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의 아버지 ‘엉뚱 산수화’로 컴백
태권V의 아버지 ‘엉뚱 산수화’로 컴백
  • 황인옥
  • 승인 2016.12.18 15: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청기 감독 특별기획전
27일까지 대구 롯데갤러리
우뢰매 등 50여편 제작
국내 만화영화계 대부
‘국난 많았던 조선시대
태권V 있었다면’ 상상
이색산수화 작품 선봬
20161212_144638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든 감독 김청기의 ‘엉뚱 산수화’전이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열리고 있다.

극장에서 본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는 청년 김청기에게 문화충격이었다. 소리가 어우러지는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그동안 그려왔던 만화가 시시할 만큼 환상이었다. 그러면서 ‘아 이거다!’ 싶었다. 그는 한국의 월트 디즈니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고, 이후 만화영화 ‘태권브이’(1976년 개봉)를 탄생시켰다. 국내 최초 로봇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김청기 감독(75)이야기다.

“18세 때 멕시코 검객의 모험담을 다룬 영화를 보고 만화로 각색해 히트를 쳤어요. 그 후 만화작가 생활을 시작했죠. 하지만 이 시기의 만화는 이단아 취급을 받았고, 그런 사회적 풍토에 자괴감을 느낄 무렵에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를 보고 바로 진로를 바꿨죠.”

당시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 불모지였다. 이때문에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은 스스로 터득해야 했던 그의 첫 과제는 캐릭터만들기였다. 그는 한국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캐릭터로 가닥을 잡았다. 때마침 TV에서 일본 만화 ‘마징가 제트’가 방영됐고, ‘바로 이것’이라며 무릎을 쳤다.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청기는 영화제작에 앞서 ‘마징가 제트’와 달라야 한다는 과제를 최우선에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복안은 태권도였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에서 창시돼 세계화된 국제공인스포츠다. 태권도가 가장 한국적인 소재라고 생각한 김청기는 레이저 광선이나 로켓 펀치 등의 무기로 무장한 마징가 제트와 달리 발차기 등의 태권도를 구사하는 한국형 거대로봇인 ‘태권브이’를 만들어냈다.

마침내 1976년 백전불패의 무적인 애니메이션 ‘로버트 태권브이’가 개봉해 어린이들의 꿈의 캐릭터가 됐고, 개봉 3주 만에 28만명을 불러 모으며 대흥행했다. 이에 힙 입어 김청기는 ‘태권브이’ 시리즈와 ‘우뢰매’ 등 총 50여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우리나라 에니메이션의 대부가 됐다.

“태권브이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 불멸의 영웅을 떠올리고 만든 캐릭터였어요.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한민족에게 영웅은 갈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죠.”

시간을 훌쩍 뛰어 40여년이 지난 12일 화가로 변신한 백청기를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만났다. 전시장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로버트 태권브이’의 OST가 흘러나오고, 갤러리 벽면에는 그가 그린 산수화가 걸렸다.

김청기의 산수화는 민초들이 살았던 조선시대 시장 풍경이나 줄다리기를 하는 세시풍속이 주를 이룬다. 풍속도는 그가 좋아하는 장르다. 그는 여기에 ‘태권브이’를 등장시키며 그만의 산수화로 재해석했다. 조선시대 산수화와 태권브이의 조우라는 독특한 전시는 ‘엉뚱 산수화’전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추억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일찍부터 만화를 그렸던 제게 선은 너무나 익숙했어요. 산수화는 2008년부터 시작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산수화를 관통하는 ‘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낯설지 않았어요.”

산수화와 태권브이의 만남은 공상과학영화를 즐기는 그의 성향의 발로다. 그는 일찍부터 조선시대의 야담을 즐겨 읽었다. 현재보다 과거로의 여행에 더 매력을 느낀 것. 이러한 성향이 산수화를 그리면서 특유의 상상력으로 진화했다. 그는 “만약 태권브이가 그 시대에 가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흥미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런 상상을 하면서 태권브이를 산수화에 대입시켰다”고 했다.

“근대 개항 때 선교사들이 들고 온 물건들을 보고 신기해했듯 제가 우리시대의 물건을 가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봤어요. 그 시대에 태권브이를 보면 사람들이 도깨비라고 혼비백산하지 않을까요?”

산수화와 태권브이의 조합으로 ‘태권브이’ 탄생 4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롯데갤러리 대구점에서 27일까지. 053-660-1160 황인옥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