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연주자 배병민 독주회…19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대금연주자 배병민 독주회…19일 수성아트피아 무학홀
  • 대구신문
  • 승인 2018.04.0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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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희로애락 담은 민속악에 빠져볼까

국가무형문화재 백경우 살풀이춤

김동진류 대금산조·흥타령 등 선봬

대구시립국악단 지휘자 이현창 해설
배병민(대금)_1
정악에 집중하며 민속악도 넘나드는 배병민의 대금독주회가 수성아트피아에서 19일 열린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24살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이 됐다. 20대 초반에 동아국악콩쿨에서 금상을 거머쥐면서 문화관광부 예술요원이 되고, 군복무 면제를 받으면서 이른 나이에 단원 입단이 가능했다. 24살 시립국악단 단원 입단은 꽃길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값진 것은 평생 한 번도 못해보고 끝낼 수도 있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득음을 당차게도 21살에 경험한 것이었다.

결과만 보면 일찌감치 행운이 그의 편이었던 것 같지만 그는 “소리의 맛을 경험한 것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였다”고 좀 다른 말을 했다. “하루에 14~16시간씩 연습을 했죠. 5개월 정도를 피나는 연습을 했더니 한 번의 득음을 경험했죠.”

대금연주자 배병민이 3년 만에 대금독주회를 연다. 19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펼치는 무대다. 그의 네 번째 독주회가 되는 이번 공연은 정악 위주였던 이전 독주회들과 달리 민속악만으로 구성한다. 쪼았다 풀었다하며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민속악의 진수를 만끽할 기회다.

이날 공연에서는 악(樂), 가(歌), 무(舞)의 세 마당을 선사한다. 배병민의 대금을 중심으로 대구시립국악단 수석단원 김은주의 가야금, 남원시립국악단 창악부 수석단원 임현빈의 소리와 장단,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김태영의 장구,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백경우가 꾸민다.

이들이 이날 김동진류 대금산조, 추억·흥타령, 살풀이를 선보이고,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이현창이 해설을 곁들인다.

시립국악단 단원으로 만족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 단체생활의 백미인 조화와 화합을 위한 연주에 만족하며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배병민은 독주자 배병면의 음악색깔을 만들며 개성을 추구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지금까지 2장의 음반을 내고, 3회의 독주회를 열었다. 최근에 3장의 앨범 녹음도 끝낸 상태다. 이 3장의 앨범은 시간차를 두고 출시된다.

“왜 일을 자꾸 벌이냐”고 묻자 “의무와 자존감 때문”이라고 했다. “시민의 녹을 먹는 자로서 개인의 음악적인 성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그리고 독주회를 하면서 질책과 칭찬 등의 평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배병민 개인차원의 음악 색깔도 깊어지죠.”

그가 집중하는 분야는 국악 중에서도 정악. 발매한 2장의 앨범은 정악을 위주로, 지난 세 번의 독주회는 정악과 산조, 창작음악 등으로 구성됐다. 민간의 소박한 정서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민속음악에 비해 정악은 궁중과 양반들의 풍류음악이다. 민속악은 슬프고 기쁜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찰진 재미를 선사한다.

반면 정악은 평생을 해도 무덤덤하다. 한달음의 변화보다 지리한 기다림과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뼘 성장을 맛볼 정도다. 그렇지만 정악을 파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배병민이 정악의 깊이있는 소리를 언급했다.

“정악의 깊이는 끝이 없어요. 그 깊이를 가지기 위한 복숭아뼈가 닳아 없어지고 골반이 틀어지는 영광의 상처가 뒤따라야 하지만 말이죠.”

득음을 또 한 번 맛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하루 10시간 이상씩 5개월만 연습하면 그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띰했다. 그러나 시립국악단 단원인 이상 개인 연습을 그만큼 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야 어떻든 그는 1%의 천재성도 인정하지 않는 ‘연습’ 맹신자를 고수한다. 영남대, 한양대, 경북예고에 출강하며 후학들에게 주문하는 철학도 오직 ‘연습’이다. “좋은 연주자는 백퍼센트의 노력의 결과로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죠.”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강단도, 추진력도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절에서 개설한 단소기초과정에 덜컥 수강신청을 할 때부터 그는 예사롭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의 반대에도 대금으로 진로를 정한 것도 당찼다.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안성우 한양대 교수의 ‘너의 음악 세계를 만들라’는 가르침은 평생 음악적 방향타가 돼 줬다.

“저의 음악세계를 만들겠다는 빅피처 아래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이 되면서 10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석사와 박사를 끝내고,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고, 독주회도 하고, 집장만 등 몇 년 안에 절반 이상을 달성했죠.”

37세. 음악에 열정이 가열차게 치달을 나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음악의 결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그가 “나이가 들면서 몸에 힘을 뺀 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말인즉슨 구수하면서도 농익은 소리를 내고 싶다는것.

“시간이 흐르고 공력이 더 깊어질수록 몸에 불필요한 힘은 빼고 편안하고 농익은 소리만 남을 겁니다. 지금은 저돌적이고 날선 음악을 할 때지만 저도 연륜을 쌓아가며 농익은 소리를 다듬어 가고 싶어요.” 예매는 www.ssartpia.kr·www.ticketlink.co.kr·053-668-1800에서.

※ 배병민은 경북예술고등학교, 영남대 국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학 박사(DMA)를 취득,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피리, 대금부문 금상, 신라문화제 전국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취악부분 취우수상(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대구시립국악단, 경상북도립국악단 유수의 국악단과 협연하였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불가리아, 중국, 일본 등 다수의 해외공연을 가졌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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