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의성’ 세계에 알린 마늘소녀들의 반란
‘시골마을 의성’ 세계에 알린 마늘소녀들의 반란
  • 이상환
  • 승인 2018.02.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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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아시아 최초 올림픽 銀
세계 강호 잇단 격파 ‘이변’
11경기 9승 2패 ‘유종의 미’
외신들도 훈련장 취재 경쟁
신화창조 작전명은 ‘영미~’
수많은 패러디·유행어 생산
불모지서 ‘세계의 중심’으로
은메달목에건여자컬링대표팀
장하다! 경북의 딸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은정(오른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5만3천여명에 불과한 소도시 경북 의성이 세계가 주목하는 컬링도시로 조명받고 있다.

‘팀 킴’, ‘김 씨스터즈’라 불리는 경북체육회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획득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여자 컬링 참가 10개 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예선부터 이변을 연출하며 세계 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 했다.

여자대표팀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아쉽게 패해 금메달은 놓쳤지만 한국 최초의 성적인 올림픽 은메달을 수확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총 11경기를 치러 9승 2패의 성적을 거뒀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컬링이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성적표다.

대표팀의 이번 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됐던 컬링은 단숨에 ‘인기종목’으로 떠올라 국민의 관심을 모았고, 팬들은 수많은 패러디와 유행어 등을 생산하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SNS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빗질을 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경기 도중 용어를 분석하는 글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하며 힘을 보탰다.

그저 한적한 시골, ‘마늘’의 본고장으로 불렸던 경북의 작은 도시 의성은 이제 한국과 세계가 주목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한국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합세해 대표팀이 훈련했던 곳을 취재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지난 21일과 뉴욕타임스가 의성컬링센터 등을 방문했고, 23일엔 로이터 통신이 찾았다.

여기에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이거 깨뿌자(흐트려놓자), 자(저것)를 때리고 야(이것)를 밀자” 등 TV로 보는 국민을 위해 해설위원이 통역(?)을 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 중심에는 경북 의성이 낳은 딸들이 우뚝 서 있다. 이번 올림픽이 낳은 최대의 유행어는 김은정 스킵이 외치는 대사, ‘영미’다. 믹스더블 장혜지-이기정 팀이 경기를 펼칠 땐 “오빠 라인 좋아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의 선전에 컬링 용어에 관심이 쏠렸고, 그의 외침에 전국민이 주목했다. 김은정의 친구이자 팀 동료인 ‘영미’를 외치는 말, ‘스위핑’을 하라는 작전에 경기 결과는 보란 듯이 기적을 일궈냈고, 그렇게 ‘안경선배’가 탄생했다.

의성여고에서 방과 후 특기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김영미와 영미 친구 김은정, 그리고 영미에게 물건을 전해 주러 컬링장에 갔다가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한 영미 동생 김경애, 영미 동생을 따라 컬링에 뛰어든 영미 동생 친구 김선영. 고교 최고 유망주인 경기도 송현고 출신 김초희까지 합세하면서 이들의 신화는 시작됐다.

그동안 한국 컬링은 ‘불모지’답게 환경 또한 척박했다. 국내 유일의 국제 규격 컬링장이 의성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외에는 마땅히 훈련할 장소가 없는 게 사실이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경북도체육회팀이 남자부 컬링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컬링협회는 전용 훈련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고 캐나다 현지 조사 등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전국 최초의 컬링장을 건립했다.

경북도 11억5천만원, 의성군 3억5천500만원, 경북컬링협회 16억원으로 2006년 5월 의성문화체육시설 안에 국내 최초로 국제경기규격을 갖춘 4시트 짜리 컬링장을 완공했다.

경북은 한국컬링의 요람이나 마찬가지다. 여자대표팀 김민정 감독의 아버지이자 경북컬링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경두 부회장이 대학교수로 재직할 당시 컬링을 도입해 대학 체육과 학생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대회에도 출전했다. 이후 경북청팀도 창단한 뒤 노력끝에 의성훈련원 건립을 추진, 의성이 한국 ‘컬링의 메카’로 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경북도청 컬링팀은 경북도체육회로 이전해 2007년 남자부, 2010년 여자부를 창단했다. 2016년엔 믹스더블 팀을 구성했다. 경북도체육회는 의성컬링훈련원을 기반으로 학교운동부와 실업팀을 운영하며 현재의 한국 컬링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 같은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체육회, 경북 컬링관계자들의 인프라 구축과 노력으로 2011년 동계유니버시아드, 2014년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 2017년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 등에서 정상을 차지한 경북컬링은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예고된 ‘기적’을 연출했다.

이상환·윤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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