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사랑’으로 갈라진 정치 인식
‘분노’와 ‘사랑’으로 갈라진 정치 인식
  • 승인 2017.02.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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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사이에 뜨거운 설전이 펼쳐졌다. 안 지사의 이른바 ‘선의(善意)’ 발언으로 촉발된 두 후보 간의 ‘분노와 사랑’의 논쟁이다. 근본적으로는 두 대선 주자들의 정치 방식이나 집권 목적에 대한 인식이 분노냐 사랑이냐의 논쟁이다. 서로가 확전을 바라지 않아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의 정치 인식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발단은 19일 안 지사의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 했는데 뜻대로 안 됐던 것’이라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것 같은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다음 날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선의의 발언에는 분노가 빠져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즉시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맞대응했다. 이런 식으로 두 대선 주자가 정치를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며 충돌한 것이다.

논쟁은 21일 이후에도 계속돼 문 후보는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지만 국민은 적패 청산과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말을 받아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그 실천과 마무리는 역시 사랑”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안 후보는 자신은 분노를 적극 표출하기보다는 모든 갈등을 해소하려는 사람이라며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이해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 분노 논쟁은 양쪽의 무마 발언으로 봉합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두 후보 간의 단순한 말싸움이아니라 정치를 보는 서로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계속해서 ‘대청소론’을 강조해 왔고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주장해 왔다. 평소에도 문 전 대표는 ‘혁명’이라는 개념의 단어를 자주 써 왔고 안 지사는 ‘화합’을 떠올리는 단어를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김정남 암살이 ‘권력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피의 숙청을 권력의 속성으로 파악하는 마키아벨리즘의 일면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그는 현재 문 후보의 국정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다. 권력이 대청소의 수단이냐 아니면 화합의 계기이냐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바로 국민이 그 대청소 혹은 그 화합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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