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대한 도전…내 예술의 동력”
“공포에 대한 도전…내 예술의 동력”
  • 대구신문
  • 승인 2017.05.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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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가 주목한 지역 작가 3人의 작품세계-<2> 손 파

120만개 침 일일이 꽂아 기와장식 완성

두려움 직면하는 작가의 인생관 드러내

치미·갑옷 등 작품형상 박물관서 영감

“작품 통해 인간의 이야기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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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체하고 해결하며 해방감을 느낀다는 손파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초대 작가인 손파 예술은 일종의 해방구다. 의식을 불편하게 건드리는 특정 존재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해방하는 전초기지다. 손파는 "불편함으로 대변되는 문제의식이 내가 예술을 계속하게 하는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두렵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생긴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고통으로 계속 남게 된다. 나는 문제를 하나씩 풀고 해결하는 것에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작품의 재료는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칼, 한방 침, 플라스틱 원재료 등이다. 날카로운 재료에는 무서움이라는 트라우마가 있고, 플라스틱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제약의 대상이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속성 일색이다. 손파에게 이 재료들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개척해야할 신세계다.

“공포를 공포로 두면 평생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두려움의 극복은 곧 자유상태가 아닌가? 그것은 곧 상처의 치유다. 그러니 계속해서 도전하고 극복해 갈 수밖에…”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재료를 다루는 과정은 여느 입체작업보다 사뭇 복잡하다. 인식→해체→분석→재인식→해방의 수순을 따른다.

첫 번째 공정에서는 트라우마나 제약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동한다. 이후 문제가 되는 재료를 낱낱이 해체하고, 긴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 공정들은 재료를 알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재료 파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작품의 완성은 불편했던 첫 감정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한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내 작업에서 재료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문제해결의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평면 작업에서 예사롭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입체로 전환한지는 7년 정도 됐다. 단순 평면보다 입체 작품이 예술적 주제를 풀어놓기에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손파 예술이 향하는 목적지, 즉 주제는 ‘마음’이다. 문제의 연속인 인간사를 하나하나 해결하며 상처받은 마음에 위안을 보낸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가 끊임없이 오고 간다. 이 이치는 누구도 비껴갈 수 없다. 이때 문제를 인식하는 시각은 두 가지다. 고통에 순응하거나 해소의 대상으로 여겨 극복하는 것이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작업 과정은 지난하다 못해 험난하기까지 하다. 작품 ‘치미’(대궐이나 큰 기와집에 지붕 기와장식)는 침을 120만개나 꽂는 단순 노동이 필요하고, 20~60원이 소요되는 침 하나당 가격을 생각하면 재료비도 엄청나다. 플라스틱 원재로는 물성을 이해하는 긴 시간과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만만하고 말랑말랑한 재료들도 많은데 왜 굳이 무모함을 애써 즐길까?

“문제가 클수록 집중도도 높다. 작업하는 동안은 혼이 나간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 화두도 필요 없다. 오직 비우는 일만 한다. 잡념이 없는 상태는 행복 그 자체다. 결국 결론은 마음으로 연결된다.”

작업은 논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설계를 바탕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재료비, 시간, 노동의 강도가 만만치 않아 자칫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중하게 접근해서 만든 작품이 의자와 갑옷, 치미, 책 등이다. 이 대상은 모두가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들이다.

“박물관이야말로 인간의 문화가 집대성된 곳이다. 그렇게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보인다. 바로 인간이다. 앞으로도 상처가 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을 녹여내고 싶다.”

한편 손파는 베니스 명소 리알토 다리 근처에 위치한 팔라조 벰보와 팔라조 모라 두 곳에서 열리는 ‘퍼스널 스트럭쳐(Personal Structure)’ 2017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된다.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는 5월13일부터 11월26일까지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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