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을 위하여 우린 무엇을 감내하나
진정한 사랑을 위하여 우린 무엇을 감내하나
  • 윤주민
  • 승인 2017.03.2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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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의 아픔을 두 번 겪은 부부
우연히 만난 아기를 거둬 키우다
친부모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사랑, 진실, 선택의 소용돌이 속
배우들 섬세한 감정연기 돋보여
소설 문장과 같은 대사도 인상적
THELIGHTBETWEENOCEANS
바다에서 떠내려온 아이 ‘루시’를 돌보는 톰과 이자벨.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바다 사이 등대’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M. L 스테드의 데뷔작이다. 지난 2013년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상 ‘올해의 책’, ‘올해의 신인작가’에 오르며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1차 대전 직후 상실감과 싸워야 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단숨에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톰의 고독한 삶과 두 번의 아픔을 겪은 이자벨의 슬픔까지, 아카데미는 물론 골든 글로브, 선댄스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실력은 인정받은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1차 세계대전 종식 후 퇴역 군인 ‘톰’(마이클 페스벤더)이 무인도 등대지기로 남은 삶을 희망하면서 시작된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식 후 퇴역 군인 톰은 전쟁에서 받은 상처로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제2의 삶을 살기를 원한다. 참혹했던 전쟁 속에서 전우를 잃은 상실감과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빠진 톰은 무인도 야누스 룩에서 등대지기로 살기로 선택한다. 야누스 룩으로 가기전 파르타죄즈라는 작은 항구에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을 만나게 되고, 전쟁에서 두 오빠를 잃은 이자벨은 톰에게 관심을 보인다. 삶의 끝자락에서 돌아온 톰에게 감정은 사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둘은 야누스와 파르타죄즈, 섬과 육지를 오가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게 되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외딴 섬에서 오붓한 둘만의 가정을 꾸린 톰과 이자벨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행복했던 날도 잠시, 둘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사랑으로 얻게된 생명을 두 번이나 잃으면서 이자벨은 극심한 우울증과 상심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톰과 이자벨은 섬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작은 배에 한 남성의 시체와 어린 아이가 떠내려왔던 것. 톰은 항구에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이자벨은 이를 운명으로 생각하고 아이를 키우자고 설득한다. 순간 행복해하는 이자벨의 모습에 톰은 결국 보고를 포기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는 ‘루시’라는 이름으로, 톰과 이자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 루시의 세례식을 위해 파르타죄즈로 향한 톰은 불안에 떨지만, 손녀로 인해 기뻐하는 장인·장모를 보고 위안을 삼는다. 야누스로 떠나기 전 세례를 위해 교회를 찾은 톰은 교회 앞 한 묘비에서 혼자 울고 있는 해나(레이첼 와이즈)를 발견한다. 이후 해나가 떠난 묘비 앞에 선 톰은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바다에서 떠내려온 남성과 아이의 묘비였던 것. 톰은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야누스로 돌아가기 전 해나 집에 한 통의 편지를 남긴다. “따님은 무사합니다. 부군은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톰은 이 사실을 혼자 가슴에 묻고, 야누스로 돌아간다. 하지만 수년 후 야누스 40주년 기념 행사에 온 해나를 본 톰은 또다시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이자벨은 루시가 해나의 딸임을 직감한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톰, 뒤늦게 알게된 이자벨. 이들에게 찾아온 가혹한 운명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겪게 되는데….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원작인 ‘바다 사이 등대’의 기존 스토리에 충실했다. 소설에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옮겨내는가 하면, 책 속 주인공의 감정까지 영상으로 고스란히 표현했다. 실제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마이클(톰)과 알리시아(이자벨)를 촬영지에서 6주간 함께 살게할 정도로 몰입도를 위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흥미로운 점은 마이클과 알리시아는 6주간의 생활 중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 이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의 역대급 케미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영화는 후반 부분 톰과 이자벨이 해나를 만나면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으로 키워낸 ‘루시’를 친부모인 해나 곁으로 보내야 하는 톰과 이자벨이 갈등을 겪으면서 영화는 관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또 진짜 용서가 어떠한 것인지. 루시를 둘러싼 세 사람의 갈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 속 인물에 점점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자벨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는 톰, 톰을 증오하며 루시를 그리워하는 이자벨, 그레이스(루시)를 사랑하지만 딸의 행복을 비는 해나까지, 이들의 진정한 사랑과 진짜 용서는 먹먹해지는 가슴에 시나브로 눈시울을 붉힌다.

“용서는 한 번만 하면 되잖아. 원망은 하루종일 매일매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쁜일도 계속 떠올려야 하고….”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中에서. 윤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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