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길 향해 계속 도전할래요”
“화가의 길 향해 계속 도전할래요”
  • 대구신문
  • 승인 2017.03.21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족화가 표 형 민

팔·다리에 장애 갖고 태어나

재활교사 추천으로 그림 시작

대구 노블리쥬클럽 주선으로

이일화 화백에 인물화 배워

한해 성과 30여작품 전시 개최
20170320_171155
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표형민의 첫 개인전이 한영아트센터에서 26일까지 열린다.
표형민(28)을 처음 본 것은 2015년 8월 15일 방영된 SBS ‘스타킹’에서였다. 두 팔을 쓰지 못하는 선천성 장애를 가진 표형민이 두 발로 캐리커처부터 정밀화와 영화 포스터까지 척척 그려내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손으로도 어려운 세밀화를 발로 그리는 모습은 기예에 가까웠다.

이후 다시 그를 만난 것은 같은 해 11월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문화공동체우리 ‘장애인과 함께하는 Perhaps’ 공연에서였다. 그는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의 리더로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두 인물이 동일인이라고는 인지하지 못했다.

구족화가 표형민과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 리더가 동일인물임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시작된 그의 첫 전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햇살 같은 미소’전에서 설명을 듣고서다. 하모니카 연주자가 아닌 화가로 나서는 첫 전시에는 사실적 표현의 인물화 30여점을 걸었다.

그는 지금까지 볼펜, 매직 등의 필기구로 정밀화와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인물화는 지난해부터 인물화로 명성이 높은 이일화 화백으로부터 배웠다. 이 화백과의 인연은 대구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노블리쥬클럽의 주선으로 지난 1년 동안 이뤄졌다. 이번 전시 또한 노블리쥬클럽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이 1년 지도의 결과로는 놀랍다고 하자 표형민이 의기양양하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정밀화가 그림의 기초 없이는 그릴 수 없는데 이일남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가능해졌다. 나도 이렇게 빨리 그림의 형태를 갖추게 될지 몰랐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고 할까?”

표형민은 팔과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곧바로 백합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애망원을 거쳐 지금은 성보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지는 25년쯤 됐다. 5살 무렵 사회복지 재활 교사의 추천으로 처음 그림을 접한 이후 지금까지 그려오고 있다.

하모니카를 만난지는 8년 남짓 됐다. 성보재활원 동료들과 함께 맑은소리하모니카연주단을 창단해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를 펼쳐오고 있다.

표형민이 예술의 효과, 특히 장애우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을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를 위해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다. 선천적으로 워낙 밝은 성격이지만 장애가 있어 위축되곤 했는데 예술을 접하면서 그 경계가 사라졌다. 예술이야말로 장애우들 가까이 있어야 한다.”

표형민의 인물화에는 밝고 맑은 순수한 감성과 장난기가 교차한다. 이는 밝고 긍정적인 그의 성격과 일치한다. 하지만 펜으로 그리는 그림과 달리 발을 사용해 붓으로 그리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힘든 작업이다.

그는 “발가락에 펜을 끼우고 그릴 때는 발꿈치를 땅에 대고 지지대로 활용하지만 붓이나 파스텔은 발꿈치를 들고 해야 한다”며 “수채물감이나 파스텔의 번짐을 막기 위해 발꿈치를 들고 해야 한다. 지지대가 없어져 오랫동안 하기에는 힘이 든다”고 속사정을 설명했다.

붓을 사용하면서 그리는 것이 훨씬 힘들어졌지만 성취감은 높다. 정식 화가의 길이 열린 것.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가장 어려운 것은 창작이다. 자신만의 감각을 표현해야 하는데 아직은 미숙하다. 주위에서 작가들의 전시회를 보러 다니고 미술이론 공부도 하고 레슨도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많이 노력할 것이다.”

인물화에서 풍경화, 유명건축물 등으로 그림의 대상을 확대하고 싶다는 표형민의 전시는 26일까지 한영아트센터 3층 갤러리·화영홀에서. 053-781-11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