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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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신문
  • 승인 2016.12.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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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김영진 개인전

31일까지 갤러리신라

하나의 고정된 작풍 지양

다양한 형태·소재 활용

실험적·파격적 작품 선봬

차별화된 대형 불상 통해

50여년 예술혼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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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김영진의 개인전이 갤러리신라에서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존재로부터, 경제로부터, 지식으로부터, 인연으로부터, 죽음으로부터 해방되는 상태는 어떤 경지일까? 작가 김영진은 ‘자유 상태’라고 말한다. 창작을 방해하는 어떠한 구속도 허용하지 않는 '자유'에 대한 지향은 그의 예술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김영진의 예술에는 자유를 옭아매는 그 어떤 세속적 욕망도 비껴간다. 그는 자유를 침해하는 욕망이나 구속이 끼어들 여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오직 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순수를 평생의 과제로 탐닉해 왔다.     

“오늘날 미술은 어디서 주워 온 것도 작품이 되는 시대가 됐어요. 나는 이미 50여년 전부터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어요. 무엇에든 문을 활짝 열어놓았죠. ‘자유로움’은 내 미술의 동력이었어요.”

박현기, 이강소, 최병소, 황현욱과 함께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의 태동을 주도했던 김영진의 작업은 다분히 파격적이며 실험적이다. 여기에도 고정된 작풍(作風)을 불허하는 '자유'에 대한 특유의 기질이 작용한다. 독자적인 하나의 패턴을 고집하기보다 변화무쌍과 무궁무진을 추구하는 것. 

이러한 기치 아래 김영진은 전위예술이라는 장르로 퍼포먼스, 사진,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포섭하고, 의식을 건드리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소재로 활용해 왔다.  

“360도로 다 푼 것 같아요. 모든 방법과 소재를 써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어요. 어디에도 메이지 않고 내 작업을 하겠다는 철학이 강했어요.”

평생 하나의 고유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가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제시하며 예술적 영역을 확장하는 예술가도 있다. 김영진은 후자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국내에서 그만큼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40여년 동안 동일한 주제와 소재로 작업한 김영진의 작품을 만나기는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그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단순한 다양성을 넘어선다는데 있다. 하나의 작품만 가지고도 평생 파고 들 수 있을 만큼의 깊이와 의미가 각각의 개별 작품 속에 서려 있다. “한 줄기만 가지고 평생 풀어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방식입니다.”

최근 전시를 시작한 갤러리신라에서 만난 김영진은 전시에 소개되고 있는 작품 이야기를 하는 간간이 현재 제작 중인 브론즈 작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한 태도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성정과 연결된다. 그가 
온전하게 충족감을 맛볼 때는 작품을 만드는 때이지 전시가 아니다.  전시를 통해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욕망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전시 중에도 지금 하고 있는 작업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다.     

“과거의 미술과 현재의 미술과 미래의 미술이 있다고 합시다. 저는 현재를 의식하는 예술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할까요? 50년 동안 팔리지 않는 작품을 하면서도 행복했던 것은 오직 온전한 나의 자유의지로 작업을 한 충만감 때문이었어요. 작품을 팔지 못했다는 그 자체가 ‘아방가르드’는 아닐까 자위도 되네요.”

작품을 팔기 위해 의식적으로 닦고 광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김영진.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했지만 주제에 대한 고민 또한 무의미했다는 그. 그저 작업 과정에서 만나는 인연이면 그걸로 족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불현 듯 ‘음’과 ‘양’의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문득 돌이켜 보면 그간의 내 작업들이 ‘음’과 ‘양’이라는 틀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지 않았나 새삼 깨닫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흙판을 구겼다 폈다 하는 세라믹 작업을 하면서 ‘아 이것이 음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더듬어 보니 77년에 화실에 있던 수레용 선풍기를 분해해 스테인리스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나일론 흰색 천을 틀로 박아 만든 ‘바람’ 작품이 ‘양’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1977년 작품이 4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2015년에 비로소 짝을 이룬 것 같다고 할까요?”

이번 전시에는 대형 불상 설치작품 4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작업 역시 특유의 도발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우연히 마주한 부처 조형물에 네거티브 작업을 더하고 사천왕상에 흰 가루를 뿌려 눈처럼 덮기도 하며, ‘음’과 ‘양’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불상에 대한 틀을 전복 또는 전향하고 있다.

“가장 슬플 때도 그 속에 기쁨이 있고, 가장 기쁠때도 그 안에 슬픔이 있습니다. 그것이 음과 양이지요. 그 중심축을 놓치지 말아야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그 중심축을 잡기 위해 50년을 달려온 것 같아요.”

최근 부산에서 열린 ‘2016 부산비엔날레’에 70년대 한국을 넘어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작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작품 2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최근 소장되기도 한 그의 전시는 31일까지 갤러리신라에서. 053-422-16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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