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트럼프가 만나는 날
문재인과 트럼프가 만나는 날
  • 승인 2017.06.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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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정도 없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영원한 진리다. 나라와 나라끼리의 외교관계에서 사용되는 말이지만 국내정치에도 이 말은 그대로 통한다. 한번 적이었다고 해서 영원히 적으로 취급된다면 국제간의 교류는 불가능할 것이다. 적으로 사느냐 우정으로 사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달렸다.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그 실태를 볼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무력으로 강제 합방했던 원수의 나라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싸웠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일본경찰에게 참혹하게 죽어갔다. 그들은 조국을 영구히 말살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말과 글을 없애려 했고 심지어 창씨개명을 통하여 근본을 제거하는 작업을 강력하게 전개했다. 한민족의 역사를 왜곡하여 원래부터 일본의 부속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조작조차 서슴지 않았다.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허울 좋은 구호를 내걸어 한국과 일본의 동일체를 꾸며냈다. 한민족은 비록 일제 치하에서 모진 고통을 받으면서도 3·1만세, 6·10만세, 광주학생운동 등 한민족의 정체성을 만방에 표방하며 굽히지 않고 싸웠다. 광복을 이룬 후 20년 만에 양국은 협정을 체결하여 수교를 텄다. 식민지였던 한국이 지배세력과 화해함으로서 적이 아닌 벗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던 양국이 이제는 대등한 수교관계를 유지하며 호혜(互惠)의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가장 오랜 세월 한반도를 위협해 왔다. 신라와 힘을 합쳐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후 고구려 옛 강토를 통째로 집어 삼켰고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걸핏하면 침략을 자행하여 조공을 강요했다. 일제 강점 시에는 상해임시정부를 보호하고 물심양면의 협조와 지원을 했던 때도 있긴 하다. 그러나 장개석을 대만으로 내쫓고 공산주의를 구축한 모택동은 북한 김일성정권을 보호하며 6·26전쟁에 인해전술을 구사하는 중공군을 참전시켜 남북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깨트리고 말았다. 참으로 절치부심할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살 수 없는 게 국가 간의 관계다.

한국과 중국은 현실적으로 척지고 살 수만은 없는 지정학적 관계에 있다. 우리는 대만과의 수교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하나의 중국’론에 동조한 것이다. 중국은 비록 공산주의를 버리진 않았지만 모택동 사후 등소평이 등장하여 시장경제국가가 되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값싼 상품을 전 세계에 팔았다. 세게 최빈국의 하나였던 중국은 이제 미국을 넘보는 G2로 변모했다. 한국은 절대 우위였던 미국과의 교역량이 이제는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양국의 관광교류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했다.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그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하여 배치하기로 한 미군사드가 양국 관계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안보상 필요하면 적절한 무기 체제를 갖출 수 있다. 다만 핵무기만은 국제 원자력기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북한도 이 기구에 가입했다가 본격적인 핵개발에 착수하며 탈퇴했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갖췄다. 미·중·러·일과 남북한은 이른바 6자회담을 통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북한의 완강한 거부로 돌이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국을 겨냥한 북핵의 존재는 생존권을 위협한다. 2만8천의 미군을 주둔시키는 미국은 한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핵위협을 벗어나기 위해서 사드는 필요한데 중국이 절대반대다. 북핵을 저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는데 그에 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고 사드만 문제 삼아 한국을 압박한다. 수교 이후 가장 나쁜 관계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관광교류도 중단 일보 전이다. 이 판국에 우리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문재인정부가 새로 탄생했다. 문재인은 6월 28일 미국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연다. 이들이 만나서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문제는 한국의 안보다. 그 중심에 사드가 있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만한 큰 가치는 아니다. 전략전술상 방어무기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간에는 대통령들이 나서서 승강이를 벌인다.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트럼프는 이미 사드비용을 한국에서 부담하라고 엇박자를 놨다. 문재인은 사드추가배치를 환경영향평가 후에 해야 된다고 못을 박았다. 별로 크지 않았던 문제가 핵심요점으로 변했다. 사드 4기 추가배치는 사드의 기본운영체계다. 환경평가를 이유로 1~2년 미룰수록 손해는 우리가 본다. 문재인은 트럼프와 만났을 때 선수로 이를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외교의 결단은 빨라야 한다.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시간을 끄는 가장 졸렬한 외교술이다. 양쪽에서 뺨맞기 딱 좋다. 문재인의 선수에 트럼프는 까탈을 잡아야 하는 특유의 수법을 잃는다. 문재인대통령이 이슈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것이다. 말썽을 무릅쓰고 임명된 강경화외교부장관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 간의 경제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리라고 본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온존할 때 우리는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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