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위반…‘내멋대로’ 유권해석 뭇매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위반…‘내멋대로’ 유권해석 뭇매
  • 정민지
  • 승인 2016.10.11 18: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감, 권익위 준비부족 질타

김영란법 매뉴얼 등 분석 결과

사회 통념상 규제 지나치거나

같은 상황 직급 따라 적용 달라

자의적 해석에 혼란 가중 비판
“긍정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데, 부정적으로 보면 모든 게 걸리는 법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대구 모 구청 공무원은 최근 “예외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키로 했다”고 시각 변경 사실을 밝혔다. 그는 ‘원활한 직무 수행’ ‘공식적인 행사’ ‘사교·의례’ 등 예외사유 속 표현을 언급하며 “캔커피는 되는지 등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으로 김영란법을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 보름을 맞으며 대중의 관심이 단순 법해석에 치우쳐 있어 법 제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앞서 공무원의 사례처럼 법 조항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되나, 안되나’ 허용여부 논란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해줘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권익위의 입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국민권익위 국정감사에서도 혼란을 가중하는 김영란법 해석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김종석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해설집, 매뉴얼, 보도자료, 홈페이지 Q&A 등 유권해석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을 혼란케 하는 사례를 조목조목 정리했다.

◇직접적 직무관련성

스승의날 학부모 혹은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도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사회통념 상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익위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는 상시 성적·평가 등 ‘직접적 직무관련’이 있으므로 ‘3-5-10’(김영란법 예외규정인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범위를 의미함. 단위는 만원)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사를 다른 공직자에 비해 과도하게 규제하는 점도 문제지만 애초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직접적 직무관련’이라는 개념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상시적으로 인사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인사과 직원은 모든 직원과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어 만약 결혼식을 한다면 직원 누구도 축의금을 낼 수 없다는 극단적인 가정도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직접적 직무관련성은 법을 만든 국회에서조차 논의하지 않았고 권익위가 공무원 윤리강령에 나온 개념을 준용했다”며 “이 규정이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꼬집었다.

◇원활한 직무수행

행정기관용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따르면 예산 기간 중 기재부 직원에게 타 부처 직원이 원활한 직무수행을 이유로 식사하는 것은 ‘3-5-10’ 기준내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같은 경우라도 장관에겐 다른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권익위 Q&A 사례집에서 타 부처 장관이 기재부 장관에게 예산 관련 협의를 하는 경우에는 ‘3-5-10’ 기준에서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종석 의원은 “똑같이 예산 협의를 하는데 직원과 장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며 “권익위의 법 적용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업무 특성 고려

김영란법은 직무관련 외부강의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사례금 기준도 대통령령으로 정했다. 사립대학교 교수들까지 법 적용 대상이다. 권익위의 국내교수와 외국교수의 사례금에 대한 유권해석을 보면 세계적 석학 수준의 국내 사립대 교수는 최대 1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고, 외국대학의 교수는 청탁금지법에 해당되지 않아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대학 교수들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실적을 갖고서도 국내 시장에서 그 가치에 걸맞는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 대학 교수들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이 낮은 사례금 탓에 지방에서 강의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두고 공무원은 본연의 직무 외 강의를 하는 것이지만 교수의 경우 학문을 전파하는 것이 본연의 직무라는 점에서 업무 특성은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