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순환…그 복잡 미묘한 아름다움
生의 순환…그 복잡 미묘한 아름다움
  • 대구신문
  • 승인 2017.07.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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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효정 초대전 ‘오아시스’

생활용품 활용 대형분수 제작

예술과 삶의 연관성, 공존 표현

시간과 죽음 등 철학적 의미도

봉산문화회관서 6일까지 전시
봉산-유리상자 권효정6
권효정 초대전이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서 8월 6일까지 열린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아버지와 멸치’, ‘서문시장’, ‘관계’, ‘시간’, ‘허무’. 한 덩어리로 보기에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머릿속에서 다양한 단어들이 모아졌다 흩어지는 듯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일 터였다. 당연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을 시작한 청년 작가이니 분출하는 생각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8월 6일까지 열리는 권효정의 봉산문화회관 전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아시스’다. 전시 제목은 ‘오아시스(Oasis) : 삶으로부터의 분수(Fountain of life)’. 분수를 재현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현대인의 청량제가 되고픈 분수다.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의 중심인 광장, 광장에서도 가장 중심에 분수가 있다. 사람들은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고 휴식을 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삶과 무관치 않다고 보면 분수 작품은 그런 맥락 속에 있다.”

사방이 유리로 마감된 유리상자에 대형 분수가 설치돼 있다. 드럼통, 서랍장, 꽃이 꽂혀있는 화병 등으로 단을 쌓고, 그 위에도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단을 쌓아 만든 분수다. 가장 윗단에 설치된 5개의 샤워기에서 물이 뿜어져 내린다. 분명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져 내리는 분수지만 꼴은 좀 다르다. 살짝 사납기까지 하다. 권효정이 ‘낯선’ 이야기를 했다.

“관람객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오아시스가 사막에서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생명의 상징인 생명수이듯 생활용품도 예술의 생명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권효정이 ‘서문시장’과 ‘아버지’를 언급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서문시장에서 멸치 도매업을 23년 동안 해왔다. 권효정은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서문시장으로 향하던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장에서 멸치를 팔았던 아버지의 책임감과 성실함은 멸치 냄새보다 더 짙게 그녀의 코끝을 적셨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생활용품들도 서문시장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상품들이다. 서문시장과 아버지, 그리고 멸치는 그녀 예술의 토대다. 지난해 첫 개인전은 아버지의 멸치를 주제로 풀었다.

“아버지가 멸치 판 돈으로 미술공부를 했다. 내 작품에 멸치 냄새가 배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서문시장은 어린 시절 내게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없는 게 없었으니까. 이제는 내 작품 속의 판도라가 되고 있다.”

언뜻 보면 분수와 생활용품이라는 단순한 프레임 같다. 하지만 간단치 않다. 우선은 ‘시간’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이 포착된다. 분수 주변에 설치된 생화와 살아있는 식물들이 개념의 실체들이다.

계속해서 물을 갈아주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꽃은 지고 식물은 자연스럽게 시든다. 작가는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의 삶, 그로 인한 허무와 종국에 찾아오는 죽음을 분수 속 식물들을 통해 언급한다.

그렇다고 못내 허무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물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분수의 속성이 긍정의 아이콘이다. 그녀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잃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비록 우리가 죽어도 세대를 이어서 인류는 계속 된다”며 “분수 속의 재료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관계를 맺어서 하나의 분수가 돼 흐르듯이 말이다”라고 순환에 심어놓은 숨은 뜻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는 공존을 의미한다. 분수가 서로 관계를 맺어 공존하듯이”라며 ‘공존’의 의미를 무게감 있게 설파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아버지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작업의 태도로 삼겠다는 권효정. 많은 경험을 하고 자신의 표현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재료들을 찾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예술적인 지점으로 포착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녀의 전시는 내달 6일까지다.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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