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확실성 안고 ‘미지’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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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신문
  • 승인 2017.12.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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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펄 7일까지‘0’展

진종환, 신진작가육성프로젝트 선정

모호함 경계 자유로운 붓터치로 표현

“타인이 만든 안정적인 길, 확신 안 서

낯설어도 내가 선택한 길 개척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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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펄 영아티스트프로젝트 영프로 6회 선정작가 진종환과 박소현 전시가 7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진종환이 전시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두려움이자 공포다. 할 수만 있다면 제거하고 싶은, 일종의 지뢰다.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확실성을 무력화하려는 노력들을 해왔다. 자율성과 법의 균형을 맞추고,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아트스페이스펄 신진작가육성프로젝트 영프로(0%) 6회 작가로 선정된 진종환은 불확실성에 대한 일반론을 깬다. 그는 예측가능한 안정성이야말로 불확실성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확실성이라고 설파한다.

“대학가고 취업하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의 최대 관심사지요. 미술전공자도 다르지 않아요. 전업작가보다 취업이 절대 과제죠. 그런데 제게는 이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불확실성으로 다가왔어요. 제게 확실성은 남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길을 개척하는 것이죠.”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동반한다. 하지만 진종환은 이 불안을 행복의 출발선으로 상정한다. 그에 따르면 창의성과 특별성은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갈 때 발현된다. 또한 창의성과 특별성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새로움의 출현이다. “도전을 통해 열정이 녹여지고 새로운 길이 열리죠. 그런 과정들에서 소소한 행복을 만나게 됩니다.”

진종환이 원하는 길이자 현실에서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길은 전업 작가로 사는 것이다. 미술전공자가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현실은 상식을 불허한다. 60여명의 졸업생 중 전업 작가는 5명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전업작가는 일종의 도전이자 용기다. “돈보다 원하는 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목적이 다르죠.”

취업보다 전업 작가를 선택했다. 또래와 다른 새로운 길을 선언한 셈이다. 그러한 지향은 예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삶과 예술의 일치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서 예술적 방향성을 찾았다면 평면추상회화는 그가 견지하는 미술적인 사조다. 그는 주로 풍경이나 자연물 등의 대상을 평면회화로 풀어낸다. “밤바다나 자연에서 만난 돌 등 사실적인 풍경을 기본 베이스로 드로잉부터 형태가 깨지기 시작해요. 나중에는 형태도 사라지고 색만 남게 되죠.”

추상은 작정하고 했다기보다 내면의 상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건졌다.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인 마크 로스크의 ‘색면 추상’을 직접 보고 사실주의에 회의를 느끼면서 보다 자유로운 붓 터치로 돌아섰다. 풍경이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그의 감정선이 능동적으로 개입한다. 그러면서 추상성이 도드라진다.

“풍경을 보고 느낀 감상을 글로 적어 와서 작업실에서 그림으로 그렸어요. 그런데 이미 그 풍경은 과거가 돼 버렸죠. 과거의 감정을 담는 것에 회의가 들면서 그리는 시점의 날씨나 상황들과 마주한 현재의 감정도 추가하게 됐죠.”

풍경을 모티브로 했지만 형태보다 색이 지배한다. 많은 양의 물감과 기름을 캔버스에 바르고 계속해서 붓으로 닦아내면서 남은 색들이다. 색과 색이 섞이고, 붓과 색이 부딪히면서 그가 느꼈던 불확실성이 묘하게 걷히는 기분을 느꼈다. 희열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여전히 안개 같은 모호함이 남아있다. 그는 이를 “경계”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틀과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나 사이의 경계가 평면에 자연스럽게 생겨났어요. 그러나 그것은 저와 관람객과의 경계도 될 수 있고, 관람객이 작가의 시선에서 느끼는 다양한 가치들과의 경계도 될 수 있겠죠. 제게는 그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옵니다.” 박소현과 함께 하는 진종환의 전시는 7일까지. 053-651-695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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