대표 주자였던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했다. 화를 입은 그의 후손들이 이곳으로 피신 와 살기 시작한 것이 17세기 중반. 이때부터 선산 김 씨 일가는 대를 이어 삶의 터전을 이뤘다.

원래 이름은 ‘개화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라는 뜻이다. 음이 변해 개실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20촌 이내의 친척이 모여 살면서 오랜 양반 문화와 유교적 전통을 간직해오고 있다. 제사나 차례를 옛 양식 그대로 지내는 것은 물론, 단옷날 머리감기 등의 세시풍속도 이어져 오고 있다.

개실마을은 무려 5대에 걸쳐 효를 이어온 효자마을이다. 성리학적인 이념과 도덕을 중시 여긴 점필재 김종직의 뜻을 받들어 효(孝)를 중시하는 가풍이 후대로 계승됐다. 입구에는 ‘김씨오세효행사적비’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는 김종직의 7세손인 김시사에서 김선명-김문정-김경복-김치정까지 5대에 걸쳐 내려오는 지극한 효심에 대한 일화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잉어배미의 전설. 9세손 김문정이 병환 중인 어머니를 돌볼 무렵이다. 어머니가 꿩고기 산적을 먹고 싶다고 하자 꿩이 스스로 주방으로 날아들었고, 잉어회를 먹고 싶어 하자 갑자기 작은 배미(못의 옛 이름)에서 잉어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김문정의 효심에 감동해 하늘이 도와준 것이라 여겼다. 현재 마을 옆에 있는 이출지(鯉出池)라는 이름의 못이 바로 잉어배미 전설지다.

개실마을에는 또 다른 전설도 내려온다. 김종직의 6세손인 김수휘에게 어느 날 밤 꿈속에 의적이라 자칭하는 사람이 찾아와 넌지시 절을 했다.

“나으리, 선대에 사화를 당한 뒤 임진란을 겪으면서 가세 몰락하여 인고의 세월이 얼마이십니까? 저희들이 수탈하여 감추어놓은 금화가 뒷산 서쪽 굴 속에 있으니 나으리 가문에 요긴하게 써주시면 저희들은 개과천선하여 양민으로 돌아가 살겠습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김수휘는 하인을 시켜 뒷산에 가보도록 지시했다. 대밭골 서쪽 산에 정말로 굴이 있었고 그 안에서는 금화가 발견됐다. 주인 모를 금화를 얻었다면 당연히 부를 누렸을법한데 김수휘는 이를 관아에 신고하고 청렴하게 생을 이어갔단다. 개실마을 뒷산을 오르는 등산로에 아직도 이 도적굴이 남아 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2903_1.jpg"점필재종택(수정)/news/photo/first/201508/img_172903_1.jpg"
1800년경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점필재 종택. 영남 지역 한옥구조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개실마을은 한옥이 전체 가구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잘 보존돼 있다. 그 중에서도 김수휘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점필재 종택은 민속자료 제62호로 지정됐다. 안채, 사랑채, 고방채를 갖춘 영남 전통한옥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으며 건물 주변에는 흙과 돌로 된 담장이 둘러싸고 있다. 정침(正寢)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있어 대쪽 같은 선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현재 17대 종손 김병만 씨가 종택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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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는 선산 김씨 일가의 터전임을 알 수 있는 비석들이 세워져있다. 맨 왼쪽이 5대에 걸쳐 내려오는 효심을 기리는 김씨오세효행사적비.
이 밖에도 마을에 들어서면 보이는 도연재는 문화재자료 제111호, 점필재의 문적유품은 경북유형문화재 제209호로 지정되는 등 마을 곳곳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개실마을이 지닌 유·무형 문화유산들은 현대에 와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관광 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2001년 행정자치부의 ‘마을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엿 만들기, 떡 만들기, 유과 만들기, 두부 만들기 등 먹거리 체험에서부터 그네뛰기, 연날리기, 얼음썰매타기, 널뛰기 등 전통놀이까지 마을 내 시설을 활용해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췄다.

한옥 민박체험도 가능하다. 한옥이지만 현대식 화장실과 목욕탕을 갖춰 불편함을 최소화시킨 것이 장점. 마을 내 전통가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고즈넉한 고택의 매력에 듬뿍 빠져볼 수 있다.

작은 마을을 관광자원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제6회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 대상 수상에 이어 2011년에는 대한민국농어촌마을대상 색깔 있는 마을 부문 대통령 표창 수상, 2014년 제8회 도농교류 농촌사랑대상 마을리더부문 대통령 표창, 한국농촌관광 경영대상 수상 등 연이은 수상 성과를 기록하며 전국 농촌마을의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개실마을 체험프로그램

꽃 피는 봄에는 빨갛게 매달린 딸기를 수확하고, 여름에는 대나무 물총을 쏘고 뗏목을 타며 더위를 내쫓는다. 가을이면 고구마를 캐고, 겨울에는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타며 추위를 잊은 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개실마을. 계절에 따라 아이들은 물론 부모 세대에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사전에 미리 체험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체험문의 : 054-956-4022

◇전통 음식 만들기

전통 엿, 떡메치기, 유과 만들기, 칼국수 만들기, 두부만들기 등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엿만들기 체험의 경우 전체 3일이 소요되므로 최소 3일 전에는 체험신청이 완료돼야 한다. 20~30명 이상 단체일 경우 신청 가능하며 비용은 1인 5천원에서 6천원.

◇딸기 수확 체험

3월에서 5월까지 고령의 특산물 딸기를 직접 따서 먹어볼 수 있다. 딸기 농사일정과 품종별 특징, 선별방법, 유통 과정 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뒤 직접 딸기밭에서 수확하는 체험이다. 수확한 딸기는 500g 포장 용기에 담아갈 수 있다. 비용은 월별 시세에 따라 1인 5천원에서 1만원까지.

◇전통 차 시음

전통한옥으로 꾸며진 랑 도예공방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를 시음할 수 있다. 차에 관련된 이야기와 예절, 맛을 음미하는 방법 등을 체험한다. 참가비용은 1인 1만원.

◇예절교육

강학 장소인 도연재 마루에서 훈장에게 전통 예절과 문화를 배운다. 가족, 부모, 형제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효와 우애의 본질을 깨우칠 수 있도록 인성을 가꿀 수 있는 체험. 1인 5천원.

고령=추홍식기자 chhs@idaegu.co.kr

◆대가여 품은 문화의 땅, 고령 여행

개실마을이 위치한 경북 고령은 신라, 백제, 고구려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 곳곳에 체험거리가 많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최근 종영한 KBS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

대가야 도읍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주산 능선 위에 5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70여기의 고분이 모여 있다. 가야 지역 최대 규모의 고분군이다. 큰 고분은 지름 20m가 넘고 중간 정도 크기의 고분도 지름 10m가 넘는 것이 많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면서 국내외에서 이목을 모으고 있다. 사적 제79호. 문의 : 054-950-6060

◇우륵박물관

가야금 창시자인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보관·전시한 박물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야외전시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가야금의 형태를 본 따 지은 건물 모습이 재미있다. 박물관 내 공방에서는 가야금을 직접 제작해보는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잊혀 가는 전통 음악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도 인기다. 문의 : 054-950-6789

◇산림녹화기념숲

고령군 대가야읍 장기리에 있는 산림공원이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환경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산림문화전시관에서는 황폐했던 낙동강 유역 산림의 녹화과정을 그래픽과 영상물로 볼 수 있으며 향기체험관에서는 나무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연료를 활용해 향기 제품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다. 문의 : 054-950-6576

고령=추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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