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언 초대전, 17일까지 수성아트피아
김종언 초대전, 17일까지 수성아트피아
  • 황인옥
  • 승인 2017.12.0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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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색하기 좋은 풍경
눈 오는 밤골목 자체가 詩
타인의 삶 상상하며 교감
사실적 묘사로 왜곡 최소화
눈 내리는 야경 20여점 선봬
김종언
김종언

서양화가 김종언은 흑백사진 같은 눈 내리는 밤 풍경을 그린다. 벌써 10여년을 훌쩍 넘겼다. 풍경도 성숙한다면 지금이 딱 그렇다. 차가운 화폭에 곰삭은 인간미가 넘실댄다. “따뜻하면서도 애잔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시리다”고 감상평을 전하자 김종언이 눈과 감흥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며 싱긋 웃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눈 내리는 밤 풍경을 그리지는 않았다. 눈이 주는 감흥에 이끌려 눈 소식이 들려오면 무조건 떠나고, 보다보니 좋아서 그리게 됐고, 하다보니 파고들게 됐다.”

김종언 초대전이 수성아트피아와 동원화랑 공동기획으로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눈 내리는 야경 20여점이 걸렸다.

문인과 화가, 음악가 공히 풍경을 찬미했듯, 김종언도 대학재학 시기인 80년대 초부터 풍경을 그렸다. 구상으로 풍경을 그렸던 당시의 시류를 따랐다. 하지만 뼛속까지 시류편승형은 아니어서 연기, 안개, 비 등의 움직임으로 살아 꿈틀대는, 결이 조금 다른 풍경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안개 낀 스산한 들녘, 농촌 마을에 번지는 굴뚝연기, 날씨 흐린 잔잔한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등 ‘자연이 자아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적 현상 자체’에 매료됐다.”

‘유동하는 풍경’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풍경의 흐름에 감상자의 마음도 따라 흘러가기 마련. 김종언 역시 움직이는 풍경이 사색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즐겼다. 그의 평면이 사유의 결정체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움직이는 풍경에는 여운이 있다. 그 여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이끌어낸다. 풍경을 통해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나?”

십수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눈 내리는 야경은 호수가나 수려한 산, 고즈넉한 들녘 등 도심 바깥에서 찾았던 풍경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도심, 그것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래된 달동네가 대상이다. 삶의 역사가 묻어있는, 여전히 삶이 고단한 ‘사람’을 풍경이라는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였다.

oil on canvas
김종언 작 ‘밤새... 목포 서산동’.

“풍경은 풍경자체를 즐기게 된다. 그러나 도심의 눈 내리는 달동네는 풍경보다 사람이 떠오른다. 그곳을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되고, 그들과의 교감이 내면에서 일어난다.”

눈 내리는 도심의 오래된 골목어귀의 야경에서 ‘사유’를 찾았다면, ‘밤’은 그것을 보다 강화하는 확장된 재료다. 그에게 ‘눈’과 ‘밤’과 ‘골목’과 ‘사람’은 사색의 재료이자 인문학이다. “밤에 눈 오는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그 자체로 ‘시’이고 ‘수필’이다. 낮에 가면 그런 감성이 사라진다.”

선호하는 지역은 따로 있다. 광주나 목포의 눈 소식이 들려오면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목포나 광주는 그에게 유독 친근하다. 산들의 선, 지면의 느낌, 날씨 등 특유의 지역성이 그의 감성을 잡아끈다. 오래된 적산가옥과 한옥의 정겨움도 매력 포인트다.

눈앞의 풍경들 중에서 카메라에 담기는 풍경은 두 종류다. 조형적인 측면에서 영감을 주는 풍경과 강렬하게 마음을 흔드는 감성적인 영감을 주는 풍경 등. 이때 묘사는 사실성을 고집한다. 굳이 아름답게 왜곡하려 하지 않고 풍경이 걸어오는 말에 혼신을 다해 귀를 기울인다. 제목에 풍경 속 지명을 적어 넣는 것도 그러한 사실성이 토대가 됐다.

“주택과 골목에 서려있는 역사와 흔적을 충분히 알아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낮에 다시 골목을 찾을 때가 많다. 내가 공간을 제대로 알고 그려야 살아 숨쉬는 그림이 되지 않겠나?” 053-668-156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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