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소의 순박한 미소…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다
돌소의 순박한 미소…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다
  • 황인옥
  • 승인 2017.09.25 0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인기 초대전…30일까지 박물관이야기
돌 2개를 철근으로 이어
사라져가는 일소 형상화
무거운 주제 비유로 풀어내
20170922_132412
가벼운 농담같은 소 작품을 소개하는 안인기의 초대전이 30일까지 박물관이야기에서 열리고 있다.
60~70년대 농경사회의 시골집에서 만났음직한 듬직한 소가 눈앞에서 웃고 있다. 흔히 작품 속에서 접했던 용솟음치는 역동적인 소와는 비껴있다. 그 시절 농부의 얼굴과 쏙 빼닮아서, 그야말로 순박하다.

연인을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듯 소 조작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눈에서 잊고 있었던 순박한 감성이 폴폴 올라왔다. 풋풋한 서정미에 대한 감동의 눈빛이었다. 작가 안인기가 순박한 소 조각 작품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을 하나의 메시지 안에서 엮어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모래를 걸러내고 버려진 자갈과 돌덩이들이 쓰레기무덤 같았다. 어린 시절 강가에서 놀던 기억이 떠올랐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저 돌을 가지고 나라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 작품의 시작이었고, 그 돌로 사람과 소를 엮어냈다.”

안인기의 고향은 상주다. 현재 상주중학교에서 교편도 잡고 있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초기에는 평면작업을 하다 소도시에서 교편생활을 하면서 폐농기구 부품을 재료로 정크아트를 시작했다. 이후 돌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작업실을 직접 지었다. 그 과정에서 나무를 만지고 용접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물성이 있는 재료들에 관심이 갔다.”

돌 조각은 사람 형상과 소 형상 등 다양하다. 재료라고는 돌 2개와 철근이 전부다. 돌 두 개를 철근으로 이어서 형태를 잡는다. 다분히 미니멀하다. 자연이 만든 돌에 아이디어만 더한 정도다. 그 속내에는 돌이라는 물성이 품고 있는 무한한 시간성에 대한 경외가 배어있다.

“돌은 수많은 시간동안 바람과 물에 깎여서 형성됐다. 자연이 이미 조각을 해 놓은 것이다. 나는 자연이 조각한 재료에 감성을 불어 넣었을 뿐이다.”

사람 조각의 제목은 ‘절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며 무분별하게 개발·훼손하는 인간의 교만에 대한 일종의 경종의 메시지가 형상에 그대로 드러난다. 하지만 ‘소’ 작품은 결을 달리한다. 만만하고 편안하기 그지없다. 하나같이 웃음기 가득 머금어 순박하다. 그가 ‘농담 같은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농담처럼 편안하게 접근해 숨겨진 메시지를 포착하는 작품이라는 것.

“지금은 사라진 일소를 표현했다. 그 시기 일소는 농부와 동고동락하는 가족이었다. 그런 소이니 가족처럼 친근하게 표현할 수밖에. 하지만 이런 표현법은 일종의 은유다. 우리가 자연을 지키면 순수함도 함께 지킬 수 있다는 무거운 메시지를 재미있는 농담처럼 전달하고 싶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박물관이야기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