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귀 더한 동화같은 드로잉…희망을 그리다
짧은 글귀 더한 동화같은 드로잉…희망을 그리다
  • 대구신문
  • 승인 2017.01.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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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 ‘달무지개’展

3월 1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역경 속 무지개 찾아 나선

‘곰’ 캐릭터의 여정 통해

치유의 선순환 구조 표현
봉산-유리상자 정승혜3
정승혜의 ‘달무지개’전이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서 3월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된 전시장이 싸늘했다. 강추위가 기습한 탓이다. 하지만 며칠 내면 순해진 공기가 도심을 점령할 것이다. 주기는 불안정하지만 여전히 삼한사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승혜가 싸늘한 전시장에 들어서며 맥락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삶에는 기쁨, 슬픔, 행복, 불행이 함께 존재하죠. 제 삶도 그랬어요. 대척 상황들이 혼재했어요.”

경북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4년 월간미술 선정 작가 100인에 오르며 대구와 서울 등에서 전시를 이어오고 있는 정승혜(36)의 전시가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전작들의 확장인 최근작이 걸렸다.

정승혜 예술의 출발선은 개인사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아픔이 작업의 주제이자 동력이 됐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랜 투병 끝에 정승혜가 대학 3학년 때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의 죽음이 큰 상처가 됐죠. 주체하기 힘든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냈어요. 작업은 일종의 자기고백이었어요.”

독백, 자기고백의 덕목은 상처치유에 있다. 독백은 심저(心底)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걸러내며 순수로의 환원을 이끈다. 정승혜에게도 독백도 그랬다. “작업을 하면서 속에 있는 아픈 감정들이 속살처럼 드러났어요.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치유됐죠.”

작업은 드로잉을 기본으로 한다. 분출하는 감정선을 드로잉으로 강렬하게 잡아내고 이를 스캔한다. 이후 컴퓨터 포토샵의 절제된 덧칠로 마감한다. 초기 드로잉은 사람, 창, 풍경, 가구 등의 일상에서 만나는 소재들을 카메라의 줌인 기능처럼 부분을 잡아내며 강렬하게 표현했다. “드로잉과 부분의 포착은 잡다한 감정선을 하나의 줄기로 압축해내는 선택지였죠.”

시간이 지나면 상처에도 딱지가 앉는다. 아픔으로 점철됐던 그녀의 삶에도 따스한 햇살이 날아들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새로운 환경에 놓여진 것. 이 시기 작품에 변화가 감지된다. 개인의 이야기를 보편감정으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공적인 공간에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읊조리는 것에 회의감이 밀려왔죠. 그러면서 죽음이나 상처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내 이야기를 기초로 하면서도 일반적인 이야기로 확장해 갔어요.”

텍스트의 개입도 이 시기 진행됐다. 대중과의 소통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텍스트는 간결하면서도 순수하게 구성했다. 마치 동화의 그것처럼.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텍스트가 주는 치유의 힘을 느겼거든요. 작품에 텍스트와 그림을 혼재하면서 동화같은 흡입력을 기대했죠. 텍스트가 개입하면서 제 그림이 동화와 그림의 경계쯤에 있는 것 같았어요.”

작품 ‘안녕, 무지개’와 ‘번뇌의 달은 모두 별이 되라’가 이 시기 대표작들이다. ‘안녕, 무지개’는 희노애락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곰’에 투영했고, ‘번뇌의 달은 모두 별이 되라’에는 검은 달과 반짝이는 별을 대비했다.

이번 전시작 ‘달무지개’는 두 전작의 확장이다. 전작에서 활용된 ‘곰’과 ‘달’ 캐릭터에 텍스트를 심화했다. 주인공은 ‘무지개 롤 케이크’를 찾아 나선 곰이다. 작가 자신을 투사한 ‘곰’ 캐릭터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무지개를 만난다는 스토리다.

“긍정과 부정이 실존의 끝에서 보면 결국 긍정이라고 봐요. ‘달무지개’도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지만 결국 무지개를 만난다는 해피엔딩으로 갈무리했죠.”

정승혜 작업의 도달점은 치유다. 그녀가 작업을 통해 치유할 수 있었듯 누군가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작업 과정에서 저 자신이 치유되고, 그 작업을 보고 다른 누군가가 치유되고, 다른 누군가의 치유를 지켜보며 또 제가 치유되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요. 결국 치유의 선순환 구조가 궁극 도달점이죠. 치유가 돌고 돈다고 할까…” 전시는 3월 19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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