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구상화 거장 ‘토니 베반’ 대구서 만난다
英 구상화 거장 ‘토니 베반’ 대구서 만난다
  • 황인옥
  • 승인 2017.02.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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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 이어 리안갤러리서 28일까지
단순화한 형상에 선으로 정신성 표현
자화상·구조물·헤드 등 대표작 선봬
작품1
토니 베반 작 ‘헤드(Head)’ 리안갤러리 제공
붉거나 검은 색의 배경 위에 얼굴 형상이 얹혀있다. 조금은 왜곡된 각도나 형태의 얼굴 속에는 핏줄 같은 선들이 회로처럼 연결돼 있다. 토니 베반(65)의 ‘자화상((Self-portrait)’ 연작이다. 건물의 통로나 서까래 등의 단면을 그린 ‘구조물’ 연작과 나무의 특징만을 잡아 선으로 단순화한 ‘나무’ 연작에도 강렬한 색이나 핏줄 같은 회로는 동일한 맥락으로 존재한다.

“선은 내 예술의 일관된 탐구 주제다. 이 선은 눈, 코, 입 등의 외형이 아니라 머릿속 세계다.”

토니 베반의 국내 첫 전시가 리안갤러리 서울에 이어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자화상((Self-portrait)’ ‘구조물((Structure)’, ‘나무((Tree) )’ 연작과 함께 ‘헤드(Head)’ 등의 대표작을 걸었다.

토니 베반은 현대 구상회화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의 대표 구상미술화가다.

그는 영국 대영박물관, 테이트 미술관, 왕립미술원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현대 미술관, L.A. 폴 게티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고, 올해 열리는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거장전에 참가할 정도로 80년대부터 영국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중진이다.

토니 베반은 자신의 그림을 ‘내면화’라 지칭한다. 여기에는 존재의 특징만을 잡아 선으로 단순화하고 그 속을 핏줄 같은 회로로 연결해 정신성을 드러내는 작업 경향이 작용한다. 이때 중요한 수단이 ‘선’이다.

그에게 선은 정신성이라는 예술적 주제를 풀어 내는 효율적인 도구다. 존재를 육체로부터 분리시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선’으로 단순화해 이미지를 해체하고, 감정 또는 순간적인 마음 상태를 핏줄 같은 ‘선의 회로’로 드러낸다.

이러한 예술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헤드(Head)’다. 작품에는 얼굴을 심장의 형태로 단순화하고 그 위에 트레이드마크인 굵은 선들을 무질서하게 배열하고 있다. 생각, 내면의 핵심 장기인 심장과 머리를 동일시 하며 정신성을 집요하게 건드리는 것. “얼굴에 사람의 심장을 오버랩했다. 이 둘은 우리 신체에서 정신성을 대변하는 이미지들이다.”

자화상이 인간의 정신을 탐구했다면, 1980년대부터는 건축물 등의 물성에도 정신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건물의 통로, 서까래 등의 구조물이 소재가 되는 것. 이후 2007년부터는 ‘나무’로 확장하며 인간의 뇌 신경계와의 연관성을 탐구해 갔고, 2013년부터는 ‘아카이브’ 연작을 통해 책이나 문서를 보관하는 선반 구조물을 불가사의한 저장소로써의 정신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의 정신성에 대한 탐구는 불완전성이 모태가 됐다. 1980년대 대처 정부 시절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면서 예술가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시작됐고, 이후 자화상이나 위태위태한 구조물 등을 통해 변화무쌍한 감정, 인간의 상처, 폭력적인 욕망 등을 표현했다. 왜곡된 구도, 해체된 이미지, 붉은 핏빛 배경과 핏줄 같은 선들의 뒤엉킴은 불완전한 인식과 어두운 내면에 대한 반영이었다.

작업 방식 또한 몸과 정신의 관계성이라는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놓고 온 몸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조수 없이 일 10시간에서 12시간을 치열하게 붓질을 한다. 이때 몸속에서 꿈틀대는 정신성이 몸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캔버스로 스며드는 것.

“내 그림은 마음을 그렸듯이 관람객들도 각자의 마음으로 그림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사람들이 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상상력을 발휘해 시공간을 넘나들었으면 좋겠다.” 053-424-2203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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