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역사라도 예술로 직면해야”
“고통스러운 역사라도 예술로 직면해야”
  • 황인옥
  • 승인 2017.04.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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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서 용 선
대학 시절 서양화 공부하며
동양적 회화에 목마름 느껴
역사적 인물·사건 등 활용
독자적 작품세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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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죽는다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슬픈 인간을 통해 일상적인 것으로 훈련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서용선.
서양화가 서용선은 비극적 역사의 주인공인 단종과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역사화와 태초에 세상의 지형을 만든 대지모신(大地母神)인 마고할미 신화를 작업해 오고 있다. 우리 역사와 신화에 대한 천착에는 서양성을 극복하고 동양적인 회화를 구축하고픈 서용선의 주제의식이 반영됐다.

미국 갤러리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로 자신의 개인전 말미에 전시장인 봉산문화회관을 찾은 서용선이 “한국전쟁을 그린 피카소의 작품이 있다. 정작 우리는 외면했다. 치부를 정면으로 보기에는 고통스러워 의도적으로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면으로 바라봐야 치유되고, 통일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며 “신화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신화가 예술창작의 원천이 되면 되겠나? 우리의 신화라야 우리의 창작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가 동양적 회화에 대한 투지를 불태운 것은 한창 피가 끊던 대학 재학 시절 서양화를 공부하면서다. 서양의 문학이나 그림이 인간과 역사에 대해 탐구한 반면 동양회화는 자연 지향 일색인 것을 알게 되면서 동양적인 회화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배우면서 서양의 고전이 된 그림들은 인간과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동양 그림은 왜 자연에만 집착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후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면서 구체적인 역사화로 드러나게 됐다.”

2008년 서울대 미대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경기도 양평에서 주로 작업하며 미국 등의 레지던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서용선의 의식을 건드리는 소재는 역사나 신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사가 속 장소로서의 대관령, 지리산, 해인사, 동해, 백령도, 통영의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현대 도시의 빌딩과 지하철 입구, 버스 정류장도 그린다. 소재는 다양할지언정 주제는 하나 ‘인간’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권력, 인간과 물질에 대한 관계를 통해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다.

그가 그리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인간이다. 밀도 있고 구축적인 평면, 강렬한 원색, 거친 질감으로 비극적인 단종이나 한국 전쟁, 소외된 현대 도시인의 슬픔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슬픈 인간을 시각화한다. ‘왜 슬픈 인간이었느냐’는 반문에 ‘비극적인 인간의 운명’을 거론했다.

“인간의 운명은 태어나 죽는 것이다. 그동안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으로 수많은 질문을 던져왔고, 비극을 알면서도 대소사에 끌려 사는 것이 우리다. 우리는 이 비극에 대범하게 훈련되어야 한다. 내 예술적 표현은 그 훈련에 대한 것이다.”

2006년 교환교수로 독일 베를린 체류할 당시 속도감 있게 그려낸 베를린 성당과 통나무로 조각한 인물 두상 12점을 소개한 봉산문화회관 초대전은 지난 9일에 종료됐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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