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인물서 잃어버린 가치를 찾다
일상의 풍경·인물서 잃어버린 가치를 찾다
  • 대구신문
  • 승인 2017.0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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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작가 왕유핑 첫 한국전

3월 24일까지 우손갤러리

국가·사회의 강압 속에서

개별성의 가치·소중함 강조

유화·드로잉 등 30여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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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픈 전에 왕유핑이 중국시를 한자와 한글로 벽면에 쓰고 있다.
그림-1
왕유핑 작

“예술인의 유일한 도피처가 일상 아닐까요?”

중국 작가 왕유핑이 국내 첫 전시를 위해 최근 대구를 찾았다. 전시 장소인 우손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일상은 소소하지만 강렬한 힘이 있다. 일상이야말로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변화무쌍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영감의 원천”이라며 “일상에서 예술을 바라보면 한계에 내몰리거나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리지 않아도 된다”고 일상 예찬론을 펼쳤다. 

일상을 예술의 대상으로 격상하는 왕유핑은 일찍부터 중국현대미술에서 흔히 접했던 대국의 서사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이상적 삶을 지향하는 합리적 담론과는 선을 그었다. 세간의 보편적 인식과 선동적이고 권위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현시대의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풍경 등의 자신의 실질적 경험을 토대로 예술과 삶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규정하는 왜곡된 가치관의 회복을 꿈꾼다.

“현대 중국의 지성인들은 문화혁명 전후 가치관이 전도된 사회구조 안에서 처절한 좌절감과 패배감을 맛보았어요. 예술 또한 권력의 패러다임으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갔죠. 그 상실한 가치들을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어요.”

전체주의적 강요가 주는 왜곡에서 탈피해 일상 속 개체의 차이를 존중하고 개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본래적 가치를 회복하는 마지막 보루로 인식했던 왕유핑. 그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합리화된 사회구조는 ‘성공한 사람의 롤모델은 이것’이라며 여기에 가까워져야 행복한 삶이라고 강요해 왔다”면서 “나는 이러한 사회구조가 얼마나 우리를 왜곡된 세상으로 끌고 가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그 반대편을 바라봤다. 국가나 사회가 아닌 한 개인이 일상에서 매일매일 느끼는 감정, 즉 개별성이야말로 우리가 다시금 잃어버린 본래의 가치를 회복할 단초라고 봤다”며  '다시금 개인의 일상이어야하는 당위성'을 언급했다.

주장을 가시화하는 방법론은 대략 두 가지다. 강렬하게 대응하는 부류와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 등이 그것이다. 왕유핑은 후자다. 그는 ‘된다, 안된다’, ‘맞다, 틀리다’처럼 강렬한 이분법적 접근으로 정과 반의 관계를 명확한 갈등관계로 설정하며 합을 이끌어내려는 급진적 접근과 입장을 달리한다. 여리고 소외된 것에 애정을 두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마음의 순화를 이끄는 온건적인 접근법을 따른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적 화풍 3가지가 걸렸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풍경, 소소한 사람들을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대표작과 중국 원나라 시대의 수렵도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최근작 등이다. 이들은 모두 구조주의에 가려진 본질적 가치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주제 위에 있다.

인간적인 접근법과 달리 표현법은 강렬하다. 물감을 형상 위를 을씨년스럽게 흘러내리게 하거나 얼굴이나 몸을 왜곡되거나 일그러지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  

“자본주의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표정이 평화로울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봐요. 그래서 그들에게 희망의 단초를 찾는 것이지요.”

인간의 가치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왕유핑의 예술은 인문학이며 그는 인문학자다. 그는 어떤 부류의 인문학자일까? 왕유핑이 “선천적 내재성”을 언급했다. 지식이나 이론보다 직관적 사고에 의한 인문성의 발현으로 보는 것. 문학 장르로 비유하면 시에 가깝다. 인물의 성격과 문학적 구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소설과 달리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상황, 또는 풍경을 직관의 필터를 통과해 작업실이 아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이념이나 주장을 표현하지 않아요. 모든 화가가 강렬한 선언문을 공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확신에 근거해 이념이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의문을 가지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이 의문이야말로 예술자의 의무라고 믿기 때문이죠.”

작가 특유의 화통으로 담아낸 중국의 풍경과 자신을 포함한 인물들의 유화작품, 그리고 일상품을 소재로 한 드로잉 등 회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24일까지.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왕유핑은 베이징 중앙미술대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베이징비엔날레, 타이베이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다. 중국국립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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