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마을이야기] 이곳에서 신라불교 뿌리 내려…마을 안팎에 문화유산
[구미 마을이야기] 이곳에서 신라불교 뿌리 내려…마을 안팎에 문화유산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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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신라불교초전지

고구려 승려 아도, 마을로 와

모례의 집에서 불법 전파 시작

집 터엔 당시 사용한 우물 남아

기념관서 불교 역사 ‘한눈에’

주륵사 절터엔 통일신라 폐탑

불국사 삼층석탑 높이로 추정

도개면에 궁기리석불상 남아

다음 세대 불교 발전상 보여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서 아도화상을 만나보자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신라불교초전지마을전경/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하늘에서 바라본 신라불교초전지마을. 푸른 논밭으로 둘러싸여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의성, 군위와 경계를 이루는 구미의 끝자락. 청화산과 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낙동강이 남북을 가르며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농촌마을로 보이는 이곳은 신라불교가 처음으로 전래된 신라불교초전지마을이다.

1600년 전 눌지왕이 신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다. 당시 신라에는 불교가 전파되지 않아 사람들은 승려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게다가 불경을 읽는 소리가 괴상한 주문처럼 들리기도 해서 경계하는 사람도 많았다. 불교 포교를 관에 고발하면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

이 때 중국에서 불법을 배워온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신라로 넘어오게 된다. 아도화상은 모례(毛禮)라는 사람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농토가 많고 가축을 많이 길러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모례는 일찍이 고구려를 자주 왕래했다. 덕분에 승려를 이따금 보기도 했고 나름의 신심도 가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박해를 당하고 있는 아도화상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뒤뜰에 있는 굴에 숨겨주었다.

아도화상은 모례의 집에 숨어 밤마다 사람을 모아 불법을 전파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신라에 불교를 전파할 씨앗이라 여겼다. 서라벌로 가서 불교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때마다 반대에 부딪혔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며 모례의 집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궁에서 사람을 보냈다. 공주가 갑자기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위독한데 어떤 약도 효험을 보지 못했다는 것. 영험한 승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말에 불교를 알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아도화상은 곧장 궁궐로 달려갔다. 공주가 누워있는 방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지극한 불공을 드렸다. 염불을 외고 경을 읽으며 공주가 깨어나기를 빌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공주를 보며 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도에게 큰 상을 내리고 흥륜사 등 일곱 개의 절을 지어주었다.

불교를 공인받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잠시. 왕이 승하한 후 불교에 대한 박해는 더욱 심해졌다. 아도는 다시 몸을 피해 모례의 집으로 돌아왔다. 모례는 아도를 머슴으로 변장시켜 낮에는 소와 양을 1천마리씩 기르고 밤에는 은밀하게 포교를 지속하도록 도와주었다.

신라불교초전지마을이 위치한 구미시 도개면 도개리가 바로 아도화상과 모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신라 불교의 발상지다. ‘불교의 길이 열렸다’해서 도개(道開)라 한다. 아도가 소와 양을 길렀던 곳은 ‘양천골’, ‘우천골’로 불리고 도개동의 윗마을에는 외양간이 있었다고 해서 ‘우실’이라고 부른다. 지명만 보더라도 신라 불교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모례정3/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아도화상이 모례의 집에서 머물 때 사용한 우물 모례정. 아직까지도 맑은 샘물이 솟고 있다.

모례의 집터는 현재 도개 2리 361번지로 추정된다. 지금도 아도화상이 모례의 집에 거주할 당시 우물로 사용하던 모례정이 남아있다. 일반적인 우물이 둥근 모양인데 반해 모례정은 직사각형의 돌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짜고 3m 깊이의 바닥에 두꺼운 나무판자가 깔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례정의 바로 옆에는 2001년 준공된 신라불교초전기념관이 있다. 불교가 처음 신라 땅에 뿌리내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신라불교의 발전 과정을 비롯해 한반도의 불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아도화상과 모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그림. 현재 기념관을 관리하고 있는 김시용씨가 구전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들을 덧붙여 설명해준다.

마을 안팎으로는 신라불교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청화산 주륵사 절터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탑이 있다. 주륵사는 동국여지승람과 일선지에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큰 사찰이었으나 현재는 파괴된 석탑재와 초석만 남아있다. 여러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을 살펴보면 삼층석탑 또는 오층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있는 옥개석의 길이가 2.32m에 달해 경주 불국사의 삼층석탑에 못지않은 웅장함을 뽐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불교가 다음 시대로 이어지며 발전된 모습을 보인 흔적도 있다. 도개면사무소에서 100m 올라가면 도개 중고등학교 정문 좌측에 경북 유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된 궁기리 석불상이 있다. 원래 발견된 곳은 궁기2리 부처골이었으나 1973년 현재 위치로 운반됐다. 두 개의 불상 중 하나는 신광 일부와 전면이 파손됐고 뒷면은 비로자나불이 음각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신광과 얼굴, 손이 유실됐으나 수려한 조각이 남아있다. 광배가 뚜렷하고 조각이 섬세한 이 불상은 문화재로 지정됐다. 단아한 형태미가 돋보이는 고려시대 대표적인 석보살좌상의 하나로 손꼽힌다.

구미=최규열기자 choi6699@idaegu.co.kr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서 아도화상을 만나보자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모례장자집에서설법하는아도화상/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모례의 집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 아도화상. 마을 내 세워진 신라불교초전기념관에서 아도화상과 모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도리사

구미시 해평면 냉산에 있는 신라 최초의 사찰이다. 아도화상이 포교를 위해 서라벌을 다녀오는 길에 눈 덮인 산 중턱에 복숭아꽃, 배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절을 지어 도리사(挑李寺)라 이름 붙였다. 1976년 세존사리탑 보수 공사 중 아도가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러 넘어왔을 때 모셔온 석가모니 진신사리(眞身舍利)가 금동육각사리함에 봉인된 채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리사 남쪽에는 아도화상이 앉아서 도를 닦았다는 좌선대가 있다.

◇아도화상 사적비 및 도리사불량답시주질비

도리사 남쪽 사면의 소나무숲에 두 개의 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고구려에서 신라로 넘어와 불교를 포교한 아도화상의 내력이 상세히 적혀 있는 아도화상 사적비와 당시 도리사 신도들이 논과 밭을 시주한 내역을 담고 있는 도리사 불량답시주질비다. 17세기 중엽 또는 18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문의 내용과 비석의 조각 등 역사적 보존 가치가 뛰어나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91호로 지정됐다.

◇금호연지

해평면 금호리에 있는 금호연지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식물(2급) 가시연꽃의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8월쯤이면 홍련이 가득 피어올라 전국 방방곡곡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도화상이 “이 못에 연꽃이 길이 피거든 나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알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구미=최규열기자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맛있는 먹거리로 여행의 피로 훌훌~/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신라 불교의 유적지를 둘러본 뒤에는 향토색 짙은 먹거리로 여행의 마무리를 짓는 것이 어떨까. 오랜 세월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신라불교초전지마을의 맛집을 소개한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멍석1/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대를 이은 40년 전통 맛집 ‘멍석’의 장어구이.

△보양식 끝판왕 ‘멍석’ 장어구이

신라불교초전지마을 초입에 위치한 ‘멍석’은 장어 연탄구이 전문점이다. 낙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여유를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국산 장어만을 사용해 연탄불에 직접 구워먹는 장어는 맛도 영양도 일품. 대를 이은 40년 전통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음식에서 느낄 수 있어 수십 년째 이집만을 고집하는 단골들이 줄을 잇는다. 가격은 기본 2인분 6만원. 문의 : 054-474-0794

/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선주한정식1-1/news/photo/first/201508/img_173157_1.jpg"
토속적이고도 정갈한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 ‘선주한정식’의 선주특정식.

△정갈하고 푸짐한 한상차림 ‘선주한정식’

다양하고 풍성한 정식을 원한다면 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선주한정식’을 추천한다. 불고기와 생선구이, 파전, 청국장, 나물류 등 주인장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푸짐한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토속적이면서도 정갈한 맛에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불고기가 포함된 선주특정식의 가격이 1인당 1만 2천원. 문의 : 054-482-2104

구미=최규열기자 choi6699@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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