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처럼 그린 풍경…편안함 주고 싶어”
“일기처럼 그린 풍경…편안함 주고 싶어”
  • 황인옥
  • 승인 2017.03.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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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갤러리 올해의 신진작가 장 미
실경보다 기억 속 잔상에
일상의 감정·생각 덧입혀
日 오키나와 여행기 그려내
텍스트·드로잉 병행 활용
서양 기법에 동양정신 담아
간결한 선으로 주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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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데갤러리 올해의 신진작가 당선작가인 장미의 개인전이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편린을 여행지에서 만난 잔상들에 대입하는 작가 장미에게 오키나와는 한 번쯤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싶은 매력적인 섬이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가 재충전하고 싶은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로 다가왔다.

어느 여름날 마침내 결행한 오키나와 여행에서 만난 풍광은 오키나와의 명성과 일치했다. 파란하늘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아름드리나무들은 무뎌져가는 감성의 촉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과 또 다른 얼굴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던 지역인 것. 당시 민간인 희생자는 군인 희생자를 넘어섰다.

장미의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니?)’전이 보데갤러리(대구시 남구 현충로 6길 9-2)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보데갤러리의 올해 첫 전시로 열리며, 신진작가 공모전 당선작가전을 겸한다. 장미는 2017년 보데갤러리 신진작가로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는 오키나와의 풍경들과 그녀의 일상에서 끊임없이 오고가는 상념들과의 조우의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전쟁의 상흔이 언뜻 언뜻 스쳐갔지만 여행 중에는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를 잘 알지 못했죠.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오키나와의 역사를 알게 됐어요. 이후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복잡한 감정들을 오키나와의 풍경에 대입했고,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됐습니다.”

장미는 평면, 드로잉, 설치 등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날카로운 지성을 자연풍경을 매개로 다양한 장르 속에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동양의 관념 산수화적 요소에 부합한다. 여기에는 경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태생적 촉이 한몫한다.

“일상에서 쉼 없이 일어나는 제 감정들을 일기처럼 그리는데, 이때 그리는 소재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시각적인 풍경들이에요. 이 풍경은 실경이 아닌 제 기억 속에 저장된 잔상들이죠.”

동양의 관념 산수화는 정신성의 압축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관념은 간결한 구도와 미학적 은유로 완화한다. 관념과 시각적 미학의 팽팽한 균형으로 동양정신의 정수를 최대화하는 것. 장미 또한 이 방식을 고수한다. 간결한 선들의 이미지로 집중력을 높이고, 밝은 색채는 감정의 동화로 이끄는 것.

“제 작업은 일기에 가까워요. 그날그날 일어나는 마음들을 표현하죠. 무거울 수 있는 생각의 기호들은 될 수 있으면 가볍게 표현해 편안함을 주려고 하죠. 가벼운 풍경을 통해 시각적인 힐링을 하면서 그 안에 뜻까지 음미하게 하고 싶은 것이죠.”

장미는 작품에 이야기와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심는다. 하지만 작품 구성은 간결함을 따른다. 이때 이야기 전달 기제가 텍스트가 된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충분하게 텍스트를 가미해 이야기 구조를 견고하게 한다.

“텍스트는 형상으로 봐도 되고, 뜻을 전하는 글로 봐도 무방합니다. 가볍게 접근하고 싶으면 텍스트로만 보고, 작가의 메시지를 음미하고 싶으면 좀 더 작품 가까이 다가와 텍스트의 뜻을 읽으면 됩니다.”

장미는 작품의 완성을 좀 다르게 해석한다.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공간을 해석해 작품을 배치하고, 관람객이 작품 속에서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단계를 온전한 작품 완성단계로 본다.

“내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1차 과정에 속해요. 이후 전시 공간을 해석하고 작품을 그 공간에 맞게 배치하는 2차 과정이 더해지죠. 완성단계인 3차 과정은 관람객들이 그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작품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전시는 3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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