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선으로 강렬하게
거침없는 선으로 강렬하게
  • 황인옥
  • 승인 2017.03.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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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서용선 초대전
드로잉·조각 등 다양한 작품으로
풍경부터 역사적 인물 넘나드는
독자적 예술관 압축적으로 선봬
날카롭고 예민한 관찰력은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 하나다. 서용선은 특히 관찰력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다. 현재는 물론 과거로까지 예민한 관찰의 촉을 팽창하고 이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포착한다.

그는 도시를 떠도는 사람들, 건축물, 공간, 소리, 냄새 등을 예민하게 포착하며 인간을 탐구하거나 내부에 감춰진 불편함을 관찰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또한 관찰의 지평을 역사나 신화로 확대하며 탐구의 깊이를 보다 견고하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그림은 생각의 지도, 생각의 흐름도다. 다양한 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자신의 경험과 사고와 관계 맺으며 삶과 존재의 본질에 접근한다.

서용선 초대전이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4월 9일까지 열리고 있다. ‘생각이 그려지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드로잉(자화상), 회화(베를린 성당), 조각(머리), 영상 등이 소개되고 있다.

‘베를린 성당’은 선(線)과 회화를 예술의 지지대로 삼는 서용선의 특징이 압축된 작품이다. 회화를 기본으로 선(線)을 ‘선(善)이자 선(禪)’으로 인식하는 그의 경향이 이 작품에 함축되어 있다.

서용선이 선의 미학으로 복원한 ‘베를린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거의 다 붕괴되었다가 이후 새롭게 복원된 역사의 상징물이다. 작가는 벽 전면을 채울 만큼의 대규모 천위에 파란색 구름이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직과 수평의 굵고 거친 선들의 교차로 베를린 성당의 굴곡진 역사를 반영한다. 이 교차된 선에는 종교와 삶, 전쟁과 이념의 이중주가 씨줄과 날줄처럼 맞물려있다.

가로 3줄, 세로 4줄로 놓여있는 바닥에 설치된 조각 작품 ‘머리’에는 회화에 천착하는 작가의 경향이 반영됐다. 조각을 붓질하듯 톱으로 썰고 끌로 자른 것. 때문에 붓 선의 질감과 투박함이 살아 꿈틀댄다. 작가는 “이 머리들은 동일성을 위한 재현이 아닌 감수성의 표현”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벽면에는 2016년 작 자화상 ‘그려지는 손’이 걸려있다. 노랑바탕을 배경으로 짙은 푸른색의 옷을 입은 작가의 모습은 오른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눈동자와 붉은색 얼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도시의 팽창을 지켜봐온 세대의 선굵은 정체성이 자화상에 그대로 반추되고 있다.

서용선은 30년동안 그린 드로잉이 1만여점이 넘을 정도로 드로잉을 선호된 것. 드로잉이 그림의 토대이자 바탕이 됐다. 그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대상들에 의식이 반응하면 언제 어디서든 종이와 펜을 꺼내 드로잉으로 생각의 흐름을 잡아내 왔다.

서용선의 드로잉은 원색의 강렬함과 흐릿한 선 처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가 천착했던 도시인의 얼굴은 냉랭하고 차갑고, 자신의 어두운 내부를 비춘 자화상은 힘에 겨워 보인다. 단종과 사육신을 다룬 역사화에서는 권력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이 모든 드로잉의 근저에 “인간을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로 인식하는 인간관이 숨어있다”고 첨언했다.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서용선은?

2008년 서울대 미대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경기도 양평에서 주로 작업하며 현재 미국에서 레지던지를 하고 있다.

1980년대 ‘소나무’ 연작으로 데뷔했으며, 도시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익명화된 사람들을 표한 ‘도시인’ 연작과 단종 유배 사건과 6·25전쟁 등 주로 무거운 주제의 역사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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