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주머니 속 여자가 외친다
좋은 조건의 대출상품 있다고
동창모임 있다고
심지어는 벗은 여자 사진 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댄다
버튼을 눌러 말문을 막아버리자
마침내는 온몸을 부르르 떤다
참 성질 대단한 여자
주머니 속의 여자
◇유자효=1972년 <시조문학> 통해 등단
시집 <성수요일의 저녁>, <내 영혼은>, <짧은 사랑>, <성자가 된 개>, <주머니 속의 여자>
산문집 <피보 씨는 지금 독서중입니다>, <라라의 투쟁>, <세상의 다른 이름> 등
정지용 문학상, 유심작품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감상> 요즈음 휴대폰은 없어서는 안 될 현대인들의 필수품이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나 또한 휴대폰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하루라도 없으면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휴대폰, 시도 때도 없이 시간, 장소 불문하고 울려올 때면 주위사람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곤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시끄러운 휴대폰을 가지고 말문을 막아버리자 온 몸을 부르르 떠는 성질 대단한 주머니속의 여자로 재미있게 한 편의 시로 표현해 주었다.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일상생활 속 현대문명의 편리한 기계로 자리 잡은 휴대폰, 편리한 만큼 예의를 지키면서 제대로 사용한다면 더없이 좋은 주머니 속의 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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