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공간이 불러오는 내면의 소리
익숙한 공간이 불러오는 내면의 소리
  • 황인옥
  • 승인 2017.07.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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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 이영갤러리 김현정展
안방·작업실 등 실내 공간에
작가만의 감정·이야기 표현
억눌린 욕구·청춘의 불안함
보색·짙은 외곽선으로 강조
다시-이영갤러리-스캔
김현정 작가의 ‘엄마의 방’.

김현정의 그림은 지나치게 유쾌하다. 가장 먼저 화려한 색채가 눈을 잡아끈다. 보색 대비도 마다하지 않아 훅 빨려 들어간다. 외곽선을 선명하게 처리한 대상들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분히 왜곡된 인물에는 해학이 넘친다. 하지만 지나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 어딘가 불안하다는 말이다. 청년작가 김현정(25)이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라고 받아쳤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화가로써 나만의 시각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지 늘 불안하다. 이 시대 20대 청춘들도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림의 소재는 실내전경. 작가의 작업실이나 엄마의 방, 그녀가 방문했던 카페 등을 그린다. 가구나 생활용품 등 공간 속 사물들을 놓치지 않고 배치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인간. 해학적으로 부각된 인간이 공간의 중심을 잡는다. 한 명일 때도 있고 두 세 명일 때도 있는데, 그녀 자신이거나 가족 또는 친구들이다. 풍경은 주로 기억과 연관된다. 과거 어느 순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대개 위로 받았던 따뜻한 기억들이 포착된다.

“내가 익숙한 공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낸다. 그리면서 현재 내 감정도 투영한다. 그런 점에서 자화상일 수 있다.”

보색 대비가 갈수록 극적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 현상을 ‘발산’이라고 표현했다. 현실에서 자제된 욕망이 화려한 색채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린 시절에도 화려한 색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입시를 하면서 색을 쓰지 못하다 대학 와서 색을 마음껏 쓰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렇게 화려한 색을 쓰고 있으까 고민했는데 우연히 어린 시절 그림을 봤다.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지금의 내가 쓰는 색채와 같아 깜짝 놀랐다. 내 안에 색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내재돼 있었다.”

5살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어머니의 배려가 컸다.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림을 그려서 그린다는 것이 공기처럼 익숙하다.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화풍을 찾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소재로 했다. 이후 인물로 대상을 확장했다. 나이가 더 들고 경험이 쌓이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는 측면에서 ‘일기 같은 그림’이라고 했다. “나로부터 그림이 시작된다. 가장 솔직한 방법으로 나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전적인 요소가 짙게 깔린다. 그렇다고 소설로까지 확장되지는 않는다. 그림의 화법을 지키는 선에서 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전시는 이영갤러리(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525길 14-26)에서 18일까지. 053-741-037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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