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공간, 약인 줄 알았더니 독이었네
야외공간, 약인 줄 알았더니 독이었네
  • 황인옥
  • 승인 2017.09.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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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대구현대미술제 폐막
관람객 배려 부족
영상 등 낯선 작업물 위주 불구
설명 위한 도슨트·오디오 전무
밤 시간대 노린 조명 작품 많아
낮 방문객 관람에 불편 겪기도
시스템 개선 목소리
최대 4년주기 반해 1년간 준비
공간에 대한 이해 낮을 수밖에
지자체 참여로 규모 확대하고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강정대구현대미술제(이하 강정미술제)’는 1970년대 젊은 작가들이 기성 미술계의 경직성에 도전해 다양한 실험성을 펼쳤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하며 시작해 올해 6회째 개최됐다. 올해 강정미술제는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48일 동안 안미희 예술감독의 지휘아래 국내외 총 24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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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강정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린 디아크 전경.

‘강정, 미래의 기록(A Statement of Continuous Journey)’을 주제로 열린 올해 강정미술제가 지난 5년간 이뤄놓은 성과를 발판으로 향후 대구미술에 대한 발전적인 기대를 담은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는 기획취지가 관심을 받았다.

특히 강정미술제 최초로 건축과 미술의 협업을 시도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 미술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는 기획안이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강정미술제가 야외라는 공간성을 살리지 못해 취지는 높게 살만 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건축과 미술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확 트인 여름 강변이라는 강정의 공간성을 지나치게 ‘건축적 요소’에 끼워 맞추다 보니 야외전시가 실내전시화 됐다는 것이다.

또한 강정이라는 공간에 대한 해석을 충분히 작품에 녹여내지 못하는 바람에 정체성이 모호한 미술제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지역의 한 미술관계자는 “미술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 이 공간이어야 하는가’와 ‘무엇을 얘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진 듯했다. 그래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고 평가했다.

난해한 작품들이 대거 구성된데 비해 작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부족했다는 점도 개선점으로 꼽았다. 영상, 사운드, 인터넷 기반 작업 등의 작품들은 일반인 관객들에게 난해할 수 있는데, 작품을 설명해줄 도슨트 나 오디오를 활용한 설명 등의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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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시간대 조명을 활용한 전시가 많아, 낮 시간대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 온 관람객은 전체 작품을 관람하지 못하기도 했다.

더구나 영상 작품을 포함한 일부 전시가 조명이 켜지는 밤 시간대에 상영되는 바람에 낮 시간대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전체 작품을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때문에 영상이 상영되는 밤 시간대 이전에 미술제를 찾은 일반인들은 불꺼진 구조물을 전시공간이 아닌 공사중인 설치물로 인식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와 관련 미술전문가들은 “당연히 밤낮 구분없이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했고, 그것이 안되면 그러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해외작가들의 참여도가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역미술계는 예술감독을 맡은 안미희 씨가 광주비엔날레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한 경험에 비춰 볼때 이번 미술제에 그녀의 해외네트워크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해외작가의 작품 중 대구미술관 소장품이 절반을 차지한데다 실제로 대구를 찾은 해외작가는 1명에 그쳤다.

지역의 미술전문가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대구미술관 소장품을 가져왔으면 왜 이 작품이 여기에 설치돼야 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며 “그러한 설명없이 미술관 소장품을 가져온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미희 예술감독은 “야외전시라고 해서 조각에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그것이 낯설다고 하면 오히려 새롭다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70년대 대구현대미술의 전위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올해 강정미술제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나오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올해 미술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시스템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강정미술제가 1년 주기로 개최되다 보니 충분한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것. 미술제의 완성도를 높이고 해외 작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3∼4년이나 최소 2년 주기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또한 강정미술제가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같은 세계적인 미술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구문화재단과 달성문화재단이 공동주최자가 되어 행사의 규모를 키우는 한편 실내 및 야외전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리고 예술감독 선임 방식도 추상적인 경력보다 실질적인 기획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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