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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는 절제, 피아노는 욕심껏 연기”

기사전송 2018-01-09, 2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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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배우 박정민
박정민-CJE&M제공
박정민. CJ E&M 제공


'서번트증후군’ 진태 역 맡아
지적장애인에 누 되지 않으려
고심하며 존중 철칙 삼고 연기
피아노 천재 모습 재연하려
몇 개월간 하루 6시간씩 연습
올 영화 4편 연달아 개봉 예정


배우 박정민(31)은 요즘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영화 ‘파수꾼’(2011), ‘들개’(2014)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2016년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으로 출연해 각종 신인 연기상을 휩쓸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에서는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오진태 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넓혔다.

진태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사람들의 질문에 늘 “네~”라고 대답하는 순수한 아이 같은 청년이다.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본 피아노 연주를 똑같이 재연해내는 피아노 천재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손짓과 말투, 표정, 구부정한 자세 등 서번트증후군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함께 호흡을 맞춘 ‘연기신(神)’이병헌에게 밀리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처음에는 결핍이 있고,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면서 “그러나 배역을 준비하면서는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과 가족, 복지사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절대 불쾌하게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에 앞서 동네에 있는 특수학교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했다.

“어느 날, 자원봉사 담당자분께서 반 친구들의 개인적인 특징은 연기에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그분들을 따라 할 생각으로 간 것은 아니었지만, 저도 모르게 제가 본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 경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그래서 그 뒤로는 책과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서번트증후군의) 일반적인 특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맡은 자폐증 증상 연기는 이미 ‘레인맨’(1988)의 더스틴 호프만, ‘길버트 그레이프’(1993)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말아톤’(2005)의 조승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소화한 적이 있다.

박정민은 그들과의 비교에 대해 “처음엔 신경 쓰였지만, 일부러 피해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분들도 연구하셨을 테고, 제가 보고 들은 것과 겹치기도 할 테니, 굳이 애써 피해가려고 하다가 오히려 걸려 넘어질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수준급 피아노 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워본 적도 없다는 그는 촬영 몇 개월 전부터 하루에 6∼7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 비록 음원에 맞춰 피아노를 치는 시늉을 하는 ‘핸드싱크’지만, 대역이나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직접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건반을 누르는 대로 음이 나니까 재미있었다”며 “시간을 들이면 들인 만큼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학창시절 영화인이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2005년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고려대를 자퇴하고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했다. 이어 2009년에는 연극원 연기과로 전과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고, 한 계단 한 계단씩 밟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지난 한해 소처럼 일했다”는 그는 올해도 ‘소배우’를 예약해놓은 상태다. 1월에만 ‘그것만이 내 세상’과 연상호 감독의 ‘염력’ 2편에 연달아 얼굴을 내밀며, 이준익 감독의 ‘변산’,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 등 올 한해 4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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