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다양한 연주로 음악 영역 넓힐래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다양한 연주로 음악 영역 넓힐래요”
  • 황인옥
  • 승인 2017.10.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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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워너뮤직 아티스트로 ‘첫 음반’
작곡 의도·연주기법 균형 강조
기분따라 스타일 변화주기도
오늘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선봬
Violinist JiYoung Lim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인성과 연주력이 조화를 이루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Boris Streube 제공

2015년 5월 벨기에에서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20세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1등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바이올린으로는 한국인 최초의 우승이었다. 그녀는 대곡인 브람스 협주곡을 20살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이감으로 연주했다는 평을 들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그해 10월 조성진이 우승해 유명해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와 함께 3대 국제 콩쿠르로 꼽힌다.

1등 수상자로 임지영이 발표되자 콩쿠르가 들썩였다. 연주력이 무르익은 성인 연주자들의 무대로만 인식됐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순수 국내파인 약관의 20세 동양인 여성이 참가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국제 콩쿠르 최종 참가곡으로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Dmajor, Op.77)을 선택한 것은 경악에 가까웠다. 더구나 그녀가 1등을 거머쥐었으니 놀랄밖에.

“좀 더 쉬운 곡으로 준비할 수 있었지만 과감하게 브람스를 선택했어요. 콩쿠르 참가 자체를 제 연습이 숙성하는 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죠.”

바이올린을 시작한 시기는 7살 때였다. 그마저 취미생활 정도로 3~4년을 보낸 후 전문 바이올린 선생에게 사사를 받기 시작했으니 그때가 중학교 입학 무렵이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늦깎이였다. 그렇다보니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참가 이전까지 주니어 국제 콩쿠르는 건너뛰고, 시니어 국제 콩쿠르 3회 참가가 전부였다.

“콩쿠르 출전은 3번의 경험이 있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가장 최고라고 여겨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첫 출전이었는데 영광스럽게도 수상을 하게 됐죠. 사실 국제 콩쿠르는 나이 제한이 있는데 첫 출전에 성과를 내지 못해도 3번 정도 더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했고, 브람스 협주곡을 선택했고, 부담없이 연주했죠.”

이제 겨우 22살. 20일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과의 협연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 장에서 만난 임지영은 두 얼굴을 보였다. 음악 이야기에서는 여느 22살의 내공을 훌쩍 뛰어넘었고, 아직은 앳된 외모와 특유의 발랄함은 20대 초반 청년의 모습이었다.

“첫 리허설이었지만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장도 너무 좋고, 소문으로만 듣던 대구시향 단원들과의 호흡도 좋았어요. 좋은 무대가 될 것으로 믿어요.”

대구시향과의 협연 무대에서 임지영은 멘델스존, 브람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손꼽히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늘 그렇듯 이번 연주에서도 균형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겠다 말하는 그녀. 임지영이 연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균형’이다.

“현존하는 작곡가의 곡이 아니기 때문에 작곡가의 레슨을 받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그가 작곡한 의도에 가깝게 연주하는데 중점을 두죠. 그러면서도 저만의 색깔을 입히려고 노력해요. 둘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마치고, 올해 초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최근 워너뮤직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로 첫 음반을 발매한 임지영의 사운드는 대담함과 웅장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섬세하고 유려한 스타일도 넘나든다.

“요즘은 그때그때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연주 스타일을 달리 하고 있어요. 어떤 때는 처절하게, 어떤 때는 웅장하게 연주하죠. 어느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 다양하게 시도하며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 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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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공연 모습.

약관의 나이에도 대곡들을 묵직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배경은 두 가지다. 무엇이든 흥미를 느끼고 도전하는 열정. 그녀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내 다양한 방과후 활동에 최대한 참여하며 남다른 열정을 쏟아냈다. 스키, 태권도, 바이올린, 피아노, 글짓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음악도 바이올린으로 진로를 결정하기 전까지 피아노와 첼로, 성악 등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다양한 경험으로 쌓았던 내공이 나이를 초월한 묵직한 연주력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주력보다 ‘바른 마음’과 ‘인생을 대하는 자세’라고 했다. 여기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보통의 경험을 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먼 훗날 임지영 같은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러려면 연주력이 뛰어난 것보다 인생을 바르게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겠죠. 그것이 바탕이 돼야 긴 생명력으로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공연은 20일 오후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053-250-1475.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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