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편견…고통받는 이주여성들
여전한 편견…고통받는 이주여성들
  • 장성환
  • 승인 2018.03.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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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 15만2천여명
평균 혼인지속 기간 9.77년
적응 못해 많이 떠나기도
주변 곱지않은 시선도 한몫
“체계적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다문화이주여성한국어수업사진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이 언어 문제 등으로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최근 대구 서구 비산동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장성환기자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이 언어 문제·문화 차이·주변의 편견 등으로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이들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시민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7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결혼 이민자의 누적 규모는 2016년 말을 기준으로 15만2천374명에 이른다. 2001년 2만5천282명에 비해 6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중 여성이 12만8천518명(84.3%)을 차지하며, 2만3천856명(15.7%)인 남성의 숫자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많은 이주 여성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상당하다. 기본적인 식습관에서부터 자녀 양육 방식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를 겪으며 맞춰나가야 하고,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 역시 잘 이겨내야 한다. 특히 언어 문제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모든 이주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지난 2012년 베트남에서 온 부띠따(여·35)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한숨이 나온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요리·문화를 전혀 몰라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띠따씨는 “처음에는 이곳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보니 가족·친구들이 보고 싶어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지금도 명절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놀았던 고향이 그립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중국 심양에서 이주해 온 왕띠(여·33)씨 역시 한국에서의 첫 제사를 잊을 수가 없다. 제사를 지낼 때 너무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과일이랑 꽃만 상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지만, 한국은 각종 전·고기·생선·과일 등 차려야 할 음식이 한둘이 아니었다.

왕띠씨는 “말이 통하지 않아 장을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처음 해보는 한국 음식이 너무 어려웠다”며 “한국의 제사 문화도 익숙하지 않은데 제사 음식까지 만들고 나니 온몸이 다 아팠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어 문제·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을 떠나는 이주 여성들도 많다. 다문화 가정 안팎에서의 여러 문제로 결혼 이주 여성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불과 9.7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본적으로 이수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 만드는 법·전통문화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이들이 당당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직업 훈련과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개선도 필요하다. 과거처럼 직접적인 삿대질과 욕을 하지는 않더라도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이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박순만 대구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장은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이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서 가장 힘들어한다”며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다문화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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