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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반복된 역사, 우리를 돌아보게 할 것”

기사전송 2018-01-07, 2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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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작가 정윤선 ‘도시 탐색과 기록’展
파괴와 재건 반복한 장소인
대구읍성과 서문시장 재현
도시주체 관객에 질문 던져
긍정적인 삶 모색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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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으로 파괴와 재생이 중첩된 공간을 재해석하고 재배치해 시각화하고, 질문을 던지는 정윤선의 입주작가 개인전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정윤선이 대구예술발전소 7기 입주 작가로 대구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특유의 도시 내음이 코끝에서 시큼 거렸다. 대구에 대한 호기심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순간이었다. 마치 관심병 환자처럼 도시가 봐달라고 보채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희열이 스멀거렸다. 대구가 품고 있는 역사, 특유의 지역문화, 대구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과 삶의 패턴 등 대구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렇게 보면 그녀의 취미는 도시 탐사. 그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예술의 단초로 이어진다. “모든 장소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관심이 가는 장소라야 탐구하고 싶은 열망이 불타오른다.”

그녀가 도시를 탐사하기 위한 선택지는 레지던시.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참여해 일정기간 그 지역에 거주하며 역사책을 시대별로 훑듯이 도시의 곳곳을 꼼꼼하게 탐색하고, 기록한다. 이번 대구예술발전소 7기 입주 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록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개인전도 ‘도시 탐색과 기록’이라는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돼 있다.

정윤선이 대구의 역사와 지역정서를 압축적으로 느낀 공간은 서문시장과 대구읍성. 이 두 장소는 ‘납작 만두를 통한 관계미학’과 ‘대구읍성’으로 시각화됐고,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입주작가전에 소개되고 있다.

작품 ‘납작 만두를 통한 관계미학’은 서문시장을 대표하는 납작 만두가게와 칼국수 가게의 이미지를 차용해 재배치한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사건에 집중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곳은 비계 파이프와 천막을 사용해 일종의 거대 울타리로 조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시각적, 재료적 측면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여 야외의 만두가게를 전시장 안에서 재현하고, 관람객을 손님으로 받아 작가가 직접 대구의 대표 음식인 납작 만두를 구워 대접하며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작품 ‘대구읍성’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대구읍성을 재현했다. 전시장 벽면에 대구읍성의 과거지도와 현재지도가 대조적으로 걸렸고, 전시장에는 과거 대구읍성의 형태를 불투명한 폴리플로필렌 원료의 골판지로 재현했다. 플라스틱 골판지 너머로 반짝이는 불빛은 바흐의 ‘G minor’ 선율에 춤춘다.

“서문시장은 화재와 재건이 반복됐고, 대구읍성도 임진왜란 이전에 일본침략에 대비해 축조됐지만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이 상권 확장을 위해 허물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파괴와 재건이라는 반복된 역사가 공간에 축적됐다. 그 상황들을 시각화하고 싶었다.”

정윤선이 예술가를 ‘유동하는 서비스인’이라고 했다. 말인즉슨 오늘날 예술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스템 등을 통해 △예술가의 공간 이동이 일어나고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며 △이동된 장소의 독특한 감성을 상호교환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소통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예술가는 일반인들이 무심코 넘기는 것들을 포착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누구이며, 도시의 주체로써 우리는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시각적인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것의 순기능에 목적을 둠으로써 보다 나은 삶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 예술 실천의 동기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 요쿠하마와 대만 타이페이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시기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이 두 장소에는 첨예한 대립과 재생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가 있다.

대만은 친중(親中)과 독립이라는 두 정체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타이페이는 중국과 양(兩) 해안(海岸)을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양안(兩岸)’으로 불리는 갈등지역이다. 일본 요쿠하마 역시 일본 개항의 시작지였다 관동대지진과 황폐화를 겪었다. 도시를 다시 재건하자 2차 세계대전 핵폭탄 투하 지역으로 다시 폐허를 겪고 재건됐다.

“장소는 수많은 시간동안 역사를 중첩하면서 파괴와 재생의 과정을 지나왔다. 그것을 재해석하고 재배치해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긍정적인 역할로 이끌 수 있다.” 서성훈과 정윤선이 함께 하는 대구예술발전소 7기 입주작가 개인전은 14일까지. 053-430-122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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