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터치·강렬한 색감…인간 내면을 그리다
과감한 터치·강렬한 색감…인간 내면을 그리다
  • 황인옥
  • 승인 2016.12.2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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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호 초대전
25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얼굴 형상 위 물감 두텁게
긁어내거나 드립핑 기법
자유분방한 영혼 표현해
신광호1
신광호 초대전이 수성아트피아에서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상을 보고 느낀 감정을 순간적인 붓 터치로 표현하며 경계없는 영혼을 찾아가고 있어요.”

신광호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선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런 측면에서 표현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때 그가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는 ‘얼굴’이다. 자신이나 타인의 얼굴을 보고 반응하는 내적 상태를 강렬한 색채로 드러내는 것. 최근 시작한 전시 공간이 색채의 향연으로 넘실대는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다.

신광호가 감정촉발의 매개로 얼굴을 선택한 배경에는 ‘애매모호함’이 있다. 얼굴은 관념화, 계량화 할 수 없는 개별성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물은 쓰임이 정확하잖아요. 그에 비해 사람의 얼굴은 애매모호함이 있죠. 그 애매모호함이 다양한 감정촉발을 유도하는 것 같아요.”

그가 감정 촉발의 매개로 선호하는 얼굴은 정체성이 뚜렷한 얼굴이다. 시위하는 사람, 재난을 당한 사람,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 등 지배적인 정서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감정의 결이 명확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최대화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내재된 감정 탐구를 예술의 과제로 상정한 신광호는 의외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데 서툴다. 슬픔이나 기쁨, 즐거움이나 분노 등에 대한 감정의 폭이 좁고, 표현도 쉽게 하지 않는 편이다. 관계를 통한 직접적인 소통보다 특정 대상을 매개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자기 속에 내재된 감정들을 건드린다.

“어린시절부터 감정변화가 크지 않았고,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설사 감정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표현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죠. 그래서 얼굴을 매개로 숨어있는 감정들을 찾게 되고, 강렬한 색채와 거친 표면, 과장된 형태와 왜곡된 이미지로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요.”

신광호는 일그러진 형상, 강렬한 색상, 모호한 경계, 질서없는 색 대비 등을 통해 경계 없는 감정을 표현한다. 이는 자유로운 영혼과도 연결된다. 우연성, 순간성 등 비의도적인 상황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러한 태도와 연결된다.

감정을 표현방식은 그야말로 경계가 없다. 때로는 두터운 질감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붓터치로 강렬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물감을 매끈하게 긁어내며 차분하게 표현한다. 표현법으로는 전자는 추상, 후자는 구상으로, 감정의 온도차로는 전자는 열정, 후자는 냉정으로 분류할만큼 그의 작업은 다채롭다.

“바르고, 긁어내고, 흘러내리는 작업들은 소통방식의 일종이죠. 사람과 소통할 때 말, 손짓 등을 활용하는 것처럼 저 역시 다양한 감정들을 드러내기 위해 색채와 형식에서 자유로우려고 하죠.”

신광호는 덧칠을 배제하는 벼랑 끝 전술, 한 번의 붓터치로 승부를 가르는 과감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캔버스 앞에 서면 그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완성된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잣대가 극과 극을 오간다. 만족과 불만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 그는 이 불완전한 상황을 즐기며 창작열로 활용한다. 그는 “예술가의 숙명은 끝없이 고뇌하는 존재이며, 나 역시 그 길 위에 있다”며 말을 이었다.

“팔레트에 물감을 짜기 귀찮아 바로 캔버스에 눌러 짰는데 그 두터운 느낌이 좋았어요. 또 흘러내리는 기법도 우연적으로 얻은 방식이었죠. 우연적으로 생기는 상황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포착해서 작품 속 디테일로 끌어드리죠. 제 작품을 보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연성, 불완전성이 제 창작열의 원천인 것 같아요.”

대작위주, 강렬한 붓터치로 대변되는 신광호의 전시는 수성아트피아에서 25일까지. 053-668-15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신광호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극사실주의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표현주의로 넘어갔다. 대학졸업 후 독일로 건너가 국제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영국 사치갤러리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알리고, 그해 10대 작가로 선정됐다. 이후 미국 뉴욕 유닉스갤러리와 싱가포르 야부즈 갤러리, 그리고 대구의 누오보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고 국내외에서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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