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발견…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우연과 발견…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다
  • 대구신문
  • 승인 2017.06.04 17: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무창 ‘꽃들의 충돌’展

9월 3일까지 대구미술관

“꽃이 뭐야?” 아들 질문에

본질에 대한 탐구심 생겨

꽃 등 평범한 대상 소재

집중적으로 보기 등

다양한 방법 활용 형상화
592b6c153fe7a7d7b4f10a3a
한무창 초대전이 대구미술관 4,5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MG_7767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있다고 치자. 우리는 그를 홍길동이라는 이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름이 곧 실체인가?’라고 반문하면 따져봐야 한다. 편리성을 위해 사회가 구획지어놓은 개념화된 이름보다 고유한 생김새와 생각을 가진 몸과 마음이라는 생물학적이고 영적인 생명에너지를 진정한 실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무창 예술은 개념화로 제한해 놓은 존재에 대한 인식 틀에 반기를 들며,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식 틀을 제시하는 데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개념화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죠. 그렇게 되면 새로운 발견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어요. 더 밀도 있게 세상을 이해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르게 보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대구미술관 한무창 전시에는 작가의 선호가 반영된 분홍을 중심 색으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선들의 경쟁을 화려한 색으로 부추기는 평면회화, 회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연결되는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하다. “이번 작품들은 모두가 내가 새롭게 바라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각적 구현이에요.”

전시제목은 ‘꽃들의 충돌’. 꽃은 세상을 새롭게 보기 위해 선택된 상징적 존재이며, 그의 아들이 던진 화두이기도 하다. 그가 “2003년에 3살된 아들이 ‘아빠, 이게 꽃이야?’라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이가 재차 ‘그런데 꽃이 뭐야?’라고 되물었다. 그때부터 꽃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아이가 꽃에 대해 묻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순간 당황했죠. 시각적으로 보고 있는 꽃을 아직 관념이 뭔지 모르는 아이에게 관념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죠. 그러면서 과연 전정한 실체가 무언지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죠.”

한무창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우연성과 순간성. 애써 치열하게 찾기보다 일상에서 만나는 대상이나 사건을 작업에 적극 끌어들인다. 여기에는 순간성이야말로 새로운 감각의 눈을 열어줄 원천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다.

순간성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독일 유학 때부터다. 당시 베를린의 한적한 공원에서 무리지어 날고 있는 까마귀 떼를 목격하다 무리 중 한 마리가 땅에 내려앉는 것을 보게 된다. 한참이 지나도 까마귀가 미동도 하지 않자 달려가 확인해 보니 그것은 까마귀가 아닌 검정 비닐봉지였다. 순간 몸에서 전율이 일면서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간 현상이나 우연적으로 포착한 상황에도 우리가 전달 받을 새로운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바라보기’가 필수다. 새롭게 바라보기는 실체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여기에는 뒤집어 보기, 거꾸로 보기, 집중적으로 보기 등 다양하다. 한무창은 이 모든 방법론을 수용한다.

“꽃을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 흰색 복사용지를 꽃 뒤에 대 봤어요. 그랬더니 그동안 보아 왔던 색과는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하고, 형태도 더 세밀하게 보였어요. 실체에 보다 가깝게 다가간 것이죠. 이번 전시도 그런 맥락과 닿아 있어요. 전시공간을 천장부터 바닥까지 흰 색을 칠해 전시장 속 모든 존재를 탐구 대상으로 놓았어요.”

그의 작업에서 또 하나의 핵심개념은 관계성이다. 개별 존재와 개별 존재, 개별 존재와 전체가 서로 충돌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번 전시 제목인 ‘꽃들의 충돌’도 여기서부터 왔다. 개별 존재와 개별 존재, 개별 존재와 전체가 만나 서로 충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충돌은 갈등관계지만 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특히 그는 개별존재와 전체의 관계에서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권력구조를 새롭게 재편한다. 그 배경에는 보다 많은 가능성 확보가 있다.  “수직관계보다 수평관계가 더 역동적이죠. 수평관계에서는 더 많은 가능성이 확보되고, 변화의 여지도 많아지죠. 그럼으로써 세상은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 지겠지요.”

40대 작가 발굴, 지원을 위한 대구미술관 기획 ‘Y+아티스트 프로젝트2’ 두 번째 작가로 선정된 한무창 전시는 대구미술관 4, 5전시실 9월 3일까지. 053-790-3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한무창은 독일 뉴른베르크 예술조형미술대학 디트 자일러 교수를 사사하고, 뉴른베르크 예술조형미술대학 에바 폰 플라텐 교수로부터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