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운동하며 용기 내 세상 밖으로”
“함께 운동하며 용기 내 세상 밖으로”
  • 장성환
  • 승인 2018.04.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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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장애인의 날 기획시리즈 ‘함께 가는 길’ <中>
갑작스런 장애에 충격·절망
비참한 현실에 극단적 생각도
이 악물고 걷기부터 다시 시작
장애인끼리 스포츠 즐기며
지쳐있던 몸과 마음 회복
편견·차별 이겨낼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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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구 수성구 파동의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척수 장애 1급인 박춘봉씨와 배기정씨가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탁구를 치고 있다. 장성환기자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고 혹은 질병 등의 이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251만 명 중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이 88.9%로 집계됐다. 모든 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잠정적 장애인군’에 속한다는 의미다.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는 평온하던 이들의 일상에 생채기를 냈다. 장애인은 그저 ‘동정’과 ‘차별’의 대상일 뿐이라는 뿌리깊은 인식 탓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시선은 장애인들의 자활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들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포용해야 한다.

비장애인들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아가는 ‘의지의 장애인’들이 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몸 절반 마비에도 불구…악착 같이 노력해 스스로 걷다

2001년 12월의 어느 날. 경북 구미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강양구(당시 나이 54세)씨는 평소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출근해 화장실에 들어선 그는 물청소와 추운 날씨로 미끄러워진 바닥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쳤다.

강씨는 “그때 내 상태가 워낙 위중해 의사가 영안실로 바로 보내라고 했지만, 가족들이 수술은 꼭 해봐야겠다고 우겨서 살아나게 됐다. 이 얘기를 듣고 2번 사는 인생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감사한 마음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좌반신 마비로 인해 뇌병변장애(중풍) 2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강씨는 “자식들 결혼식장에 꼭 걸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일념으로 악착같이 걷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걷다가 길을 묻기 위해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내 불편한 몸만 보고 돈을 쥐여 주며 쫓아내더라.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이 정도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의 프로그램과 스스로의 노력 끝에 휠체어 없이 지팡이만을 이용해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이후 그는 ‘걷기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눈만 마주치면 걷기 운동을 하라고 권유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강씨는 “내가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지 깨달았다. 장애인 복지 관련해서 정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자체가 지금보다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운동으로 회복

지난 2004년 12월 굴착기 운전기사 일을 하던 박춘봉(51·대구 북구 관음동)씨는 차가 갓길에 빠졌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해 친구 차를 빼주기 위해 굴착기를 후진하던 그는 커브 길에서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박씨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나서도 정신은 멀쩡했다. 하반신에 감각이 없는 게 느껴졌고 수술을 받고 나서도 걷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척수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람보다 장애인이 된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일찍부터 재활운동을 시작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배기정(44·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박씨와 달리 처음에는 장애인이 된 현실을 믿지 못했다. 1999년 4월 선원이었던 그는 선미에서 쉬고 있다 1t 무게의 비 마개가 등으로 떨어지며 다쳐 척수 장애 1급 장애인이 됐다.

배씨는 “처음에는 장애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가족에게 전해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죽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 보니 방법이 없어 억지로 살았다. 한 1년은 그렇게 보낸 것 같다”고 읊조렸다.

이들을 다시 사회로 이끈 건 ‘운동’이었다. 박씨와 배씨는 탁구·육상(원반·포환·창) 등의 운동을 하며 몸과 마음을 서서히 회복해 나갔다. 현재 의료기 영업 일을 하는 박씨는 근무 중에 만나는 장애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운동을 권유하며 이들이 다시 지역 사회로 나오도록 일조하고 있다.

박씨는 “지금은 장애인들끼리만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비장애인들과도 함께 어울려 지내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장애인은 특이하고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곳에나 있는 이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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