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삶 담은 사진들…소박해서 더 따뜻
한 여인의 삶 담은 사진들…소박해서 더 따뜻
  • 황인옥
  • 승인 2016.12.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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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 쌍봉여사展
공구박물관·박물관이야기
교복 입은 모습·결혼식 풍경 등
평범한 사람의 일상 사진 통해
관람객에 추억 선사 ‘이색전시’
쌍봉1
쌍봉여사의 여고 시절 사진
쌍봉2
쌍봉여사의 결혼식 사진.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전시장을 찾아 옛날 사진을 감상하시며 당신들이 살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즐거워하세요.”

나라의 진귀한 보물들을 전시하는 고매한 박물관이 있고, 범인들의 세시풍속이나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소박한 박물관도 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둘러보는 전시가 전자라면 후자는 보다 말랑말랑한 감상이 될 공산이 크다. 보통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의 풍속을 둘러보며 높은 동질감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한 ‘쌍봉여사’전은 말랑말랑한 전시다. 전시에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쳐다보기만 해도 감동이 저절로 샘솟는 특별한 예술품은 없다. 그저 일반인 전쌍봉 여사가 살았던 40~60년대로 이어지는 근·현대시대의 옛날 사진들을 걸었다. 전시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의 삶의 여정에 대한 기록을 감상하며 추억여행으로 이끈다.

전시의 주인공인 쌍봉여사 전쌍봉(80). 그녀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중리의 우체국장 집 1남 5녀 중에서 다섯째로 태어났다. 유복하고 교육열이 높았던 부모 덕에 형제들은 일찍부터 대구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그녀 역시 현풍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구로 유학와 신명여중과 신명여고를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으면서 부모 곁인 현풍으로 다시 내려와 현풍고등학교로 전학했다.

현풍고로의 전학은 운명이었다. 현풍고 동기인 고상규를 만나 풋풋한 사랑을 감정을 싹틔웠고, 22세 되던 해 그와 결혼해 2남 2녀를 낳아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평생 공직에 몸을 담았고, 정년퇴직했다. 두 부부는 모두 모범적인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북성로 공구박물관과 복합문화공간 박물관이야기에서 18일까지 열리고 있는 ‘쌍봉여사’전에는 쌍봉여사의 학창시절부터 결혼해 첫 아이를 낳은 시기까지의 사진들이 걸렸다. 공구박물관과 황인모연구소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쌍봉여사의 딸인 섬유공예가이자 박물관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고금화씨가 기획했다. 고 씨는 고미술 등의 미술품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다.

고금화 씨는 “제가 엔틱을 좋아하다 보니 엔틱 제품들을 처녀시절부터 수집해 왔는데 시집갈 때 저희 어머니인 쌍봉여사의 옛날 사진도 엔틱 느낌이 들어 수집 차원에서 좀 가지고 왔다”며 “박물관이야기가 근대시대의 건물이어서 이 공간에 쌍봉여사의 옛날 사진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추억을 더듬을겸 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작 중에는 특히 쌍봉여사가 신명여고 1학년 재학 시기에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과 전학 후 현풍고등학교에서 소풍가서 찍은 단체사진 등과 결혼식 사진, 그리고 결혼 후 가족들과 찍은 사진 등이 눈길을 끈다.

고 씨는 “대구문화에 소개된 이번 전시 내용을 보시고 전시를 보러오셨다는 60대 어르신들도 계셨다”며 “이번 전시가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저희 어머니의 사진을 보시고 과거를 회상하고, 신세대들에게는 부모님 세대의 삶을 희미하게나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시 분위기를 전했다. 010-8784-458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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