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에 더 익숙해지기 전…‘청년수당’ 희망사다리 놓자
포기에 더 익숙해지기 전…‘청년수당’ 희망사다리 놓자
  • 김종현
  • 승인 2017.10.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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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청년수당 토론회’…필요성·운영 방향 논의
기본권 위협받는 청년들
저임금·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정에
3포 세대 등 자조적 신조어 유행
니트족 작년 기준 122만여명 추산
사회보장제도 보완 필요성 제기
선심성 정책·모럴해저드 반대 목소리
효율성 따지기보다 보장의 원리 접근
청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해
대상자 선정 기준·사용처 불신 등
청년수당토론회1
최근 중앙정부와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에 대한 현금성 지원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대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전문가, 지역청년, 시민이 함께 모색하는 ‘청년희망 공감토크-청년수당에 대하여’ 토론회가 16일 오후 3시 대구 북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전영호기자

청년수당 사각지대인 대구에서 16일 대구시 주최로 청년수당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경북대 경상학부 박상우 교수는 ‘청년들의 삶을 응원하는 청년수당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청년수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수당, 왜 필요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본다.(편집자주)
현재 한국에선 청년세대 사이에 ‘안정적인 내 집마련’을 둘러싸고 계급간 차이가 심화되고 있다. 3포 세대를 넘어 결혼으로 가야하지만 소득이 없는 청년들은 집도 포기하고 결혼도 포기한다. 이러한 빈부격차는 청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의 불안을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문제가 심화되고 부정적인 노동시장 성과가 결합되면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박상우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청년세대가 괜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 △경기둔화로 인한 전반적인 노동수요 위축 △경력직 선호 고용관행의 지속 △노동시장 수요-공급의 미스매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지속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구직활동 기간을 연장하거나, 취업준비 혹은 니트(NEET·학생도 아니고 직장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은 젊은이.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선택 등 청년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또 4년제 대졸자들의 취업사교육 경험 및 비용이 증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청년문제는 노동시장 영역(고용)만이 아니라, 비노동시장 영역(교육, 주거, 의료, 문화 등)문제점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감소하고 실업률은 증가해 불안정 고용이라는 이행기 노동시장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초단시간 시간제 취업자 일자리 중 70대 이상 고령자 다음으로 20대 청년이 많아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높다. 기존의 사회보험제도는 노동시장에 고용된 자에 국한되기 때문에, 청년들의 경우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위 사회 밖 청년(disconnected youth)들은 소득상실, 취업능력 잠식, 생애소득 감소, 사회적 배제의 위험에 처해 있으나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보장 제도는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한국의 니트 청소년 규모 파악’ 연구에 따르면 무직 청소년ㆍ청년(15~29세)은 122만8천여 명으로 추산된다.(통계청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자료) 청년 니트의 비활동 및 장기 실업상태는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인적자본 형성 기회를 줄어들게 하고, 아울러 국가재정 수입을 줄어들게 한다. 니트 추산 연령별로는 15~19세 11만7천여명(3.9%), 20~24세 41만2천명(13.4%), 25~29세 69만9천명(20.9%)이다. 청소년 니트족은 노는 것이 좋아서(38%),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22.5%), 하고 싶은 게 없어서(18.3%)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윤철경 연구팀은 “학교 밖에서 폭력이나 비행 등 규범을 어기는 유형과 달리 무업형ㆍ은둔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발굴도 어렵고 문제가 당장 드러나지 않아 정책적으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청년들은 생애설계를 위한 최소한 삶의 기반을 꾸리지 못하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전세대에 걸쳐 가장 높은 자살충동(47.2%)을 느끼는 등 기본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청년보장제도로 눈을 돌려보자.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청년보장 평가를 위한 학술 위원회’에서 중간 보고서를 발간하고 ‘청년보장제도’ 참여를 위한 5가지 조건을 마련했다. 우선 연령을 16~25세로 하고 NEET 상태인 청년을 포함시켰다. ‘미씨옹 로칼’ 집중 동반 프로그램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는 자로 규정했는데 미씨옹 로칼은 1만3천 명의 청년들이 1인당 433유로(한화 약 60만 원)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미씨옹 로컬의 상담 직원이 청년의 구직과 사회진입 준비과정 전체를 개별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코칭해 주고 현금수당으로 청년보장 수당 알로카시옹(allocation)이 나간다.

한국에서처럼 수당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 증명할 필요도 없다. 참여 청년들이 극빈층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보장 수당이 가족 생계비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는 수당의 사용처 제한이 없고 사회약자 배려형, 상호 의무부과형, 활성화프로그램 결합형이다. 경기도는 수당의 사용처를 구직활동으로 한정하고, 월말 사후정산을 해야한다. 인천시는 중앙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구직지원사업) 연계형이고 광주시는 청년인턴제+교통비 지급으로 한정하고 있다. 성남시는 기본소득 모델로 만 24세 성남거주 청년에게 일괄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청년수당에 대한 찬반 논의

청년수당 찬성론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니트를 지원하는, 사회보장급여의 누락을 보완하기 위해 신설되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지급 논란이 있지만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영수증을 모두 제출해야 하는 제도’로, 사후 모니터링과 증빙서류 검증 등을 통해 사용처에 대한 불신 문제는 충분히 예방가능하다.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박상우 교수는 6개월 동안 50만원 정도를 받자고 자기 미래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간 재정규모의 차이나 재정자립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청년들에게 유용한 제도이고, 꼭 필요한 제도라면 중앙정부가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반대론으로는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이 부족해 공공재원으로 지원하기에 적절치 않은 항목이 있으며, 청년수당 사용처에 대한 모니터링 보완과 사업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취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성실한 청년들의 꿈과 의욕을 좌절시킬 뿐이며, 청년 실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 많다. 고용노동부와 일부 전문가는 이 정책이 상호의무원칙(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참여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 않아 종국에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하면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현금을 지원하는 선심성 정책이 양산될 것이며, 이는 복지 혜택의 지역별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청년수당 등 청년에 대한 다양한 지출을 단순한 투자로 볼 것이 아니라, 청년에 대한 권리의 보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투자의 원리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청년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는 보장의 원리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존 정책들은 청년 당사자가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가 열악함을, 스스로 불행함을 증명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청년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직포기 상태로 전락하고 사회와의 연결성이 취약해지기 전에 청년이 다시 구직 의욕을 가지고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며, 이행과정의 위기가 생애 전반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개입해, 상담부터 전략수립, 직업훈련, 경과형 일자리 제공, 일자리 알선에 이르기까지 맞춤형의 단계별 공공고용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실질적으로 소득을 보전하고 생활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현금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각 지방정부들이 시행하고 있는 청년수당 사업에도 문제가 있다. 지자체별로 실시하다보니 일정한 기준이 없다. 재정형편이 좋은 서울과 경기도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들의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시행을 해서는 안되지만 자칫 더욱 큰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날 청년수당 토론회 참가자들은 청년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모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만큼 청년들의 삶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방정부에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국 8개 광역지자체와 1개 기초 지자체 등 9곳에서 청년수당이 지급되고 있지만 대구는 제외돼 있다. 단지 청년수당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구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청년수당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청년수당을 무조건 지급해야 된다는 말은 없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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