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월 “문학 작품 통해 조선족에 ‘정통한국의식’ 전하고파”
서지월 “문학 작품 통해 조선족에 ‘정통한국의식’ 전하고파”
  • 황인옥
  • 승인 2018.01.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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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詩 뿌리는 역사·전통의식
독립운동 근거지 관심 많아”
자연스레 조선족 문인 접촉
항일투쟁사·한국사 등 공유
서로 부족한 부분 채워가며
역사의식 고취·동질감 찾아
문예지 ‘장백산’서 문학상 수상
韓 시인 최초 현지서 시집 출간
교류단체 ‘한민족사랑…’ 설립
서지월시인
중국조선족 문인들과의 교류확대를 통해 조선족 동포들에게 민족 정체성과 예술 혼을 심어주고 싶다는 서지월 시인의 시가 연변가요로 작곡되어 연길시 지역 방송국 한국어 방송에 방송된다.

중국통으로 불리는 서지월 시인이 중국 만주땅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세기의 끝자락인 1999년도였다. 대구출신의 소설가이자 교직에 몸담고 있는 박명호씨가 여름방학이 되자 만주기행을 제안했다.

솔깃했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설레임을 안고 첫 만주기행을 떠났다. 당시 가장 감동을 받은 곳은 2000년전 주몽이 대고구려를 건국한 요녕성 환인의 오녀산(홀승골승 서성산)이다. 한민족의 젖줄인 비류수를 배경으로 한 장엄한 오녀산의 기풍에서 대고구려의 웅혼함을 느꼈다.

만주기행은 2018년 현재까지 18차례 계속되고 있다. 대구신문에 만주기행을 6년간 연재하기도 했다.

“만주기행을 단순한 여행이 아닌 만주를 국내에 알리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기행문을 쓰고 신문에 연재를 했다.”

사실 그는 만주기행 제의를 받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민족 오천년 역사의 인물들인 동명성왕부터 안중근까지 위인전을 모두 섭렵했던 터라 남다른 역사의식을 품었고, 시인이 되어서도 ‘진정한 모국어의 시인은 민족의식이 투철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전통의식과 역사의식을 시의 뿌리로 삼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중국 상하이와 항일 독립운동의 해외근거지가 됐던 만주지역에 대한 관심을 시심에 담아왔다.

“내 시의 뿌리에 역사의식이 깔려있다 보니 시를 쓰면서 일제강점기 항일투사들이 활약했던 하얼빈이나 용정 목단강 밀산 훈춘 등지에 관심이 있던 차에 만주기행을 가자고 하니 그동안 목 말랐던 역사적인 공간을 둘러볼 기회라고 여기고 선뜻 따라 나섰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18차례 만주를 다녀왔다. 무작정 만주로 떠났고, 조선족들의 삶의 현장과 역사현장을 둘러봤다.

중국 방문 횟수를 거듭하자 만주 조선족 문인들과 교류의 물고가 트이게 되고, 그들과 안면을 트면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조선족문화예술행사에 초청인사로 참여하며 2년마다 열리는 연변시인협회 행사에서 축시를 낭독하는 것을 시발점으로 2013년에는 연변시인협회 주관 ‘시향만리문학상’과 연변과기대학교 및 평양과기대학교 총장이 수여한 ‘연변민족시문학상’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 한국대표로 모국어로 된 조선민족의 얼이 담긴 축시를 낭독하면서 그들과 좀 더 깊은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해외문학상 제정을 제안해 한국 시인들과 만주조선족 시인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 이전인 2002년에 중국 조선족 대형문예잡지인 ‘장백산’에 그의 시가 발표되는 것을 계기로 ‘장백산문학상’ 해외문학상을 고려대학교 교수 오탁번 시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하며 소통이 시작됐다. 당시 한국 시인 최초로 시집 ‘백도라지꽃의 노래(白桔梗花之歌, 료녕민족출판사)’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하얼빈에 본부를 둔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문인들과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이 협회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하얼빈문학’의 해외편집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를 중국과 조선족 문인 400여명을 회원으로 설립하는데 역할을 했다. 서지월 시인이 이장우 화백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으면서 한국과 중국 조선족 문인을 아우르는 한중교류단체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서게 됐다.

“막상 조선족 문인들과 교류를 해 보니 같은 문자와 같은 정서를 가진 한민족임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그들도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만주땅 전역에서 시작해 연변으로까지 교류를 넓히는 촉매제가 됐다.”

서지월 시인은 1985년 고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시전문지 ‘심상’과 1986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에 각각 시 ‘겨울 신호등’과 ‘조선의 눈발’ 등 서정성 짙은 시가 박재삼시인에 의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2016년에는 ‘중한국제문화예술 대상’ 문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지월이 중국 조선족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그의 시도 중국 만주땅 조선족문화예술계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길림성 연길방송국 아리랑방송 출연을 필두로 그의 시가 하얼빈시 소재 흑룡강성조선말방송국 특집프로에 방송된 것.

지난해 12월 25일 현국화 아나운서 진행으로 서지월의 토속적인 서정시 ‘둥근 밥그릇의 노래’, ‘바지랑대 옆에서’, ‘바람 불어 좋은 날’,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등 5편이 방송됐다.

이에 앞서 연변 TV에서 그의 시가 먼저 전파를 탔다. 연길시는 전중국 조선족 시인들의 집합체인 연변시인협회가 있는 조선족 자치주다. 80만명의 조선족이 거주하는, 중국에서 조선족 분포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연변자치주에서는 연변가사협회가 발행하는 노래가사 신문인 ‘해란강 여울소리’ 가 30년 넘게 발행되고 있는데 이 신문에 2011년에 발표된 서지월의 시 ‘내 사랑’이 연변방송국 지휘자 겸 연예단장인 리하수 작곡가에 의해 연변가요로 작곡되어 연변TV ‘매주일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연변조선족 서근 작곡가에 의해 작곡된 서지월 작사 ‘해란강의 여울소리’가 2017년 연변조선족성립 65주년 연변가요로 선정되어 CD음반으로도 출시되기도 했다.

연변의 저명작곡가 리하수 작곡가가 작곡하고 연변가무단 가수 전예정씨가 부른 ‘내 사랑’ 외에도 리하수 작곡 ‘사과꽃의 노래’와 ‘가난한 꽃’과 ‘홍초꽃 사랑’ 등도 올해 초에 방송이 잡혀있다. 이미 이전에 서지월의 시 ‘쪽빛 하늘’이 연변가요로 작곡됐다. 한국시인의 시가 연변가요로 작곡되어 연변TV를 통해 소개된 것은 그가 최초다.

서지월 시인이 중국 조선족 문인들과의 교류에 이처럼 열정을 쏟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만난 조선족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의 원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선족들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는 한복을 입었으며, 우리의 세시풍속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서지월은 ‘만주땅에 가니 가는 곳마다 내 시의 정서 아닌 곳이 없더라!’라며 그들에게서 우리가 잊고 있던 민족의식을 찾았다고 했다.

중국조선족 동포들에게 일제치하 국채보상운동 등 대한민국의 정신을 알리고, 중국 조선족의 문학을 국내에 전하며 민족의 정체성과 예술혼을 심어주고 싶은 바람도 중국 조선족과의 교류를 넓히는 이유다.

그는 국채보상기념사업회가 발간하는 잡지인 ‘천둥소리’에 만주기행을 새롭게 연재하는가 하면 ‘중국 조선족시단’을 개설해 그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전남 당양군 한국가사문학관에서 발행하는 ‘오늘의 가사문학’도 ‘시가 있는 만주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조선족들은 이순신장군이나 세종대왕, 그리고 송강 정철 등의 우리역사의 인물들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반대로 우리의 항일투쟁사는 우리보다 중국 조선족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서로 소통함으로써 둘 모두 역사의식을 높이게 되고, 한민족으로서의 동질감도 높이게 된다.”

지난해부터는 위쳇을 통해 고구려 제1도읍 환인과 윤동주시인의 고향 용정을 포함해 연길 용정 도문 왕청 장춘 길림 하얼빈 목단강시 밀산 심양 등지의 조선족시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시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해 그들이 한국 현대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이 중국어문화권 속에서 성장했다. 한국의 정통한 문화의식이 부재할 수밖에 없다. 나는 모국어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문학작품은 그 무엇보다 고귀하다고 보고 그들의 열망에 환한 꽃밭이 되어주고 싶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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