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자식, 떠나보내는 심정이라예”
“장성한 자식, 떠나보내는 심정이라예”
  • 대구신문
  • 승인 2017.04.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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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4지구 철거 시작

7월 초 마무리 예정

피해 상인들 만감 교차
“20년 잘 키워 놓은 자식놈 멀리 떠나 보내는 심정이라예.”

지난해 말 대형화재로 점포 679곳이 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건물 철거가 24일 본격 시작됐다. 불이 난 지 약 5개월만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문시장 4지구. 2m가 훌쩍 넘는 철제 가림막 너머로 “우르릉…쿵” 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4지구 인근에서 만난 화재 피해 상인 최모(여·68)씨는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이후 5지구로 옮겨 영업 중인 최씨는 “20년 동안 저기(4지구)서 자식들 입히고 먹이고 학교도 보냈다. 가족을 잃은 것이나 매한가지다”며 “이미 잿더미가 된 건물이지만 부서진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번 망연자실하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은 검은 재로 가득했다. 건물은 모두 타버려 앙상한 뼈대만 남았고, 무너져 내린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계단이 있는 건물 북동편은 더욱 처참한 상태였다. 현장 직원들은 “잘못 건드리면 금방 무너질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라며 혀를 찼다.

철거를 맡은 업체는 압쇄기를 매단 포크레인 3대를 투입해 건물 내외부 잔여물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또 비산 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작업 내내 호스로 물을 뿌렸다.

이날 공사 현장 인근 상인들은 소음과 먼지 발생 등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장사를 망친다”며 큰 소리로 욕설을 늘어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업체는 상인과 시장 손님들의 편의를 고려해 상가 영업이 종료되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개장 전까지 철거 작업을 벌인다. 건물을 부수는 주요 작업은 야간에 실시키로 했다.

전성욱 업체 소장은 “낮에는 주로 건물 내외부에 남은 잔여물을 정리하고 소음이 큰 건물 해체 작업은 야간에 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작업을 위해 주변 상인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 초순께 철거가 마무리 되면 4지구 번영회는 재건축 조합을 구성해 건물 신축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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