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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괜찮아”…그림 속 여자 말을 걸다

기사전송 2017-09-12, 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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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싹 김미소 초대展
여성으로서 겪은 개인적 아픔
상징적으로 형상화 공감 끌어내
정의롭지 못한 법 집행자 등
사회적 부조리에도 일침 가해
승리2017
김미소 작 ‘십자가의 승리’
DIKE-2017
김미소 작 ‘DIKE’

여성상위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참일까? 조직사회에서 고위직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다양한 직업군에서 임금차별도 존재한다. 여전히 양성평등은 요원하고, 여성상위라고 믿는 여성들도 많지 않다. 서양화가 미소(28)가 대학 졸업 무렵 바라본 사회 역시 가부장적이었고, 불평등한 성(性)에 대한 날카로운 촉이 작품 속에서 ‘여성해방’이라는 주제로 표출됐다.

“첫 작업이 누드였다. 한국 사회의 남·녀 성에 대한 가부장적 시각을 전투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항변하는데 누드가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 첫 작품은 일종의 페미니즘이었다.”

2013년은 그녀 인생의 무덤이다. 성폭행 피해자가 됐고, 어두운 터널에서 홀로 외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수치심, 분노, 고통 등의 감정들이 단계적으로 엄습하며 삶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그녀의 상처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악마적인 태도가 제2의 폭력으로 다가왔고, 상처에 상처가 덧입혀졌다.

당시 항변의 도구가 붓과 캔버스였다. 붓끝에서 벌거벗은 여인의 몸 곳곳에 일그러진 개코원숭들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의 고통을 일기로 적어놓은 것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 작품들을 지난해에 ‘폭력 (VIOLENCE)’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다. 내 고통을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나아가 제3자의 고통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위로받고 싶었다.”

김미소가 “이제 괜찮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전시에서 뜻밖의 기쁨을 누렸다는 말과 함께. 같은 일을 당한 여성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눈 것.

“‘나도 그런 일을 당했다. 내 이야기도 그려주면 안되겠느냐’며 말을 걸어오는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림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내 상처도 조금씩 치유됐다.”

지난 11일 개막한 대안공간 싹 초대전에서 만난 미소의 신작들은 여전히 누드다. 주제의 변화가 있을지언정 누드는 일관된 흐름이다. 대신 내용의 진화가 포착됐다. 정확히 그녀의 감정선의 변화다.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라는 이전 작업의 주제에 정의롭지 못한 법집행자들의 이야기와 자신을 정화하는 의식없이 맹목적으로 신을 숭배하는 현상 등의 사회적 부조리들이 추가됐다.

“주관적으로 바라보던 폭력이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면서 객관적 폭력으로 관심이 확대됐다. 사회의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십자가나 성서, 신화를 차용해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 ‘십자가의 승리’가 강렬하다. 십자가에 매달린 여성의 손이 허리 옆 쇠사슬에 묶여있고, 여성 뒤에 검은 그림자의 팔이 매달려 있다.

“예배당에서 신을 애도하고 경배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부터 먼저 애도하고 경배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 본질적인 문제가 내 안에 있는데 신에게 가르침을 얻는 것은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작품 ‘디케(DIKE)’는 법과 정의의 여신을 표현했다. 이 여신은 수평이 아닌 수직의 저울을 들고 있다. 저울 윗부분에는 힘있는 사람들이, 저울 아래는 힘없는 피해자들이 엉켜있다. “정의롭게 보이지 않는 법 집행자를 꼬집었다.” 전시는 2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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