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놈에 맞춰 춤을?…세계를 놀래킨 대구 춤꾼들
메트로놈에 맞춰 춤을?…세계를 놀래킨 대구 춤꾼들
  • 황인옥
  • 승인 2017.08.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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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댄스팀 ‘아트지’
美 WOD대회서 1등과 1점차 2등
스토리 엮은 창의적 춤 호평
중도 포기하거나 서울로 떠나는
지역 댄서들 어려운 현실에 아쉬움
“생계 걱정없이 춤출수 있는
지역 맞춤 시스템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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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구 공동대표
대구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상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시스템화 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한지 5년 만에 스트리트 댄스그룹 ‘아트지’가 대한민국 스트리트 댄스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미국 LA에서 벌어진 월드 오브 댄스(WOD) 파이널에서 1위에 1점 뒤지는 점수차로 2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세계 최정상의 그룹으로 우뚝 선 것. 귀국 후 순회공연으로 바쁜 강선구 ‘아트지’ 공동대표를 만나 그들의 춤 이야기를 들었다.

춤꾼3명
아트지 공연 모습.

◇ 대구 춤꾼 ‘아트지’, 세계최고로 거듭나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는 20세기 이후, 각 문화의 전통 무용이나 발레, 모던댄스 힙합 등의 이른바 순수무용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대중문화 기반의 춤을 일컫는다. 스트릿(street)은 길에서 춘다는 의미라기보다 길거리, 파티 등에서 발생한 문화에서 발전됐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트리트 댄스의 국내 진출은 99년 힙합 페스티벌 이후, 당시 내한했던 ‘일렉트릭 부갈루스(Electric Boogaloos)’를 비롯한 세계적 댄서들이 스트리트 댄스라는 용어를 소개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트지’를 일약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댄스그룹으로 우뚝 세운 월드 오브 댄스 대회(WOD)는 미국(LA, 보스턴, 하와이), 중국, 일본, 스페인, 영국 등 세계 20개 지역에서 열리는 글로벌 댄스 대회다. 전 세계 14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200개 이상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규모와 권위의 스트리트 댄스 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세계 30여 개국, 100여 개팀, 10만여 명의 댄서들이 참가했다.

- 2등이지만 1등과의 점수차가 1점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한 ‘아트지’ 춤은 어떻게 다른가?

“대회 참가작 제목이 ‘틱톡(TicToc)’이다. 음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트로놈의 단순한 소리로 퍼포먼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고민하는 과정을 춤으로 엮은 것이다. 다른 팀이 대규모 인권으로 힘있는 테크닉적 요소를 구사하는데 비해 우리팀은 소규모 인원으로 스토리 형식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춤이다.”

- 창의적이라는 말로 들린다.

“스트리트 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화려하고 파워풀함과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스토리적인 요소에 간결함과 재치를 가미하고 프리스타일과 락킹, 멜로, 액션, 스릴러, 에프엑스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형식이다. 음악도 안무가 만들어지면 춤에 맞는 소리를 우리가 직접 만든다. 춤에 맞는 음악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런 우리팀의 창의성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다.”

- 역대 대회에서 대규모로 파워풀한 춤을 보여준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대회에서 ‘아트지’가 새로운 형식의 춤으로 준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스트리트 댄스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어느 심사위원이 ‘내가 상상도 못한 퍼포먼스’라며 극찬한 것을 보면 앞으로 우리와 비슷한 형식의 춤을 선보이는 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새로운 춤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는 반증으로 보고 있다.”

- 미국대회 참가를 위한 비용을 크라우딩 펀드(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후원모금)로 충당한 것도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항공료(6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펀드를 개설했는데 예상 외로 800만원 넘게 모였다. 일부 금액은 지역 댄스씬 활성화 연구 프로젝트를 위한 비용에 사용된다. 펀드 모집 방식도 좀 다르게 했다. 리워드(reward) 방식인데, 지역의 아카데미에 특강, 실기시연을 해주고 사례비를 받는 방식이다. 지명도가 있는 팀에게 추천하고픈 방식이다.”

◇ 세상에 없던 독특한 안무로 승부수 띄워…

대구에서 직업적인 춤꾼으로 사는 것이 가능할까? 춤으로 경제적 자립체의 삶을 영위할 수는 있을까? ‘아트지’(ARTGEE)를 창단할 당시 춤친구 사이였던 강선구와 류주영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질문이었다.

당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 스트릿 댄스 1.5세대로 살아온 강선구와 류주영은 역설적이게도 대구의 열악한 스트리트 댄스 환경에서 새희망의 싹을 틔우기로 결심하고, 2012년에 자신들을 공동대표로 스트리트 댄스그룹 ‘아트지’(ARTGEE)를 결성했다.

- 춤은 언제 시작했나?

“중학교 1학년 때다. 방송에서 춤추는 댄서들을 보면 마냥 좋았다. 몸으로 하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AFKN이나 댄스관련 방송, 그리고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자료를 보고 독학으로 춤을 배웠다.”

- 당시는 댄서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있던 시절이다.

“힙합댄스가 강세였는데, 거리에서 힙합을 추면 노는 얘들처럼 봤다. 지금이야 청소년들의 꿈의 직업 중 하나가 된 댄서가 당시에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기성세대들이 우리세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 본격적으로 춤에 몰입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2000년인 고등학교 때였다. 당시 스트리트 댄스가 유행하면서 대구 춤판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대구YMCA에서 청소년지원사업으로 1주일에 한번씩 국채보상공원과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춤판을 만들어 주어 춤을 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시기에 춤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다.”

- 30대 초반에 ‘아트지’를 결성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30대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댄서로는 15년 활동한 중견이었다. 그 위치가 되고보니 대구의 춤판이 보였다. 20대 초반만 되면 댄서를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었다.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꿈꾸었나?

“20대 초반이면 댄서를 은퇴하거나 춤 좀 춘다는 댄서들은 큰 무대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 이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대구에서도 댄서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 현재 멤버는 몇 명인가?

“강선구(35), 류주영(35), 김기영(33), 김성욱(31), 석한솔(25), 최승빈(25) 등 6명이다. 저(강선구)는 영국 UK 비보이챔피언십 로킹(Locking) 부문 준우승자고, 류주영은 프랑스 ‘저스트 데붓’대회 한국대표 선발전 우승자다. 다른 멤버들도 국제대회 입상 경력이 화려하다.”

- ‘아트지’의 레퍼토리는 어떤 것들이 있나?

“20~30분 분량의 극장용 페러토리 ‘백조의 호수’와 메트로놈을 모티브로 안무를 짠 ‘틱톡’, 남자의 하루를 보여준는 ‘남자의 하루’, 마술이 가미된 ‘딜라이트’ 등이 있다. 현재 ‘053채플린’으로 전국순회공연을 다니고 있다.”

◇ 대구에서 춤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 만들고파…

창단 5년 만에 세계대회를 석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초기에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고전했다. 이들은 재정자립도를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아트지’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전국투어 무대를 만들어갔다. 이후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확립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준사회적기업의 지위에서 준비를 다지고 있다.

-댄서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도 대구에서...

“과거와 달리 댄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무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중심적인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지속적이면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기업으로 갈 계획이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댄스뿐만 아니라 공연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는 등 대구문화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현재 ‘아트지’의 위치는?

“‘아트지’가 우리만의 독특한 안무와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확보하게 되고,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개런티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객원댄서에게까지 그런 혜택이 가고 있다. 비록 성장을 더디게 가더라도 복지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 결과적으로 이번에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음으로써 대구에서 댄서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탄탄한 실력을 쌓고,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구에서도 얼마든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트지’가 먼저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 것을 통해 지역에서 어렵게 춤 추고 있는 댄서들과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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