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수필가로 제 2의 삶 시작했죠”
“은퇴 후 수필가로 제 2의 삶 시작했죠”
  • 황인옥
  • 승인 2017.01.17 21: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구환경청 직원 허봉조씨
언론 기고 51편·회고글 엮어
‘새처럼 자유롭게…’ 펴내
허봉조
공직 생활을 청산하면서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회고록을 준비했다 여건 부족으로 칼럼집을 냈다는 허봉조. 글쓰기를 통해 공직생활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홍보업무를 하면서 공직생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홍보가 정책 성공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는 것도 실감했죠.”

최근 공직에서 은퇴하고 책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처럼 높게’를 출간한 허봉조가 홍보예찬론을 펼쳤다. 그녀는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는 중 4년여 동안 홍보분야를 맡아 보며 홍보의 효과를 경험했다.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공직생활 말미에 글 좀 쓴다는 덕분에 홍보업무를 맡게 됐죠.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막상 해보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았죠.”

글쓰기는 홍보 업무의 핵심이다. 기관이 생산하는 정책에 대한 개념과 특성, 기대효과 등을 글로 소개하며 정책의 성공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녀는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갈릴 수 있다”며 “그만큼 글쓰기가 정책성공에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봉조의 글쓰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부터 독학으로 시작했다. 40대 후반이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오래 웅크린 자의 비상은 화려한 법이라고 했다. 그녀 또한 일천한 글쓰기가 무색하게 2007년에 ‘설중매문학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08년에 ‘시와산문‘ 문학지로 등단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원을 굳혔다.

마르지 않는 글쓰기의 동력은 주위의 격려였다. “주위분들, 특히 청장님의 칭찬이 큰 힘이 됐어요. 자신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주었다고 할까요?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책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처럼 높게’는 홍보업무의 연장선에서 언론에 기고해온 칼럼 51편과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회고의 글을 함께 엮은 것이다.

책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이나 사람 등이 따뜻한 시선과 역지사지, 측은지심 등의 그녀 특유의 세계관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조적 시선이 강점이다. 여기에는 공무원과 민원인이라는 두 인생을 살아온 이력이 작용한다.

“일상에서 어떤 상황을 접하면 양면성을 다 보는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상대방과 당사자의 입장 둘 모두를 생각하게 되죠. 일을 만들거나 제공받는 위치를 모두 경험했기에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처음 계획은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회고록에 무게를 실었다. 두어 달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공직을 회고하는 글들을 써 나갔지만 이내 접었다. 몇 년 전 쌓아둔 업무수첩을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기록이 되지 않은 회고집은 자칫 근거 없는 이야기로 흐를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회고록 출간계획을 접은 것.

“퇴직하면서 후배들에게 뭔가를 남기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회고록 집필로 가닥을 잡았는데 근거자료를 없애버린 탓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계획을 바꿨죠.”

현대인에게 글쓰기는 강력한 자원이 되고 있다.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이 확대되면서 일반인의 글쓰기도 일상적이 됐다. 허봉조는 특히 공무원에게 글쓰기는 부서를 초월해 업무와 정책 설명에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퇴직 전부터 동료들의 글쓰기 장려를 몸소 실천해왔다.

“동료들에게 먼저 자기 자신에게 편지부터 써보라고 했어요. 사색에서부터 출발하는 글쓰기의 속성에 비춰보면 자신에게 쓰는 편지야말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되니까요. 거기서부터 조금씩 키워나가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너무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생활 속 이야기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쉽게 읽혀진다”며 자신의 글을 자평하는 허봉조는 스스로의 인생을 ‘완행열차’에 비유했다. 그녀는 사기업체에 근무하다 35살의 나이에 공직에 들어갔고, 글쓰기도 40대 후반부터 시작했다. 결혼도 마흔이라는 당시의 적령기를 훌쩍 넘겨서 했다. 인생 전반의 속도가 완행이었다.

허봉조의 완행열차는 퇴직 후에도 멈춤없이 계속된다. 공로연수 중 취득한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십분 활용해 노인을 공경하는 일에 재능을 보태려는 것.

“글쓰기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과 함께 노인상담을 통해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요. 노인상담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글쓰기의 연장이라고 보니까 서로 다르지 않다고 봐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