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계 자생 위한 노력과 성과에 만족”
“지역 미술계 자생 위한 노력과 성과에 만족”
  • 황인옥
  • 승인 2017.09.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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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페이퍼’ 해체…‘8년 활동’ 최성규 대표에 듣다
지역 미술인의 실험 정신 결산
전시·세미나·아카이브전 열어
지역 작가와 지역적 특성 강조
주체성 회복 통한 가능성 확인
문화 공간 거인·아나르케 운영
자체 기획전 20여회 개최 결실
최성규대표1
그룹 ‘썬데이페이퍼’ 최성규 대표. 최 대표는 썬데이페이퍼의 8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에 젖어있는 대구미술계의 큰 담론에 기대지 않고 저항하며 다른 감성을 다양하게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활동한 시간들은 의미 있었다.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처음 약속대로 해체한다.”

개성 강한 그룹인 썬데이페이퍼의 리더 최성규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룹 해체에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고 했다. 그만큼 다양한 실험적인 활동들을 보여주었다는 것.

◇ 자생적 예술가능성에 주목한 썬데이페이퍼

지역 작가들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2010년 결성된 썬데이페이퍼는 지역 안에서 지역 작가들과 함께 스스로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자체적으로 기획하며 지역적 특성을 강조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철저하게 ‘지역 고립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다소 역행적으로도 보이는 이들의 고립에는 ‘고립’이야말로 주체성을 회복하고 창조의 환경을 열어주는 단초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동시대 미술의 이론적, 관념적 당위성이라는 지배적인 조류에 의존하기보다 동시대를 사는 지역 작가들의 현실에서 체화된 측면을 바라봤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학적 양태를 함께 만들어가려 했다.”

썬데이페이퍼는 ‘8년 동안만 운영한다’는 한시성에서 차별화됐다. 이 한시성에는 △쌓임으로써 점점 강화될 수 있는 권력화의 방지 △지역의 자생적인 예술 만들기에 집중하기 위한 마지노선 △ 협업의 연속성에서 빠질 수 있는 고착화로부터 작가의 개성 보호 등의 취지가 담겼다.

“권력 강화, 지역성 탈피, 협업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미술 그룹이나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가치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문제의식을 두고 자생적인 예술의 가능성에 집중하려 했다.”

◇ 대구와 경북 경산·영천에 자체 운영 공간 기부 받아

썬데이페이퍼의 지난 8년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었다. 지난 8년 동안 20여회의 자체 기획전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2015에는 경북 영천시 청통면에 과거 냉동창고와 마사(馬舍)로 사용됐던 공간을 그룹 회원 장종용으로부터 기부 받아 두개의 전시장과 숙식 및 세미나 공간으로 꾸며 예술공간 ‘거인’을 운영해 왔다.

또 같은해 삼덕파출소(대구 중구 삼덕동) 뒤편에 독립운동가 신재모 선생의 후손이자 그룹 회원인 신명준으로부터 공간을 후원받아 공간 ‘아나르케’를 개관해 다양한 기획전을 열어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올해 문화예술의 불모지인 경산시내에 미술중심공간인 보물섬을 개관하고 레지던시와 전시 그리고 세미나 등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개최해왔다.

자생적 그룹이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기획을 선보인 유례는 일찍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이 그룹의 활동상은 또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관 지원 비율과 작가들의 자율성 침해 비율이 비례한다고 할 정도로 작가의 자율성 침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풍토에 저항하고 싶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작가주의를 지향했다.”

썬데이페이퍼는 자체 결실 외에도 대외적인 성과도 거뒀다. 자생적인 미술그룹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구 미술계에 썬데이페이퍼 이후 하나둘씩 소그룹이 결성되기 시작했고, 이들을 통한 다양한 담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성규는 “피로감”을 언급하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한계에 부딪혔다. 공간운영에도 어려운 점이 있었고 작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작가 이기주의를 경험했다. 회원들의 회비나 후원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상 예산도 힘에 부쳤다. 그리고 공간을 하나둘씩 마련하고 자생적으로 잘해 나갈수록 시기와 질투어린 시선도 받아야 했다.”

◇ 결산전시 ‘스완송(swan Song)’전 끝으로 해체

썬데이페이프는 결산전시 ‘스완송(swan Song)’전을 끝으로 해체된다. 이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는 3명의 작가가 기존의 작업실을 벗어나 현장에 맞는 혹은 머뭄과 오고감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예술공간 거인에서의 ‘로맨틱 벗 써바이블 프로젝트 결과전’, 2010년 10월 24일 첫 그룹전을 열었던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10명의 작가들의 함께하는 무리전, 2전시실의 썬데이페이퍼 참여 작가 중 20대 작가 4명의 전시를 소개하는 전시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지역의 대안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아트클럽 삼덕에의 지난 5년 동안의 그룹활동을 정리한 아카이브전과 마지막 세미나, 미술중심공간 보불섬에의 서상동프로젝트4와 보물성의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아카이브전도 포함된다.

“‘스완송’을 마지막으로 8년 동안의 지역미술 내에서의 실험을 멈춘다. 아트클럽 삼덕은 계속해서 운영되며, 미술중심공간 보물섬도 경산그룹 운영으로 전환한다. 앞으로 썬데이페이퍼의 축적된 시간들과 성과는 향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다양한 지역 미술인들의 활동 속에서….”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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