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같은 곱상한 외모에 농익은 감성으로 ‘여심 저격’
도련님 같은 곱상한 외모에 농익은 감성으로 ‘여심 저격’
  • 황인옥
  • 승인 2018.01.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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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신인 트로트가수 강훈
유학·운동부 생활하며 방황하다
가수 이재성씨 만나며 가수 꿈꿔
“숱한 역경, 이 길 위한 밑거름 인 듯”
7년간 노력 끝에 첫 앨범 발매
‘안 오시려나’ 등 총 17곡 담아
“청중과 같은 감정 느낄 때 희열”
강훈
세미 트로트로 첫 앨범을 발매하고 감성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강훈.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가수로 청중과 호흡하고 싶다고 했다.

얼굴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꽃미남 배우라고 해도 손색없는 훤칠한 외모였다. 이름은 강훈, 나이는 26살. 배우나 K-팝 가수라면 절정을 구가할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트로트 가수. 어딜가나 막내 취급 받기 십상이다. 최근 그가 첫 앨범을 발매했다. ‘안 오시려나’, ‘보내 줄게요’, ‘진정 난 몰랐네’ 등 트로트곡 17곡을 담았다.

최근 공연차 대구를 찾은 강훈이 “아직 신인이라 빈번하진 않지만 라디오와 TV 방송, 행사를 뛰고 있다. 경험하는 모든 것이 새롭다”며 1년차 신인가수의 적응기를 전했다.

데뷔하기도 전인데 각종 음악 방송 1위를 휩쓰는 신인가수와 신곡을 발표하자 곧바로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리는 한류스타의 경이로운 성공 신화는 트로트 가수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트로트계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몇십년을 노력해야 히트 가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간다. 그마저도 이름을 알리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가수가 부지기수다. 그런 혹독한 트로트 가수로 강훈이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사연이 궁금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감성을 나누는 가수가 되어 싶어요. 트로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 감성을 표현하는 장르죠. 감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력에 끌려 트로트 가수가 됐습니다.”

겨우 20대 중반이지만 인생역정은 중년의 그것처럼 드라마틱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6학년 때까지 4년을 캐나다에 혼자 떨어져 유학생활을 했다. 부모의 보살핌이 절실한 어린나이에 홀로서기를 했고, 일찍 외로움도 경험했다. 중학교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중국으로 갔다. 아버지의 사업처를 따라 선택한 중국 유학이었다. 여기까지면 그럴 수 있다 싶지만 반전은 계속됐다. 느닷없이 휘문중학교 농구부로 진로를 바꾼 것.

“어린 시절 꿈이 농구선수였어요. 부모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중국 유학 중에 농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부모님을 설득해 선수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휘문고 1학년 때 전지훈련 도중에 부상을 당해 그것도 접어야 했죠.” 말인즉슨 질펀한 트로트의 감성, 즉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는 농익은 트로트의 질펀한 감성을 녹여내기에 짧지만 선 굵은 인생여정을 걸어왔다는 것.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고비는 도전의 자양분이다.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 된다는 점에서 실패는 인생의 수렁이자 보너스인 셈. 그도 방황과 도전의 과정을 겪었다. 꿈이었던 농구선수의 길이 부상으로 좌절되자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 절망이었다. 그때 만난 것이 노래였다.

“친구가 취미로 노래를 배워보자고 권했어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던 기억이 짜릿하게 남아있어 선뜻 학원에 등록을 했죠. 그것이 시작이었어요.”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상념이 사라졌다. 그리고 행복했다. 어쩌면 이 길이 운명이 그를 위해 준비해놓은 진짜 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스쳤다. 결국 행복하려 사는 인생인데 노래가 행복을 주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친김에 부모님을 설득해 예원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느 청년들처럼 R&B와 밴드음악에 심취했다.

트로트를 선택하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81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을 수상하고 이후 ‘내일로 가는 마차’, ‘촛불잔치’ 등의 곡들을 히트시키며 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재성을 대학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면서 가수의 문이 열렸다. 그가 트로트로 방향을 틀어주고 직접 곡을 작곡해 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군 복무시기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음악을 접을 결심을 했어요. 휴가 나가서 이재성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곡 3~4개를 지정해주시며 연습을 해오라고 했어요. 제대 후에 과제곡을 들려드렸더니 ‘바로 이거다’라고 하셨어요. 그 곡들이 트로트였죠.”

앨범 수록곡들은 정통 트로트라기보다 세미 트로트에 가깝다. 80~90년대 발라드와 트로트가 섞인 듯도 했다. 앨범은 기획단계부터 미성이면서 부드러운 그의 음색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탄생한 곡 ‘안오시려나’는 그리워하는 님을 기다리며 부르는 세미트로트 형식의 노래며,‘진정 난 몰랐네’는 빠른템포의 전형적인 트로트다.

앨범 발매하고 무대에 오른지 7개월 남짓이지만 10년차 못지 않은 무대 맛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노래하다 청중들과 눈이 맞추칠 때가 있어요. 가사의 감정을 흠뻑 실어 노래를 하고 있는데, 청중의 눈에서 같은 감정을 읽었을 때 희열을 느꼈죠. 선배가수들도 이 맛에 노래를 하시지 않나 싶어요.”

선배 가수들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고, 무대 위 모든 상황들이 배움의 대상이라고 했다. 선배 가수의 무대 매너와 폭풍 가창력, 노력하는 자세를 놓치지 않고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신인가수라고는 하나 트레이닝 과정을 합하면 7년을 노력해 왔으니 순도 백퍼센트 신인은 아닌 셈이다.

“공연 전에는 떨렸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는 것은 가수가 천직이어서 그렇겠죠? 노래를 잘하는 가수도 돼야겠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겸손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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