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유기적 조각’展…11월 1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펄
박형진 ‘유기적 조각’展…11월 1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펄
  • 황인옥
  • 승인 2017.10.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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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적 질감의 골판지, 고착화된 사고를 깨다
골판지로 형상 제작 후
마요네즈로 조각·코팅
단단한 듯 유연한 대상 통해
고정관념·기존 질서에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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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된 기존의 질서에 주제와 형식에 변화를 추구하며 의식의 확장을 도모하는 박형진의 전시가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11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혀 새롭거나’, ‘과거 방식에 심도를 더하거나’.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가치들이다. 조각가 박형진은 이런 측면에서 승부사 기질이 다분하다.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사실 따져봐야 할 것이 많은 과거 방식의 진전보다 새로운 것이 보다 명쾌한 평가를 받기에 제격이다.

“예술가는 안정과 모험 사이를 줄타기 하는 경계인들이다. 특히 현대미술을 추구한다면 모험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기 마련이다. 나 역시 안정보다 모험을 더 즐기는 부류다.”

박형진이 추구하는 새로움은 고착화된 틀을 깨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선 재료에서 변화가 확연하다. 초기에는 기름 찌꺼기인 구리스를 돌이나 금속 등의 전통적인 조각 재료 대신 사용했다. 흘러내리는 기름의 특성상 구리스로 설치한 작품은 전시가 끝날 때 완전히 형태가 허물어졌다.

“첫 변화는 그야말로 혁신에 가까웠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에서 너무 나간 것 같았다. 나는 고정적이면서도 변형이 되고, 변형이 되면서도 고정성을 가지는 중간지대를 찾고 있었다.”

절충점을 만족시키는 재료를 찾다 만난 것이 골판지였다. 골판지의 촉감에서 쾌감 같은 것이 전해졌다. 골판지 표면에는 고정적이면서도 유연함이 공존했다. 그는 재료가 가지는 완벽한 완충지대에 유연함을 좀 더 심화하고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마요네즈와 코팅이었다. 이 세 가지 재료의 조합이 갖춰지가 재료에서 주제와의 인과관계가 보다 명확해졌다.

“고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고착화된 틀을 유연하게 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래서 주제적인 측면과 재료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최근 시작한 아트스페이스 펄 전시에는 ‘손으로 그리는 조각’, 또는 ‘조각적 회화’에 가까운 평면 소조 작품 얼굴(무제) 연작과 평면(골판지)를 연결한 입체 ‘혀의 힘’과 고상한 여성의 형상을 골판지로 만든 ‘Noble’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작업은 다층적이다. 평면이든 입체든 기본 형상은 골판지로 잡고 일차 코팅을 한다. 여기에 섬세한 얼굴이나 드레스의 디테일 등의 섬세한 부분은 마요네즈로 손으로 그리듯 조각한 다음 다시 코팅을 한다. ‘고정적이면서도 유연하고 유연하면서도 고정적인’. 그가 찾는 접점이 제대로 드러나는 시점이다.

“유연한 골판지와 마요네즈지만 코팅을 하면서 전통재료의 그것만큼 견고해졌다. 재료에서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의식이 일어나고, 그 문제의식이 주제로까지 연결됐다고 할까?”

돌이나 금속 등의 전통적인 조각재료로 보면 골판지나 마요네즈는 작업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노동의 강도가 부드러우면서도 약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노동의 강도와 주제와는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근원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의식의 확장에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도자의 행위는 목적보다 깨달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나씩 깨닫고 체득해 가면서 레벨이 상승하고 그러면서 의식이 확장된다. 구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깨닫는 것 못지않게 현재 지금의 상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박형진은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영국 슬레이드 미술대학(Slade School of Fine Art(MFA)-UCL)과 홍익대 일반대학원 조소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영국 런던 등에서 전시를 가졌다. 아트스페이스 펄 ‘유기적 조각’전은 11월 12일까지. 053-651-695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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