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키라고 있는 것
약속, 지키라고 있는 것
  • 승인 2018.04.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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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필자는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있다. 얼마 전에 휴대폰의 연락처를 한번 보니 5천명이 조금 넘는 사람이 나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연락처를 저장을 하지 않으니 필자가 인연을 맺으며 알고 지내는 사람은 저장되어 있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참 고마운 인연이다. 감사를 해본다.

그런데 얼마 전 일적으로 인연이 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의 습관 중 하나가 매번 약속만 한다는 것이다. 약속만!! 물론 그와의 인연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늘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또 쉽게 새로운 약속을 한다. 그런 그를 보며 약속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픔을 통해서도 배우고, 또 이렇게 속상함을 통해서 또 배우게 된다. 배운다고 생각해보니 상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다. 그도 나에게 이런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작은 깨달음을 주니 감사하기로 해본다.

사람이 함께 살면서 많은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다르고 네가 다르다 보니 서로가 보는 관점이 다르고 서로의 의견이 엇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약속에 의해 적당한 서로의 선을 정하게 된다. 여기까지 가능하고, 저기까지는 안 된다는 식이다. 약속은 서로 간의 계약과 같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지킬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약속(約束)은 사전적 의미로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이라 나온다. 그 사람의 신용(信用)은 그가 뱉은 말, 즉 약속에 있다. 그래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신뢰가 없는 사람이 된다.

물론 약속을 하였다고 모두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새로운 약속을 해서 이전의 약속을 지워버리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약속으로 이전의 약속을 덮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내일까지 진짜로 해준다. 다음 주까지 하겠다.” 이렇게 되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래 내일 해준다는데 그냥 하루만 더 참고 기다리자’라고 마음먹게 된다. 그러면서 이전의 약속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만약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해서 화를 내기라도 한다면 “내일 한다고 하잖아요.”라고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약속은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매번 새로운 약속만 하면 약속을 할 필요가 없다. 그걸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살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기꾼들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일종의 ‘희망고문’ 같기도 하다.

정확한 날짜를 이야기하고, 다신 있게 확답한다. 멀리 약속을 잡지 않는다. 바로 내일 곧 될 것처럼 그들은 약속을 한다. 만약 오늘 저녁까지 무언가를 해주기로 했는데 못했다면 그들은 이렇게 약속을 한다. “아~오늘 해줄라 했는데 일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내일 아침 일찍 해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오늘 당장 하라고 역정을 낼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 같은가. 십중팔구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알겠습니다.”하고 참고 내일까지만 기다리자 하고 기다린다. 내일 오전에는 해준다고 했으니 괜히 다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약속한 다음날이 되면 그 약속은 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깨끗한 종이에 ‘꾹꾹’ 눌러 새로운 약속을 한다. “죄송합니다. 오전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 5시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때는 무조건 됩니다. 걱정 마세요” 다시 오후 5시는 오고, 그는 또 다른 내일의 약속을 들고 나타난다. 약속하고 또 약속하고.

약속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며 “오늘 하루 열심히 잘 살아보자.”라는 나와의 약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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