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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렵다?…“편견 깨는 연주자 되고 싶어요”

기사전송 2017-05-10, 0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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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둥지 튼 폴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구텍’
폴란드 음악원서 韓 부인 만나
대구에 정착 음악 활동 계기
무대·SNS·개인레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
작·편곡가·공연 기획자
다재다능한 재능 선보여
Gutek-OneViolinBand
쉽고 편안한 스타일로 클래식 음악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구텍. 현재 대구에서 레슨과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4일 폴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구텍이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오르자 눈이 반짝였다. 폴란드와는 사뭇 다른 객석 풍경이 신선했다. 중장년층의 청중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폴란드와 달리 한국의 객석은 청소년과 청년 등의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한국은 음악 전공자가 아닌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의 다양한 교육시스템에서 악기나 노래를 배우는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다. 음악을 접한 이들이 연주회에 많이 오는 것 같다. 음악을 이해하는 수준 높은 청중이야말로 연주자에게 힘이다.”

지난 3월 공연 구텍이 초대된 무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수성아트피아의 야심찬 기획인 ‘아티스트 in 무학’ 프로젝트였다. 그가 외국인이면서도 이 무대에 설수 있는 것은 현재 대구에 거주하며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구텍은 2015년 10월 입국해 대구 등 한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폴란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수성아트피아 신년음악회에 초대된 인연으로 독주회까지 하게 됐다. 대구에서 나는 햇병아리인데 대구 연주자로 초대해 주어 감사했다.”

‘대구살이’를 묻자 주저없이 “음악하기 좋은 도시”라고 했다. 대구에서의 활동이 만족스럽다는 그와 대구와의 인연은 부인인 피아니스트 임소연과 관계된다. 대구는 부인 임 씨가 대학을 나오고 생활했던 곳이다. 구텍은 현재 5살난 딸과 임 씨와 함께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면서 연주와 레슨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소연과의 러브스토리는 2004년부터 시작됐다. 임 씨가 폴란드 국립쇼팽음악원 석사과정 유학중에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구텍을 만나 둘이 사랑을 싹 틔웠고, 5년의 연애 끝에 2009년 결혼했다. 임소연은 바르샤바국립쇼팽음악원 석사과정과 국립쇼팽음악대학교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폴란드는 음악가가 되기 위한 교육이 체계적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음악전문교육기관을 거친다. 구텍 역시 이 시스템을 따랐다. 음악전문 초·중·고를 거쳐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쇼팽음악원 학,석사과정과 국립쇼팽음악대학 전문연주자과정 실내악부문 디플롬을 취득했다.

바이올린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음악전문 초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던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부모의 권유로 시작한 바이올린이었지만 맞춤 옷처럼 편했다. 배우고 연주하는 것이 놀이처럼 즐겁고 쉬웠다. 이러한 성향은 연주자 생활로까지 이어졌다. 편한 복장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클래식과 팝음악을 넘나들며 클래식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있다.

“클래식은 즐겁고 쉬운 음악인데 음악을 전달하는 환경이 너무 딱딱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편한 복장과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편한 분위기를 만들며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려고 한다.”

그는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력을 키워왔다. 폴란드 슈체친시립교향악단, 슈체친 오페라오케스트라, 루토수압스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고, 국제실내악 페스티벌, 폴란드 바르샤바 플라네타리움 등에서 독주회를 펼쳤다.

연주 스타일은 편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활끝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반전이다.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하고, 그러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이는 폴란드 스타일이다. 구텍은 한국의 한과 비슷한 정서가 폴란드에도 있다고 했다. “폴란드에서 연주자의 감정은 매우 중요하다. 나 역시 폴란드 특유의 정서가 몸에 배어 있어 연주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자유로운 연주 스타일은 활동 무대를 선택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무대에 제약을 두지 않는 것. 클래식 연주 외에도 스스로 터득한 MR과 영상을 이용한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협연, 팝음악 연주 등 다양한 장르와 연주 방식을 열어두고 있다. 유튜브도 ‘구텍’이라는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연주 영상을 올리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의 영상을 보고 ‘재미있다’는 물론이고 ‘연주가 너무 좋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정통클래식 연주자의 딱딱함을 벗고 싶었다. 이것은 좀 더 쉽고 재미있는 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

구텍은 작곡과 편곡도 겸한다.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작·편곡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폴란드-독일 대규모 합작 프로젝트인 와슈토브니아(Lasztownia) 작·편곡, 2009년 슈체친 극장 카나(KANA) 프로젝트 ‘리싸이클링(Recycling)’ 작곡 및 연주와 기획, 2013년 어린이를 위한 연극 ‘눈의 여왕’과 ‘오즈의 마법사’를 작곡하며 작·편곡 활동도 왕성하게 해 왔다. 독주회에도 자작곡은 빠트리지 않고 한 곡씩 연주한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그 시대의 곡을 연주했다. 특히 작곡가가 곡을 쓰고 직접 연주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20세기 이후에 그런 전통이 사라졌다. 20세기부터 연주자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의 과거 작곡가의 곡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연주하는 데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면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것을 회복하고 싶었다.”

구텍의 열정과 능력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기획자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 내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실내악마스터클래스를 기획했다. 특히 가장 빛을 발한 기획은 아틀리에(Artelier) 국제실내악페스티벌이다. 그는 이 페스티벌에 예술감독 및 디렉터로 참여했다.

아틀리에(Artelier)국제실내악페스티벌은 약관의 28세에 처음 기획됐다. 페스티벌의 콘셉트는 배들이 정박하는 항구에 무대와 객석을 만들고 최고의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것으로 잡았다. 클래식 공연을 오픈된 항구에서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음악인들이 다수였지만 첫 해에 보란듯이 성공을 거뒀다. 폴란드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쿨카(A.Kulka) 폴란드 쇼팽음악대학 교수 등 실력파 연주자를 초청하며 감동을 이끌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6년 동안 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기회가 되면 폴란드 음악만으로 국제실내악페스티벌을 대구에서도 열고 싶어 한다.

“겨우 28살이었는데 흰 머리카락이 날 정도로 1회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힘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성공시켰다. 의외의 장소에서 좋은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수준 높은 음악을 듣는 것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폴란드에서 대구로 와 대구살이에 만족감을 표하는 구텍. 그는 대구에서 연주와 교육 활동을 병행하며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대면 형식을 가리지 않고 참여해 폴란드 연주자의 감성을 기꺼이 선사하고 있다.

특히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음악 환경은 놀라움이라고 했다. 음악 전공자는 물론이고 비전공자도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환경이 부럽다고 했다. 그는 “음악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악기와 노래를 배우는 것은 음악적 인프라를 넓게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연주자에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음악적인 좋은 자원이 된다. 이런 점은 미래를 밝게 한다”고 피력했다.

구텍은 비전공자와 전공자 구분없이 개인레슨을 하고 있다. 이는 대구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다. 교육자로써의 철학도 연주자 구텍과 다르지 않다. ‘자유로움’. 일단 그의 학생이 되면 바이올린에 대한 두려움은 버릴 수 있다. 바이올린이 쉽고 재미있다는 생각부터 심어주기 때문.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고유의 스타일을 찾아 주는 것이다. 연주자로 성장했을때 자신만의 스타일은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음악을 하기 위한 교육 방식 중 하나에 즉흥연주가 있다. 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표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흥연주는 창조와 같다. 이 방식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나중에 연주자가 됐을때 자신만의 멋진 해석을 할 수 있게 된다.”

구텍은 실내악 연주에 관심이 많다. 아틀리에(Artelier)국제실내악페스티벌을 기획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실내악은 독주와는 또 다른 색깔을 찾을 수 있고, 청중을 휘어잡는 힘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교육도 개인레슨보다 실내악 형태의 레슨이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 대구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교육을 해보고 싶어 했다.

“여러 명이 그룹을 형성해서 실내오케스트라 형태로 레슨을 하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추면서 소리에 대한 귀도 더 풍성하게 열리고, 다른 연주자에 대한 배려도 생긴다. 이런 과정은 성인이 되어 조직생활을 할 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독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는 부인인 임소연씨가 맡는다. 정통 클래식을 고수하는 부인에 비해 전자음악과 컴퓨터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 열려있는 구텍은 연주회 일정이 잡히면 부인과 의견을 나누며 곡 해석을 한다. 이 과정에서도 구텍은 ‘자유로움’을 잃지 않는다. 그는 정체되지 않고 나날이 새롭고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는 연주자를 꿈꾼다.

“미래의 나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작곡이나 편곡 방향에서 보았을 때 게임음악이나 영화음악 또한 연극무대에 나의 작품을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나는 과거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나만의 음악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싶다.” 공연 및 교육 문의는 010-4380-224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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