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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인정 홍상수 “영화는 영화일 뿐”

기사전송 2017-03-14, 21: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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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공개
유부남 감독 못잊는 주인공
獨·강릉 오가며 고민·성찰
“불륜에 왜 그렇게 난리” 등
영화 곳곳 ‘항변’ 대사 눈길
감독 “자전적 스토리 아냐”
영화계 일각 “창작 자유 빌려
의식의 흐름 고스란히 반영”
공개석상에서 함께 나타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홍상수(57) 감독과 배우 김민희(35)가 지난해 6월 불륜설이 나온 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3일 국내 언론 앞에 섰다.

유부남인 홍감독과 미혼인 김민희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을 하고 있다”(홍상수),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김민희)며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2015년 2월 간통죄가 폐지된 후 불륜이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유명인이나 공인이 공개석상에서 육성으로 불륜을 인정한 사례는 전무했다. 이들의 이날 발언은 22살 나이차이 커플의 ‘불륜설’에 머무를 때와는 또다른 논란을 일으키며 세간을 달구고 있다.

홍 감독이 이날 공개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실제 관계와 오버랩된다.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인 영화는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독일의 함부르크와 우리나라 강릉을 차례로 찾아 지인들과 만나 사랑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을 그렸다. 러닝 타임 101분의 영화는 함부르크 여행 1부와 강릉 여행 2부로 나뉘어 구성됐다.

여행 중에 별다른 에피소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홍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일상에 현미경처럼 카메라를 들이대며 소소한 대사들을 통해 사랑과 남녀 관계의 의미를 묻는다.

우연한 만남과 술자리 등 전체적인 스타일은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여주인공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주인공을 따라가며 그의 고민과 성찰에 초점을 맞춘다. 유부남 감독(문성근)을 잊지 못하는 영희는 지인과 독일 공원을 산책하다가 느닷없이 다리 위에서 절을 한 뒤 “그냥 나답게 사는 거, 흔들리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답게 사는 것을 다짐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자들에 대해서는 “남자들, 다 병신 같아요”라고 직설적으로 내뱉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김민희다. 김민희는 마치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인 양 살아 숨 쉬는 생활 연기를 펼치면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김민희는 영화 속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평소 그의 느릿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다가 사랑 이야기에 갑자기 정색하고 돌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남다은 영화평론가는 “여주인공 영희는 그간 홍상수의 세계에서 등장했던 여성 인물 가운데 가장 가련하고 고독하고, 필사적인 존재”라며 “김민희는 전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성취해낸 경지를 괴물처럼 더 놀랍게 넘어선다”고 평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기가 쉽지 않다. 홍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홍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의 현재 상황과 둘에 대한 세간의 시선, 혹은 세상을 향한 감독의 항변같은 대사가 스크린 곳곳에 그대로 담겨있다.

영희의 선배로 나오는 천우(권해효)와 준희(송선미)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영희와 불륜설이 났던) 그 감독은 어떻게 됐대?(천우)”

“폐인이 된 것 같던데…(준희)”

“왜 옆에서 난리들 치는 거야(천우)”

“(다들) 할 일이 없으니까…또 불륜이잖아(준희).”

“자기들은 잔인한 짓을 다 하면서 왜 그렇게 난리를 치냐…(천우)”

영화계 관계자는 “‘창작의 자유’를 차용해 홍 감독 의식의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화 같다”면서 “어떤 대사는 대중에 대한 원망이 느껴지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짓물러져 본 적 있는 사람들의 쓸쓸한 이야기를 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화는 재미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자꾸 연상돼 영화적으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평했다.

영화 속에는 홍 감독이 마치 김민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나 칭찬처럼 들리는 대사도 있다.

선배인 천우(권해효)는 “일을 그런 거(불륜설)로 그렇게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준희(송선미)는 영희에게 “너무 매력있다.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거듭 말하고, 유부남 감독(문성근)은 영희에게 “좋은 배우”라고 치켜세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모르거나 혹은 한국보다 훨씬 남녀관계에 ‘관대한’ 해외 매체들은 “통찰력 있고 잔인하다는 점에서 홍상수의 가장 훌륭한 작품”(스크린아나키), “아마도 자신을 그린 일련의 영화들 가운데 최고점을 이룬 영화일 것”(MUBI)이라고 호평을 했다.

홍감독은 이날 언론에 “개인적인 부분은 저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와 의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제가 동의할 수 없어도 구체적으로 저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싫더라도 그 사람의 의견을 존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편견 없이 온전히 분리해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하나의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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