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풍경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지리산의 풍경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 대구신문
  • 승인 2017.08.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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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발전소 임재강 개인전

어린시절 보낸 풍경 돌로 조각

작품 제작 과정 영상물 만들어

다양한 오브제로 정서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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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하며 작업하는 태도를 중시하는 임재강의 전시가 18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다. 대구예술발전소 제공


돌멩이 같기도 하고, 바위 축소판 같기도 한 조각 10개가 눈높이보다 조금 낮은 위치에 2줄로 간격을 맞춰 전시장 바닥에 배열해 있다. 맞은편 벽면에 설치된 도자기로 만든 두꺼비 조각 20여개도 눈에 띈다. 또 다른 벽면에는 영상이 흐른다. 돌멩이 조각을 제작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다.

서로 다른 3종류의 매체를 하나로 꿰기에는 다소 이질적인 감이 있다. 일단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의도를 탐문해 보지만 쉽지 않았다. 임재강(24)이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 말문을 열었다. “지리산의 자연을 옮겨놓았다”고…

“대학 졸업전을 준비하며 내공도 부족한데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했죠. 그러면서 ‘내 주변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지리산과 섬진강이 떠올랐어요. 제가 남원 출신이라 늘 보아왔던 대상들이었어요.”

나고 자란 지리산과 섬진강이 작품으로 연결됐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무미건조한 대상보다 상상한 가상에 더 끌리고, 상상보다 더 재미진 것이 누군가의 흥미진진한 사연이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습성. 괜히 콘텐츠 만능시대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스토리에 국한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만큼 내공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것을 보완해 주는 것이 제 이야기였어요. 내 삶의 궤적이니 기본적인 내공은 축적돼 있다고 봤죠. 어린시절 축적된 내 정서를 풀어놓으니 진정성에서도 그 어떤 대상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지리산의 봉우리와 골짜기를 축소한 돌 형상은 어린 시절 눈만 뜨면 보던 익숙한 자연이다. 그런 탓에 캐스팅을 위해 사진을 찍거나 드로잉을 할 수고는 필요치 않았다. 그는 그것와는 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에 접근했다.

“삽과 석고가루 그리고 물을 준비해 지리산과 섬진강을 누볐어요. 노고단 형상을 뜨기 위해 노고단을 오르며 적당한 지점에서 땅을 파고 석고가루와 물을 섞어 넣어 노고단의 형태를 떠내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흙으로 구운 두꺼비에 대한 사연도 스펙터클하다. 두꺼비는 섬진강에 널리 분포해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섬진강에 두꺼비가 워낙 많아 임진왜란 때 왜군이 두꺼비 울음소리에 두려움을 느껴 되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할 만큼 섬진강 두꺼비는 명성이 자자하다. 작가는 전해오는 두꺼비의 스토리에 음과 양이라는 관념적인 요소를 더해 접근했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보면 안타까운데 두꺼비는 좀 애매했어요. 벌레가 죽은 것 정도의 동요에 그쳤다고 할까요? 무감각한 감정에 대한 대비점으로 두꺼비를 상업성 짙은 도자기로 만들었어요. 일종의 음과 양의 대비였죠.”

음과 양을 말하는 그의 얼굴이 상기됐다. 이야기인즉슨 모든 작품의 근저에 음과 양이 내재해 있다는 것. 작품의 대상을 직접 찾아가 그 장소에 산재한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실험성과 도자기라는 고도의 상업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 자연물에 인위적인 행위를 가하는 네거티브적 요소와 그 행위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포지티브적인 요소의 연결 등은 모두 음과 양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음과 양,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를 대척점에 두지 않아요. 오히려 조화를 추구하죠. 대척점에 있는 두 개념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지리산과 섬진강을 모티브로 한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자연에 대한 의미로 제한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지리산에서 성장한 감성팔이 이상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작가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장소에 직접 가보고 경험하는 것과 작업실에 앉아서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봐요. 그저 아름다운 자연으로만 보지만 속에 들어가면 엄청난 아픔이 있을 수도 있죠. 작가라면 그런 것 까지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시는 18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전시실에서. 053-430-122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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