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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곡선미 강조한 작품, 자연 닮았네

기사전송 2018-01-04, 21: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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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옥이 만난 작가> 목공예가 ‘권장’
실용적인 게 아름답다는 신념, 목공작업과 잘 맞아
후학양성 힘 쓰며 40년 활동…올해도 맹활약 기대
권장-생활가구
권장의 생활가구.


권장의 생활가구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단함이다. 초기작은 수평과 수직의 틀을 유지하였다. 최근에는 경직됐던 직선이 유연한 곡선으로 변모하였다. 대비되는 두 선은 작가의 강직하고 넉넉한 인품을 대변하는 듯하다. 바우하우스가 예술과 기술의 통일을 추구하고 평과받기 시작한 것은 설립 이후 4년만이다. 이념은 기술과 예술의 종합적인 안목이었다. 1933년에 막을 내렸으나 그 정신은 지금도 이어진다. 바로 목공예가 권장의 목공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다.

권장의 공예 인생은 올해로 40년째이다. 공예에만 몰입한 세월은 30년이고, 도자기를 전공한 아내와 부부전을 꿈꾸는 그는 올해 60대다. 전문 영역에 발 담근 기간이 반드시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가 꾸준히 공예가로 활동하기를 원하고 전공 후 30년간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후학들에게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전수하며 독창적인 공예가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대구 북구 침산로에 자리한 목공예공방에서 작업한다. 공방엔 연일 기계소리가 요란하다. 허공에 날리는 희뿌연 톳밥 가루를 툴툴 털고 앉은 자리가 설계실이자 공방이고 휴식처이다. 그동안 권장이 독자적으로 꾸려오던 공방을 회원들과 공동운영방식으로 용도 변경한 것은 작년부터이다.

공동운영은 힘이 미약한 애호가들에게는 일거양득이다. 조금씩 양보하면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각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이들이 모이면 효과는 두 배이다. 공예가 권장이 주축이 된 오름공방이 그렇다. 공방 벽면엔 갖가지 나무가 빼곡하다. 저마다 사연 하나씩은 품었을 목재는 작가의 창의력과 손재주로 짜 맞추어지면 실용성을 겸비한 다양한 목공예작품으로 탄생될 것이다. 나무는 인간과 친밀한 자연이다.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나무는 순수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석기시대에 앞서 목기시대가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권장의 주장이다. 권장이 나무를 곁에 두고 찬미하며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권장의 개인전 경력은 1회가 전부이다. 목공예 특성상 작품 제작에 다양한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제쳐두고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술과 장비는 물론 정비된 장소를 요구하는 목공예 특유의 제작과정상의 난제 외에도 나열할만한 어려움은 수두룩하다. 나이테처럼 늘어난 공예가의 삶 속엔 옹이 같은 사연들이 툭툭 맺혀있다. 세월에 비해 빈약한 전시 경력을 그의 눈 속에 고인 복합적인 감정이 대변한다. 평범한 집안의 맏아들이자 두 자녀를 공부시킨 업적은 한국의 예술가 아버지들에겐 운명이자 자부심이고 시련이다. 현대 한국아버지들의 일반적인 초상이기도 하다. 작가들에게는 소소한 일상마저 고난 이상일 때가 많다.


권장의-생활가구
권장의 생활가구.


삶이 그렇듯 한탄만이 답은 아니다. 이제 가장 실용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있다는 목공예가 권장의 신념에 주목할 차례이다. 실용성은 필요에 의해서 존재한다. 바로 권장의 논리이다. 그의 논리는 시간을 거슬러 알타미라나 라스코동굴벽화에 기대어 설득력을 얻고자 한다. 애초에 미술의 기원은 감상만을 목적에 두지 않았으며 삶이 필요로 하는 한 목공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예가인 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 주장이 미술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미술품전반에 대한 이해로 치부하기엔 논의의 여지를 남기지만 공예가들의 오랜 고민인 미(美)와 용(用)의 관계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발상과 감상은 자유이며 창작자와 감상자의 몫이다.

권장이 목공예에서 으뜸으로 삼는 것은 선(線)이다. 엄밀히 따지면 목공예는 면의 예술에 가깝다. 바우하우스의 지도자였던 칸딘스키도 그의 저서에서 점·선·면을 다룰 만큼 조형예술에서 점·선·면은 기본이자 토대가 된다. 종종 철학적인 질문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권장은 자연의 멋과 어울리는 선에 주목한다. 하여 곡선을 응시한 그의 작품은 자연을 닮았다. 도마와 시계, 탁자, 의자, 수납장 등이 그렇다. 두 자녀가 자립하는 해가 공예가로서의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날이라고 하는 권장에게 2018년은 온전히 공예가로 활약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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